지난달 브라질 꾸리찌바(Curitiba)를 방문하였었다. 버스 중심의 싸고 편리한 교통체계, 보행자 천국, 충분한 녹지, 공간의 효율적인 사용, 쓰레기 처리와 재활용, 어린이와 가난한 이를 위한 복지 등 브라질 꾸리찌바는 우리가 배울 것이 많은 국제적인 도시다. 그동안 꾸리찌바는 The Times나 UNEP 등의 다양한 국제기구로부터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른 도시’,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도시’로 선정되었다. 수원시와 특별히 자매도시인 꾸리찌바 방문은 행정가로서 국제적으로 성공한 꾸리찌바의 시정(市政) 경험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도시 곳곳의 현장을 방문하고 토론하면서 현재와 같이 국제적인 환경수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꾸리찌바 시정의 특징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리더십과 정치적 결사체의 노력이 있었다. 오늘의 꾸리찌바는 창조적인 리더십을 가진 시장과 그의 정치적 결사체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60년대까지 사실 꾸리찌바시는 제3세계 국가의 도시처럼 과반수의 문맹자와 많은 도시빈민, 그리고 급속한 공업화로 인한 환경문제로 많은 도시문제를 안고 있는 최악의 도시였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꾸리찌바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리더쉽으로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도시와 환경에 대한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자이메 레르네르(Jaime Lerner) 시장과 정치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정치적 결사체들의 창조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꿈의 도시 꾸리찌바가 현재에 이른 것이다. 물론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리더십은 시장과 그의 정치적 결사체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를 실현한 주체는 꾸리찌바 도시계획연구소(IPPUC)와 공무원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였다.
둘째, 친 서민정책이 있었다. 꾸리찌바가 오늘날 창조적인 도시로 성공한 것은 창조적인 리더십과 정치적 결사체 뿐 만 아니라 시민을 행정의 중심에 두는 친 서민정책을 실천한 덕분이었다. 꾸리찌바의 발전은 레르네르 시장과 그의 정치적 결사체들은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라고 인식한 정치적 신념에서 정치와 정책을 출발했다. 행정의 원리나 전문지식보다는 시민들의 상식과 입장에 기초해 정책을 추진하거나, 가난한 빈민과 소외계층을 위해 정치에 충실한 것이 바로 오늘의 꾸리찌바를 만든 원동력이었다.
셋째, 환경 중심의 도시정책이 있었다. 현장 토론 결과 꾸리찌바가 환경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도시로 발전한 것은 환경 중심의 도시정책을 지속가능하게 실천한 덕분이었다. 처음엔 0.5㎡/인 정도의 공원녹지면적을 65㎡/인 정도로 확대할 만큼 공원녹지를 풍부하게 확보하였고 쓰레기를 자원으로 인식하여 철저하게 쓰레기를 분리하고 재활용하였으며, 특히 도시계획과 교통을 결합하여 대중교통중심의 녹색교통시스템으로 개편하는 등의 다양한 환경정책들을 실천하였다. 그런 노력으로 꾸리찌바는 1990년에는 국제에너지보존기구에서 최고상을, UN으로부터 환경과 자원재생산에 대한 뛰어난 업적을 인정받는 국제적인 다양한 수상들이 오늘의 환경수도 꾸리찌바의 명성을 얻게 만들었다.
넷째, 저비용의 복합행정이 있었다. 꾸리찌바의 성공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적은 재원으로 시민의 삶의 질을 높히는 복합행정에서 찾을 수 있다. ‘낭비와의 전쟁’이라는 구호 아래 대규모의 개발사업이나 전시행정의 성격을 띠는 일체의 대규모 물리적 사업을 지양하고 가능한 신속하고 저비용의 다목적 복합행정을 통해 꾸리찌바는 환경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가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예산절감 차원에서 외자유치를 통해 빠르고 편리한 지하철을 건설하는 대신 기존 도로망을 이용하면서 지하철처럼 빠르고 편리한 장점을 가지는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하였다. 또한 신도시 개발사업 보다는 예산이 적게 들면서 도시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 도심재생 사업이나 재활용 사업에 역점을 두었다.
이와 같이 꾸리찌바는 리더십과 정치적 결사체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친 서민을 위한 환경 중심의 도시정책이나 저비용의 복합행정을 추진한다면 얼마든지 꿈의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우리나라 지자체 장은 물론 공직자들이 꿈의 도시 꾸리찌바의 경험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소중한 방문 기회였다.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