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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완식 / (재)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
수원천이 복원됐다. 수원천은 광교산에서 발원해 수원시의 중심부인 장안구, 권선구, 팔달구 특히,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거쳐 황구지천으로 흘러드는 길이 16㎞, 유역면적 25㎢에 이르는 대표적인 도시형 하천이다. 수원에서 수원천은 어떠한 의미인가?
고구려시대 수원의 명칭인 매홀(買忽)은 '물고을'의 발음 표기로 추정되며, 여기서 한자식 지명인 수원(水原)이 유래한다고 할 수 있다. 수원천을 임시로 막아 만든 수원 최초의 화홍수영장에서는 무더위를 피하고 수영경기대회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원 아낙들은 수원천에서 빨래를 했다. 이처럼 수원천은 수원의 역사적 정체성과 수려한 경관을 보여줌과 동시에 수원시민들의 생활터전이자 여가를 즐기는 공간이었다.
수원천도 고난이 있었다. 복개와 복원의 과정이다. 수원천은 1970∼80년대 산업화과정에서 하천으로서의 기능상실, 도심속 흉물로 전락하여, 교통난을 해소하고 주변 상권을 살린다는 목적으로 일부구간을 복개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수원천 환경운동이 전개되면서, 복개공사는 중단되고 이와 더불어 복개구간을 복원하여 오염된 하천을 자연생태환경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처럼 수원천 복원은 단순히 하천만 되살린 것이 아니라 시민이 중심이 되어 수원의 생명과 역사, 문화를 복원한 뜻 깊은 일이다. 수원천의 역사적, 생태적 관점에서 복개에서 복원이라는 하천 패러다임이 있었다면 이제는 또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도시하천은 과거 동서양을 불문하고 도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도시경관을 아름답고 풍부한 이야기로 숨쉬게 하는 문화자산으로도 중요하다. 특히, 수원천은 도시 자연생태하천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수원화성과 연계하고 지동, 영동시장 등 전통시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도시재생의 중요한 매개공간이다. 수원천의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문화예술과 연계한 도시재생을 제안한다. 최근 국내외에서도 자연환경과 문화예술을 접목시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안양천 프로젝트 FLOW, 금강 자연미술 비엔날레, 태화강 국제 설치미술제, 에치코 츠마리 트리엔날레,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럼, 문화예술과 연계한 수원천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도시재생의 핵심인 공간적 재생과 사회적 재생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먼저 스토리에 기반한 문화예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수원천의 역사적 환경, 복개와 복원의 과정 및 의의, 현 자연생태적 환경 등을 문화예술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스토리텔링 과정이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광교저수지부터 황구지천까지 수원천이 흐르듯 문화예술 작품과 이야기가 흘러야 한다. 다음은 시민의 마음을 모으는 사회적 재생이다. 문화예술을 통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감상기회를 제공받고, 작가와 만남, 소통을 통해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수원천은 시민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문화예술이 흐르는 수원천을 기대해 본다. 흐르는 하천은 자정작용을 통해 썩지 않고 생태계가 유지되게 하듯이, 문화예술이 흐르는 수원천은 시민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문화관광자원으로서 도시재생의 근간을 이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