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정치 사회의 칸 ==../⋁정치.정당의 이슈.소식.시사_총종합

‘박지원-검찰 2차 전투’ 결과 따라 한쪽은 치명타

‘박지원-검찰 2차 전투’ 결과 따라 한쪽은 치명타

 
[한겨레] 박지원 원내대표 오늘 소환 불응 방침

박 “정치검찰과 싸우겠다”

우비입고 수사중단 촉구

죄 밝혀질땐 정치생명 끝

검, 입증못하면 개혁 표적


18일 오후 1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관 앞 계단에 섰다. 가랑비 내리는 날씨에 흰색 비옷 차림이었다. 그는 동료 의원들, 당직자들과 함께 ‘공작수사 중단하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질긴 악연이 있는 검찰과 박지원 원내대표의 ‘2차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악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원내대표는 당시 현대그룹에서 청탁과 함께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별건으로 금호 그룹 등 대기업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3년의 수감생활을 했다.

박 원내대표의 반격은, 사면복권된 뒤 18대 의원이 되면서 시작됐다. 국회 법사위원으로 활동하며 검찰총장 후보자를 낙마시켰고, 야당의 원내대표로서 끊임없이 ‘검찰개혁’을 주장했다. 검찰이 불편해 하는 정치인이 됐다.

수사 결과에 따라 둘 중 한쪽은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 원내대표가 유죄를 받으면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다. 반대로 검찰이 박 원내대표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또다시 ‘정치검찰’의 오명을 쓰고 개혁의 표적이 될 상황이다. 더구나 검찰은 현 정부 들어 한명숙 전 총리 등 야당 거물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에서 번번이 헛물을 켰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평소처럼 빡빡한 당무 일정을 빠짐없이 소화했다. 예상보다 이른 검찰의 소환 통보를 의식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박 대표는 이날 “지역구나 지인들 등 주변의 염려가 큰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개인적으로는 검찰과 부딪혔던 경험도 많고 검찰의 의도를 알기 때문에 (죄가 없다는 점을 입증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현장사무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도 “제가 국회 정당대표 연설을 통해 이명박·박근혜·검찰을 강하게 비판하자 검찰은 아무런 일정 조정도 없이 급조해 소환통보를 했다”며 “제 생명을 걸고 부당한 정치검찰과 싸우겠다”고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은 이날 박 대표의 소환 불응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는 이날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 대표를 겨냥해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면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 앞에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두언 의원 등 여당 의원들도 조사를 받았는데 무슨 야당 탄압이냐”라며 “검찰 소환을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구시대적인 정치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 거취와 관련해서는 8월 임시국회 개원 여부가 또다른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월3일까지 예정된 임시국회가 끝나면, 검찰이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박 대표에 대해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8월3일 이후 야당이 ‘민생현안’이나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 등을 이유로 단독으로 국회를 소집할 수도 있지만, ‘방탄국회’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박 원내대표가 다시 한 번 정치역정의 갈림길에 섰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