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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관선이사 체제 끝내며 친박 인사들로 신임 이사회 꾸릴 움직임… 학내 일각선 “비리 반성 없어” 반대 | ||||||||||
대구·경북 지역에서 사학 명문으로 통했던 영남대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복귀 논란 때문이다. 지난 4월2일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영남대 정상화 문제를 처음으로 논의했다. 영남대가 제출한 7명의 신임 이사진 승인 여부가 쟁점이었다. 사분위 관계자는 “소위원회를 열어 신임 이사진의 적합성을 검토한 뒤, 이달 중에 열리는 다음 전체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며 “최종 결정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상지대·세종대·조선대 등이 옛 재단의 비리로 오랫동안 분규를 겪었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학교 운영에서 손을 뗐던 옛 세력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복귀를 노리고 있다는 것도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그런데 영남대도 ‘분쟁사학’이었던가? 사학비리의 시초… 89년부터 관선이사 체제
어느새 잊혀져가고 있지만, 영남대는 사학비리의 ‘시초’였다. 관선 임시이사가 재단을 운영한 것이 올해로 20년째다. 1988년 사학 사상 처음으로 국회 국정감사를 받았다. 당시 영남대는 부정입학, 장학금 전용, 회계부정, 부동산 처분 비리 등이 불거지면서 사학비리의 종합판을 방불케 했다. 결국 이사진 전원이 물러났고, 1989년 2월 당시 문교부가 임시이사를 선임하면서 관선이사 체제가 시작됐다. 사분위의 논의는 20년에 걸친 임시체제를 정상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 2006년 4월 정부는 영남대 재단인 영남학원을 임시이사 해제 사학으로 분류했다. 재단비리의 여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보고 정상 운영의 길을 연 것이다. 영남대 내부에서도 교수회·총동창회 등의 논의를 거쳐 2007년 12월 ‘영남학원 정상화 추진위원회’(이하 정상화추진위)가 출범했다. 이후 1년여 논의를 거쳐 새 이사진 명단을 교과부에 제출했고, 지난 4월2일 사분위에서 이를 처음 논의한 것이다. 그런데 2일 오후, 사분위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수송동 코리안리 빌딩 앞에서는 영남대 교수·학생 등 5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박근혜와 그 측근의 영남대 재단 복귀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도 발표했다. 영남대 총학생회, 민주동문회, 원로교수회, 비정규직교수노조, 의료원노조 등이 참여한 ‘박근혜비리재단 영남학원찬탈 반대투쟁위원회’(이하 반대투쟁위)가 주도한 집회였다. 논란의 핵심은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다. 그 배경에는 영남대의 독특한 역사가 있다. 영남대는 1968년 청구대와 대구대를 통합해 개교했다. 당시 대구대(오늘의 대구대와는 다르다)는 사카린 밀수 사건 이후 삼성이 국가에 헌납하는 방식으로 영남대에 통합됐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대학 운영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맡겼다. 초창기 영남대는 사실상 ‘박 대통령의 대학’이었다. 현재까지도 영남학원 정관에는 ‘교주는 박정희’라고 명시돼 있다. 사립대 가운데 ‘교주’를 특정해 정관에 밝힌 경우는 영남대가 유일하다. 비리 불거진 뒤 박근혜 “학교서 손 떼겠다” 1980년 신군부는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의원에게 영남대를 맡겼다. 박 의원은 이후 1988년까지 영남학원 이사장 및 이사로 재직했다. 88년 재단비리 문제로 이사진이 총사퇴할 때, 박 의원은 “차제에 학교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박 의원이 비리에 직접 연관됐는지는 밝혀진 바 없지만, 측근 인사들의 각종 부정·비리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 의원도 퇴진 압력을 비켜가지 못했다. 이번 재단 정상화 추진 과정은 20년 전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박 의원의 정치적 무게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 박 의원에 우호적인 세력이 재단 정상화를 주도했으나, 이에 비판적인 세력은 현재의 정상화 방식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상화추진위는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 결정한 것이므로 현재의 정상화 방식을 번복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정상화 방안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회를 열었고, 지난해 5월과 10월에는 교수·교직원·동창회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으며, 그 결과 대다수가 박 의원의 재단 복귀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정상화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석균 교수는 “교수의 75%, 교직원의 90% 등이 설문에 참여해 85% 이상이 (박 의원의 재단 복귀에) 찬성했다”며 “다른 분쟁사학과 달리 장기간에 걸쳐 핵심 구성원들의 뜻을 두루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영남학원 이사회는 지난해 12월29일 박 의원의 재단 운영 참여를 뼈대로 하는 재단 정상화 방안을 재적 이사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올 1월에는 이 방안을 전달받은 박 의원이 대선 경선 후보 시절 특보단장을 지낸 강신욱 전 대법관을 포함해 박재갑 서울대 교수, 신성철 카이스트 교수, 우의형 변호사 등 4명을 이사로 추천했다. 모두 박 의원과 인연이 깊은 인물들이다. 나머지 3명은 총장 등 학내 구성원을 대표하는 당연직 이사들이다. 결국 사분위가 신임 이사진 명단을 승인할 경우, ‘친박 성향’의 이사들이 이사회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박 의원이 뜻한다면 이른바 ‘섭정’도 가능하겠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직접 이사진에 참여하는 일도 예상할 수 있다. 다만 노석균 정상화추진위원장은 “박 의원이 영남대에 ‘돌아오는’ 것은 맞지만, 여론에 직접 노출되는 방식으로 대학 운영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를 비판하는 세력은 반대투쟁위에 집결해 있다. 이들은 △교수회 총회 개최 없이 단순 여론조사를 의결행위로 갈음했고 △옛 재단의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는 방식으로 호도해 여론조사를 진행했으며 △학생·의료원 직원·비정규직 교수 등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정상화추진위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교수회 의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한 권오중 교수는 “진정한 재단 정상화를 하려면 (박 의원 등) 옛 재단의 의향을 중심으로 논의를 할 게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두루 모아가는 것이 기본인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과거 비리에 대한 반성이 없고 학교 운영의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은 옛 재단 인사의 정치적 영향력만 믿고 복귀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과 정상화추진위 쪽은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됐다”는 태도다. <한겨레21>의 관련 질문에 대해 박 의원 쪽은 “언론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고 답해왔다. 다만 “정상화추진위에 보낸 의견서를 참조해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친 정상화추진위의 제안에 대해 박 의원은 “대학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학교 발전시킬 계기” vs “정상화 방법 재논의” 반대투쟁위 쪽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윤병태 비정규직교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절차상 흠결이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억지로 (옛 재단 복귀를) 진행하면 학내에 다시 한번 엄청난 혼란과 소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열린 교수회 집행부 선거에서 정상화추진위에 비판적인 세력이 당선되면서, 학내 여론 지형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반대투쟁위 쪽은 새로 구성된 교수회를 중심으로 재단 정상화 논의를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생각이지만, 기존 정상화추진위는 “재단 정상화를 위한 역할이 끝났다”며 위원회 해체를 선언했다. 일련의 사태 뒤에는 ‘대구·경북(TK) 정서’도 있다. 박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에 힘입어 영남대가 다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학내에 꽤 퍼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교주로 모시는 대학’은 어떤 이에겐 수치고 다른 이에겐 자랑이다. ‘박근혜 의원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대학’이라는 꼬리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88년 이사진이 사퇴를 선언하기까지 영남대는 교수·학생들이 참여한 재단 퇴진 운동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지금 영남대는 정상화의 길과 또 다른 파행의 길의 가운데 서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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