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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기억, 오바마 그리고 안철수

박근혜의 기억, 오바마 그리고 안철수
[데일리안] 2009년 06월 21일(일) 오전 11:15 | 이메일| 프린트
[데일리안 윤경원 기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중견 한인업체 AQS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데일리안 윤경원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난 샌프란시스코 방문은 그의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정책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박 전 대표는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초청 강연에서 북 핵 문제와 한미 동맹, 세계 경제위기 등 국제적 현안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했다. 당시 이에 대한 국내 반응은 2년 전 대선 경선 당시 때보다 중도에 가까운 성향을 보였다는 평가 정도였다.

그의 이 같은 정책 발표는 국내 정치 현안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지만, 오히려 한 달여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되새김 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당시 발표했던 정책 발언이 다시 흡사하게 언급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우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해법을 언급한 대목이 박 전 대표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의 북한에 행동패턴이 있었다. 호전적으로 행동을 하고 오래 기다리면 도발행위에 대한 보상이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내는 메시지는 그런 패턴을 깨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는 과거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내용이다.

이는 박 전 대표는 당시 강연에서 “지금까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수많은 정책과 노력이 있어왔지만, 지난 15년 넘게 북한의 위기조성→협상과 보상→또다시 위기재발→협상과 보상이라는 똑같은 패턴이 반복돼 왔다......이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유사하다.

그는 거듭 “(오바마 행정부는) 위기가 생기면 또 대화하다가 보상하고 또 위기가 생기면 대화하고 보상하고 하는 동안 북한은 계속 핵무기를 발전시켜 오고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며 과거패턴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요구했다.

이는 언뜻 보기엔 상식적인 상황 인식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양 인사의 발언이 북한의 2차 핵 실험이라는 ‘대형 사태’가 터지기 전·후라는 차이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가 2차 북 핵 실험이 일어나기 전에 일찌감치 진단해 둔 내용이, 사고가 터진 뒤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과 흡사하다는 것. 박 전 대표의 선견지명성 진단이 새삼 주목되면서 또한 이 문제에 대한 양 인사의 진단이 ‘통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당시 박 전 대표의 스탠퍼드대 연설은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박 전 대표의 강연장에는 많은 학자들과 지역인사들이 자리했으며, 한반도 전문 기자의 질문 세례가 이어지기도 했다. 또 미 정부에서도 한반도 정책 연설에 대한 영어원문을 꼼꼼하게 분석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샌프란시스코 발언’이 오버랩되는 또 하나의 장면이 있다.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기업 윤리와 철학을 밝혀 국민적 감동을 선사한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의 발언과 박 전 대표의 언급과 비슷한 대목이 여럿 발견되고 있는 것.

안 교수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거액의 조건에도 불구, 자신의 백신회사를 외국 기업에 팔아넘기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것이라곤 돈이 전부다. 직원들은 모두 정리해고 해야 하고 국민들은 무료 백신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다. 내겐 돈보다 공익이 중요하다. 난 돈 때문에 일하지 않는다. 사명감으로 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의 목적이 수익 창출이라고 의심의 여지없이 믿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수익은 기업활동을 잘할 때 나오는 결과이지 수익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수익을 목표로 불량식품을 만들면 팔리겠느냐”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 달 7일(현지시간) 구글(Google) 본사를 방문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회사든 무엇이든 간에 첫 번째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진정한 가치창출이 돼야 한다. 수익성이나 이익을 최고로 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면, 이득을 위해서 사람들을 속일 수 있고 수단 방법을 안 가릴 수도 있다. 금융 파생상품 문제가 그런 게 아니겠느냐.”

박 전 대표는 이어 “만약 가치창출을 최고 목표로 하다면 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의 생활이 더 안정해지고 편안해지고 행복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게 된다”면서 “이런 걸 목표로 했을 때 수익 등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수익을 목표로 하게 되면 단기적 것만 앞에 두다가 결국은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 사의 예를 들어 “구글은 세계 IT사업의 첫째고 굉장히 성공한 회사지만 목표는 수익이 절대 아니다”면서 “수익성을 큰 목표로 하면 사람까지 수익을 내기 위해 이용하게 된다. 때문에 수익이 최고 목표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할 때 인류도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을 둘러싼 양 인사의 진단도 놀랍도록 유사하다.

안 교수는 “작년에 금융위기의 원인에는 엘리트 출신들이 있었다. 머리가 좋고 개인적인 성공만 추구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6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원칙이 선 자본주의’의 철학을 언급하며 “세계경제 위기는 민간의 탐욕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익의 극대화에만 치우쳐 그에 대한 책임과 사회의 공동선을 경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구글 본사 앞에서도 “세계 경기가 붕괴되다시피 한 근본 이유 중 하나는 시장에서 사람들이 너무 탐욕스러웠던 것”이라며 “회사든 무엇이든 간에 첫 번째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진정한 가치창출이 돼야 한다. 수익성이나 이익을 최고로 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면, 이득을 위해서 사람들을 속일 수 있고 수단 방법을 안 가릴 수도 있다. 금융 파생상품 문제가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정책 발표를 놓고 일부는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혹평도 내놨다. 하지만 그 ‘이상적인’ 정책이 안 교수의 성공으로 가능하다는 점이 이번 발언으로 일부 증명된 셈이다. 안 교수와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비슷한 기업철학은 성과주의와 이익주의의 현 시대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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