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의원은 어제 8일 “미국에서 돌아온 지도 몇 개월이 지났고 정권이 출범한지도 1년이 넘었다. 다들 이재오가 당에 돌아오면 싸움이나 하고 그러다 망한다고 하는데 나는 당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친박과의 관계에 대해서 크고 넓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나도 그렇지만 친박도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 당연히 끌어안아야 하는데 다가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도 자신이 2인자라는 자만심을 버리지 못한 망발이다.

발언 내용만 보면 그런 성인군자가 없다. 경선 직후, 그리고 정권 출범 때의 언동을 기억하지 못하면 마음이 하해 같은 이재오를 친박이 오해해서 미워했고 국민이 밴댕이 소갈머리라 그를 총선에서 낙선시켰다는 말이 된다. 그는 총선에 즈음해서 박근혜에게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면서 후보 낙마나 교체를 염두에 두고 화합과 승복을 내세우는 것은 구태라며 오히려 화합을 막고 친이의 공천 독식을 예고했고 이에 이명박이 이재오를 비난함은 곧 나를 비난하는 것이라고 하며 뒷받침해줬을 정도로 이재오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기고만장과는 달리 공천 탈락한 후보들이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으로 입후보해서 대거 국회에 입성했고 반면에 공천 칼질을 주도했던 이재오와 친이 실세들이 오히려 낙선의 고배 끝에 낙향하거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신세가 되었었다. 낙마한 실세들은 분위기가 식기를 기다렸지만 오히려 박근혜는 더욱 단단히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아 경선 당시 25%로 나타났던 지지율은 지금 40%를 넘고 있다. 한나라당이 20% 대의 지지율에 머무는 식물정당이 된 데는 이재오를 비롯한 친이의 망동도 한몫했지만 박근혜 냉대에 대한 징벌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벌써 당대표라도 된 듯 친박 끌어안기를 입에 올리고 게다가 친박이 자진해서 다가오기를 기다린다는 발언은 아직도 1년 전의 기고만장을 벗어나지 못한 중증 과대망상이다. 국민은 그가 정계에 복귀하는 것도 마뜩치 않은데다 그의 말 대로 집권여당이 또 다시 싸움판이 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래도 정계에 복귀할 요량이면 정무장관 직이나 맡으면 제격이다. 정무장관 직이야 대통령에게 고유의 임명권이 있으니 싫든 좋든 바라만 볼 밖에 도리 없어 하는 말이다.

정히 국회에 돌아오려면 먼저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하고 또 한 번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자신은 1년 여 기간을 지내오면서 지난날의 일들을 까맣게 잊고 있는지 모르지만 국민은 옛일들을 낱낱이 기억하고 있다. 공연히 졸개들 시켜 당대표 설이나 흘리고 초선의원을 앞세워 미리부터 박사모나 견제하는 얕은꾀를 쓸게 아니라 숙연히 국민 앞에 나와 지난날의 잘못을 빈 다음에 조용히 심판을 기다릴 일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남 원망만 하는 것은 그가 가진 또 다른 병, 피해망상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다가 와야 끌어안지”라는 말 또한 아직도 오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망발이다. 박근혜는 국민의 가슴 속에 우뚝 서있는 그 누구도 움직일 수 없는 산이다. 그리고 이재오 자신은 그 산을 없애려다가 크게 역풍을 맞은 초라한 낙백의 신세다. 산은 말이 없고 누구나 포용한다. 그러나 인화물질 소유자나 도벌을 획책하는 자를 주위사람들이 용서 없이 잡아내듯이 순수하지 못한 마음으로 박근혜에게 다가가는 자는 국민이 용서치 않는다.

끌어안고 싶으면 자기가 먼저 목욕재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다가갈 일이지 산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간의 이재오 발언을 종합해 보면 과대망상과 피해망상 두 가지 병의 합병증을 앓고 있는 사람인데 그 증상을 완전히 치유하지 못하고는 선거에 나와도 백전백패요, 당대표가 되어도 당을 살리기는커녕 풍비박산 낼 뿐이다. 올바른 정신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람을 누가 인정해 주고 따르겠는가?

이재오가 마음의 병을 치유하려면 먼저 경선 전의 세월로 돌아가 원인치료부터 해야 한다. 차떼기 당의 오명, 그리고 탄핵역풍을 맞아 지지율 7%까지 떨어졌던 한나라당에 50%가 넘는 지지를 보내주어 수권여당으로 탈바꿈 시킨 국민의 뜻은 장차 박근혜가 이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되기를 원함이었다. 국민의 여망을 무참하게 짓밟은 무리의 괴수 이재오에게 원망이 돌아간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런 이재오가 정치인으로 거듭나려면 엄연한 과오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국민의 여망을 한 가지씩 실천하는 일로 치유를 시작해야 한다.

이재오가 당장에 실천할 일은 자신이 어제 한 발언 그대로 대표 경선에 나가 싸움질로 가닥가닥 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박근혜에게 사과하여 국민 가슴 속의 응어리를 풀고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시정하는 일이다. 내친김에 국민 속에 파묻혀 진정 나라를 위한 일에 앞장서다보면 마음의 병은 서서히 치유되고 언젠가는 국민과 동고동락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을 것이다. 권력에 연연함 없이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에 정성을 다하고 차기에 국민이 원하는 정권 세우는 일에 동참할 때 그가 다시 국회로 돌아올 희망은 아직 있다.

이제 마음을 바꿔 법과 정의가 살아있는 대한민국 실현을 위해 힘껏 노력해야 할 사람이 지금 소용돌이 정국의 한 축 이재오다. 그걸 실천하지 못하면 이재오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