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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그들을 만든 건 ‘시대정신`과 `실적`

지금의 그들을 만든 건 ‘시대정신'과 '실적'

2010년 02월 15일 (월) 00:04 중앙일보


[중앙일보 신용호]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차기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예비 후보들은 오늘의 위치에 오르는 데 어떤 자질 또
는 특성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할까. 중앙일보와 중앙SUNDAY가 ‘2010 국가 리더십 탐색’의 일환으로 예비 후보군 11명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예비 후보군 11명 중 정운찬 국무총리,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세균 민주당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8명이 설문에 답했다. 설문 대상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답하지 않았다.

예비 후보군이 스스로를 투영한 시각은 다양했다. 대체로 살아온 궤적과도 닮았다. 정몽준 대표는 “공익에 대한 봉사라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정치인 정몽준’을 만들었다고 했다. ‘공공 서비스’는 정 대표가 정치를 시작한 동기이기도 하다. 정운찬 총리는 “건설적 비판정신”이라 했다. 학자로 평생을 살아온 그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취한 태도와도 일치한다. 이회창 총재는 “자유와 정의에 바탕한 투철한 국가관과 공명정대를 추구하는 태도”라고 적었다. 이 총재의 보수적이면서도 대쪽 이미지가 묻어나는 답이다.

손학규 전 대표는 “어려서부터 애국심을 생각했고 국민을 가운데 놓고 생각했다”며 “청년 때는 시대적 요구를 찾으려 했고 민주화와 사회적 약자 편에 서려 했다”고 답했다. 학생운동권-정치학 교수-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손 전 대표의 인생 궤적이 잘 드러나는 답변이다.

정동영 전 장관은 “조정과 통합, 소통의 능력”이라고 했고, 정세균 대표는 “성실성과 신뢰성”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정 전 장관은 평소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인 출신의 정 대표는 대표적인 관리형 지도자로 성실과 신뢰가 그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 보 앞서 세상의 요구를 읽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용기”가 그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11명의 대선 예비 후보 중 가장 젊다(49세). 그의 패기가 돋보이는 답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타주의의 실천”이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예비 후보군들이 내놓은 주관식 답변이었다. 중앙일보와 중앙SUNDAY는 후보군에게 10개의 항목을 주고 오늘의 위치에 오르는 데 어떤 자질 또는 특성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2개의 답을 고르도록 하는 질문도 던졌다. 가장 많은 답이 나온 것은 시대정신(비전)이었다. 정몽준 대표, 손학규 전 대표, 이회창 총재, 오세훈 시장, 김문수 지사 등 다섯 명이 시대정신을 꼽았다. 이어 도덕성을 선택한 예비 후보는 정운찬 총리, 김문수 지사였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꼽은 이는 정동영 전 장관, 오세훈 시장이었다.

실적(콘텐트)이라고 한 후보군은 정운찬 총리, 정몽준 대표, 정세균 대표였다. 이밖에 손학규 전 대표는 도전 정신(권력의지)을, 이회창 총재는 통합(협상) 능력을, 정동영 전 장관은 정치 개혁을, 정세균 대표는 위기관리 능력을 각각 꼽았다.
이번엔 이들 후보군에게 자신이 신념형 정치인인지, 책임형 정치인인지에 대해 물었다. 상대적으로 신념을 책임보다 중시하는지, 책임을 신념보다 중시하는지를 물은 것이다.

이 질문에서 자신이 신념형이라고 답한 정치인은 김문수 지사, 오세훈 시장 두 명이었다. 반면 책임형이라고 한 사람은 정세균 대표였다.

다른 정치인들은 시각이 색달랐다. 정몽준 대표는 “신념과 책임 모두 중요한 가치지만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할 경우 국가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정운찬 총리는 “나는 중도·실용 실사구시형”이라며 “책임형에 가깝다”고 했다. 나머지 후보군은 ‘신념 책임형’이라고 자신을 분석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정치의 시작은 국민을 사랑하는 신념이었고 경기지사를 하면서는 책임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신념은 책임을 전제로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신념은 공허한 이상이나 허황된 꿈이 될 수 있으므로 책임 있는 신념형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답했다.

이회창 총재도 “신념형과 책임형으로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책임 없는 신념은 공중에 있는 누각과 같고 신념 없는 책임은 맹목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념이 있으면서 책임을 지는 정치인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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