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박근혜당'으로… 친이계는 이제 구주류도 아닌 비주류
[한나라 전당대회] 홍준표 대표 체제 등장… 역학관계 변화 중립 홍준표 선택 "계파갈등 극복" 메시지 당 개혁 큰 과제… 청와대와 갈등 가능성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체제의 등장은 친이계의 분열 및 와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친박계 등 이른바 '신주류'는 약진해 당내 주도권을 잡았다. 동시에 당원들이 계파 극복 및 확실한 변화와 개혁을 선택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홍 대표 당선으로 당내 역학구도 변화는 뚜렷해졌다.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계와 소장파가 연대한 신주류에 패해 '구주류'가 됐던 친이계는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확연한 '비주류'가 됐다. 친이계 다수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던 원희룡 후보가 4위에 그친 것은 그만큼 친이계의 결집력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현정부 출범 후 그간 두 차례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친이계가 조직적으로 지원한 후보(박희태ㆍ안상수 전 대표)는 모두 대표가 됐다. 반면 친박계의 확장 및 결집력 강화는 눈에 확 띈다. 중위권으로 평가됐던 친박계 단일후보 유승민 후보가 당원과 대의원 투표에서 상당한 득표력을 보이며 2위까지 치고 올라온 것은 친박계의 힘을 보여준다. 한 당직자는 4일 개표 결과를 보고 "이제 당은 '박근혜당'이 됐다"고 촌평했다. 친박계는 향후 당 운영에서 영향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소장파인 남경필 후보가 5위로 지도부에 입성한 것도 친박계의 약진과 더불어 신주류 체제 정착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역학구도 변화와 함께 계파색이 옅은 홍 대표의 당선은 어떤 의미에서 당원들이 '계파 갈등 극복'을 강력히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홍 대표는 범친이계이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임을 자처했고, 친이계의 특정후보 지원 기류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친이계의 표 결집은 없었고, 홍 대표는 친이계는 물론 친박계, 소장파 등의 두 번째 표를 골고루 받아 대표가 됐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의원은 "고질적 계파 갈등에 싫증을 느낀 당원과 대의원이 중립 지대에 있는 홍 대표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홍 대표는 일단 친이계와 친박계 양쪽 모두와 등거리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면서 계파 갈등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 본인도 '계파 타파'를 중요 과제로 꼽았다. 다만 홍 대표가 내세운 '당당한 한나라'라는 슬로건과 개성이 강한 정치적 스타일을 감안하면 종종 청와대와 각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 당청관계에서 어느 때보다 당의 주도권을 강조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청와대와 사전 협조를 더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는 큰 틀에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홍 대표 스스로 "박 전 대표의 보완재" "야당의 공격으로부터 박 전 대표를 보호하겠다" 등의 언급을 한 만큼 각을 세우기보다 협력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총선 승리라는 큰 과제를 떠안은 홍 대표는 우선 당의 변화와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총선 불안감을 느낀 당원과 대의원들이 총선을 돌파해 나갈 홍 대표의 '전투적 리더십'에 높은 점수를 준 만큼 홍 대표도 적극적으로 당의 면모를 일신하려고 할 것이다. 그의 수락 연설 일성도 "홍준표의 한나라당 개혁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친서민 정책 강화, 당의 노선 일부 조정, 공천제도 개혁, 계파 갈등 해소 등이 그가 우선 추진하는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다만 홍 대표가 대야 관계를 부드럽게 풀어갈지, 황우여 원내대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편 홍 대표가 임명하는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지역 안배 및 탕평 인사 차원의 인물이 기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수도권 위주의 지도부인 만큼 호남ㆍ충청권 인사 중 강창희 전 의원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 정용화 전 광주시장 후보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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