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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도 스토리 입히는 수원

경기장에도 스토리 입히는 수원
2011.08.18, 목 09:3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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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기자] 그동안 한국 축구에서 경기장은 그저 한 경기를 치르고 돌아가는 장소라는 상징 외에는 특별함이 없었다. 과거 한국 축구의 한 축을 담당했던 동대문종합운동장이 '역사성'이 외면당하면서 허물어져 공원으로 변신한 것이 대표적이다.

동대문운동장은 1990년대 하루 두 경기가 열리는 곳이기도 했다. 육상 트랙이 있어 관전하기에는 최악의 시야였지만 K리그에는 단비 같은 경기장이었다. 아쉽게도 개발 논리에 밀려 사라질 수밖에 없었고 누구도 전통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매체의 발달로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가깝게 다가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경기장 자체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쏟아진다.

대표적인 구단이 아스널이다. 아스널은 1913년 런던 남부에서 북런던의 하이버리로 옮겼다. 경기장도 4만석의 '아담한' 하이버리 스타디움을 사용했다.

작은 하이버리에서 아스널은 수 많은 역사를 만들어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3~2004 시즌 무패 우승이다.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지만 홈에서는 극강의 힘을 과시했다.

2004~2005 시즌에는 파트리크 비에라가 경기 시작 전 통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장 로이 킨과 입씨름을 벌여 두 팀의 라이벌 관계를 대변했다. 연고지 런던 라이벌 첼시의 경우 지난 2005~2006 시즌 16년 묵었던 하이버리 무승행진을 21경기로 마감했다.

2006~2007 시즌 아스널은 하이버리 시대를 마감하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부자 항공사 에미레이츠 항공사에 이름을 빌려주고 새 스타디움으로 옮겨갔다. 하이버리와는 1k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명명된 경기장의 관중석은 6만석으로 늘어났고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그러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이를 두고 새집 증후군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등장했다. 작은 경기장에 익숙했던 아스널 선수단이 시각적 효과에 압도당해 그들 특유의 빠른 패스 축구를 구사하지 못하고 혼란을 겪고 있다는 뜻이었다.




K리그에도 아스널처럼 수많은 이야기를 양산하려는 팀이 이제야 나타났다. 1995년 창단해 1996년 리그에 뛰어든 수원 삼성이다. 창단 첫 해 수원종합운동장을 사용하며 두 차례 정규리그 우승을 해냈던 수원은 2002 한일월드컵 바람으로 수원에 전용구장이 생기면서 2001년 8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애칭 빅버드)로 옮겨 경기를 치렀다.

수원은 빅버드에서 정규리그 두 차례를 포함해 11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19승45무52패로 승운도 많이 따랐다. 10년간 4백17만2735명의 관중이 찾아 국내 최고의 흥행구단으로 자리 잡았다.

재미있는 역사도 많이 만들었다. 2004년 유럽 축구팬들의 비난(?)을 받으면서 FC바르셀로나(스페인)를 1-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해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이운재-김병지 두 골키퍼가 승부차기에서 겨루는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오욕의 역사도 빼놓을 수 없다. 2005년 성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차범근 감독이 팬들 앞에 나서 해명하는 ‘청문회’ 형식의 간담회를 했다. 이듬해 어린이날 포항과의 경기에서는 팬들이 응원 거부로 팬들의 힘을 과시했다. 2008년 10월 29일에는 라이벌 FC서울 기성용에게 '캥거루 세리머니'를 허락하며 0-1로 패하기도 했다.

수원은 빅버드의 활용 방안을 높이는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외벽에 구단 엠블럼을 설치해 밋밋했던 디자인에 힘을 주고 있다. 경기장 안에 편의점을 설치하고 여성 팬들을 위한 시설 개선에 나서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쉽게도 경기도 산하 기관인 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과 호흡이 불일치해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장기 임대를 통한 수익 사업은 꿈도 못 꾸고 있다.

그래도 17일 빅버드 이전 10주년을 기념하는 유니폼 발표회, 물품 공개 등 나름대로 행사를 하며 추억을 했다는 것 자체는 큰 의미였다. 수원 최원창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관련 자료를 찾는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경기장을 스토리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하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