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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특례시의 종합/*기존_ 자료3(수원관련)종합

홍성원과 수원문학의 미래

홍성원과 수원문학의 미래
데스크승인 2011.09.02

홍성원(洪盛原)을 아는가. 소설가라면, 끄덕이는 이가 꽤 있을까. 아니면 TV드라마 『먼동』의 원작자라고 말하면 기억하는 이가 더 많을까. 아무튼 홍성원이 수원 출신의 큰 작가임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듯싶다.
안타깝게도 그는 세상을 이미 떠났다(1937~2008). 다만 작품과 기록이 남아서 홍성원이라는 소설가의 삶과 문학을 증언하고 있다. 그는 여덟 살 때 수원 매교동으로 와서 매산초등학교, 수원북중학교, 수원농림고등학교를 다닌 수원의 사람이다. 이런 전기적 사실만 아니라, 그는 여러 면에서 수원의 진정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수원을 늘 그리며 자긍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그렇고, 자신의 소설에 수원을 비중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누구보다 ‘수원인’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작가인 것이다.
그가 수원 사람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은 대하소설 『먼동』(6권)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한말부터 3·1독립운동까지 수원을 중심으로 민초들의 삶과 꿈을 펼쳐낸다. 역사적으로 가장 참혹한 시대를 헤쳐 가는 중심에 중인층을 배치하고, 그 인물을 축으로 양반과 소작농의 희로애락을 교직하며 격변 속에서 근대를 여는 이곳의 삶을 재현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광교산을 3·1독립운동의 정신적 본원지로 계속 등장시키고, 만세의 불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팔달산을 등장시킨다. 또 수원역이나 매산로, 팔달문 주변 등을 통해서는 근대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가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시대적 상황에 대응하는 민초들의 다양한 삶을 통해 민족의 ‘먼동’을 모색하는 것이다.
물론 수원이 아니어도 홍성원은 대한민국 문학사에 남을 중요한 소설가다. 이는 『흔들리는 땅』『남과 북』『먼동』『달과 칼』『그러나』 등의 주요 작품이나, 대한민국문학상·현대문학상·이산문학상 같은 굵직한 수상 경력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작품에 대한 평가나 작가적 위상이 그만큼 확실한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홍성원이 수원에 큰 애정과 의미를 둔 수원 출신의 작가라는 점이다. 문학을 넘어 수원의 문화사적·생활사적 자료 가치를 담보하는 작가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수원이 꼭 기억해야 할 작가이고, 두고두고 되새겨볼 작가라고 하겠다.
지금 홍성원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자료의 힘 때문이다. 최근에 작가의 생애 마지막을 보낸 김포 자택에서 작품 관련 자료와 기록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자료들은 그가 평소 아꼈다는 뒤주 속에 오롯이 보관되어 있었다. 뒤주를 여는 순간 우리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집필 노트는 물론이고 소설 장면 묘사 때 쓰던 지도며 가옥 형태, 신문 연재 시의 삽화 등을 비롯해 소설 속 용어들을 기록한 개인 사전까지 완벽하게 정리해둔 것이었다. 철저한 기록과 꼼꼼하게 정리한 자료를 직접 만지고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작가란 무엇인지, 문학이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꿈은 또 어떻게 기억하고 계승해야 하는지…… 작품 속에 있던 한 작가의 삶과 체취를 가까이서 생생하게 느끼는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돌아보면, 문학은 그동안 지역성 모색과 고민이 부족했다. 출판이 서울에서 다 이루어지는 현실과 어디든 닿는 인쇄매체 특성상, 지역의 독자적 활동이나 역할도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는 각 지역에서 문예지를 발행하며, 지역성 탐색과 문화 연대를 활발히 하고 있다. 문제는 수원이 수도권이고, 그게 독자성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수원 고유의 문화며 정체성 질문에는 이 여건이 크게 작용한다. 그렇다고 우리 지역의 문화적 독자성을 미룰 수는 없으니, 이를 강점으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
홍성원, 그를 외면하는 것은 수원의 손실이다. 그렇다면 뒤주 속의 자료를 밝은 곳으로 불러내야 한다. 홍성원이 아닌 ‘수원’을 내세우더라도, 이 지역의 문학과 자료들을 만날 공간이 필요하다. 좋은 문학관은 미래를 열어갈 상상력과 창의력의 산실이다. 그런 공간이 수원의 인문학 발전이나 예술적 비약도 견인할 것이다. 이곳의 인물을 대접해야 더 큰 인물이 나오는 법, 문학의 미래 또한 그러할 것이다.

정수자/객원논설위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