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지출내역으로 본 박근혜 행보
- 2011.09.14 21:39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정치행보엔 어김없이 호텔이 등장한다. 2002년 3월 신당 카드로 정치판을 뒤흔든 곳도,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 5월 황우여 원내대표와 만나 전당대회 룰과 당헌·당규를 둘러싼 당내 논란을 잠재운 곳도 모두 호텔이었다. 세간의 눈을 피해 주요 인사를 만날 때도, 말없이 존재감을 과시할 때도 호텔을 애용한 셈이다.
네티즌들도 박 전 대표의 ‘호텔 정치’를 주목했다. 국민일보가 지난 5일 전체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온라인(www.kukinews.com)에 공개한 이후 전체 방문자 중 가장 많은 독자들(13.1%)이 박 전 대표의 지출 내역을 클릭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서울시내 12개 호텔의 비즈니스센터 대여료로 정치자금을 109회 결제했다. 강남에 있는 특급 호텔을 자주 다녔다.
박 전 대표가 지난해 가장 많이 찾은 호텔은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이다. 로비가 있는 2층 비즈니스센터에선 5명이 들어갈 수 있는 206호실(시간당 4만4000원)과 최대 12명이 들어갈 수 있는 201호실(시간당 8만8000원)을 자주 찾았고, 식사를 겸한 6명 이상을 만날 경우 이 호텔 12층 클럽라운지(시간당 6만6000원)를 이용했다.
호텔 관계자는 “12층 라운지의 경우 호텔 투숙객에게만 개방되는 공간”이라며 “박 전 대표는 저희 호텔을 자주 찾는 분이라 특별히 추가요금 없이 12층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한 잔에 1만원 정도의 간단한 음료부터 3만원 안팎의 조찬 메뉴, 20만원(2인 기준) 정도의 정식코스 등을 즐길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주로 조찬 메뉴나 간단한 음료만 이용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이밖에 임페리얼팰리스호텔과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등을 자주 이용했다.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보면 사흘에 한번씩 서울시내 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외부 인사와 면담을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학재 의원은 14일 “가볍게 민원인을 만나는 건 의원회관에서 할 수 있지만 정책 자문을 하거나 주요 인물을 만날 경우 자택 부근의 호텔 비즈니스센터를 주로 이용한다”며 “식당을 찾아도 수많은 사람이 밖에서 진을 치니 오픈된 공간에서는 정책토론이 불가능한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 주자로서 많은 사람을 만난 것을 알 수 있다”며 “다만 비공개 만남이 많아질수록 폐쇄정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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