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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특례시의 종합/*기존_ 자료3(수원관련)종합

수원 재래시장 상인들의 한숨

수원 재래시장 상인들의 한숨
데스크승인 2011.09.21 엄득호 | dha@joongboo.com

재래시장은 서민들의 생활터전이다. 걸쭉한 호객소리와 물건값 흥정에 시끌벅적한 분위기, 슬쩍 덤 하나 얹어주는 소박한 인정은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단돈 몇 원까지 철저히 계산하는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와는 달리 덤이 있고 흥정이 있는 곳이 바로 재래시장이다.
넉넉한 인심과 삶의 이야기가 널려있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재래시장의 풍성함은 구경만으로도 하루 종일 배가 부르다. 또, 지역사회의 생활문화공간이며 소통의 광장으로 역할 해 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치인들은 선거 때나 명절이 되면 전통시장을 찾아가 민심을 읽는다.
수원시도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수원천 복원사업이다. 수원천 복원사업은 콘크리트로 복개된 매교~지동교 780m 구간을 철거하고 서울 청계천처럼 도심 생태하천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2007년 9월부터 67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형공사다.
시는 수원천을 덮고 있는 콘크리트 복개구조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지동교, 구천교, 매교, 수원교 등 5개 차량 통행용 교량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 지동시장교와 영동시장교, 구천보도교, 세월교 등 4개의 보행용 교량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천 바닥에는 다양한 분수를 설치하고, 징검다리와 여울을 조성하는 등 본격적인 생태하천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1922년 7월 유실된 방어용 군사시설 겸용 수문인 남수문도 함께 복원될 예정이다.
하지만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보낸 영동시장과 지동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애초보다 공사기간이 2~5개월가량 늘어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백화점과 곳곳에 파고드는 대형 할인마트 때문에 반토막 난 매출은 또 절단이 났다고 한다. 공사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이전에 비해 매출이 50~60% 감소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이유는 주차공간의 부족이다. 주차장으로 사용됐던 복개구조물이 철거되면서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노상주차장 219면이 사라진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나마 인근 팔달주차타워와 영동시장 주차장 등에 410면이 마련되어 있지만 시장을 찾는 시민들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시장을 관통하는 높은 펜스 사이로 승용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차도는 하루종인 차량으로 뒤엉켜 있기 일쑤다. 인근 주차타워 역시 곡예운전을 해야 주차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차량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종일 연출된다. 곳곳에서는 운전자와 보행자 간 언성을 높여가며 다투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폭 2m도 채 되지 않는 인도는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과 보행자들이 혼잡스럽게 얽혀 있어 차도로 보행을 할 수밖에 없다. 대낮에 공사차량이 들어오면 상가 앞에서 물건을 구경하던 시민들은 썰물같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우산을 쓰고 차량과 보행자들을 피해 통행을 하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일 정도다. 이 때문에 주차를 하기 위해 이곳 시장에 들어서는 시민과 시장을 빠져 나가는 시민들 표정은 일그러져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갖 먼지는 상가 진열대에 수북이 쌓여 상인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특히, 도넛과 반찬, 분식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자칫 물건 전부를 버리는 일도 있다고 한다. 오징어와 동태를 파는 수산물 코너는 바닥에 물이 빠지지 않아 바닥청소를 하는 사람이 대기를 하고 있어야 할 지경이다. 가격을 내리고 서비스 질을 높여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는 상인들의 불만은 한계점에 다다른 듯 보였다.
상인들은 재래시장을 찾던 사람들 절반이 대형마트로 발길을 옮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들을 원망할 수도 없다고 한다. 재래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다. 특히, 수원 남문에 위치한 지동시장과 영동시장은 수원의 전통이자 역사라고 해도 넘치지 않는다.
물론 올여름 내린 집중호우와 불어난 수량 때문에 불거진 것이라는 시(市)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바 아니다. 하지만 공기(工期)가 늘어난 탓을 하늘에 돌리고 이들 상인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들 상인은 수원천 생태하천의 화려한 탄생을 기대하며 수년간 불만을 참아왔다. 무조건 기다려라 해서는 안 된다. 재래시장을 찾는 시민들과 수원천 주변 상인들이 넉넉한 웃음과 인심이 넘쳐나가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엄득호/사회부장/dha@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