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대부지 개방추진위원회, 지역주민 등 200여명은 28일 구 서울농대 정문 앞에서 "폐쇄되어 있는 부지를 시민들 휴식공간으로 개방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열수기자

28일 오전 11시 수원시 권선동 서둔동 서울대 농생대 정문 앞. 200여명의 서둔동 일대 주민들이 철조망이 쳐진 대학 정문 앞에 굳은 표정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지역 한가운데 자리잡은 서울농생대가 지난 8년 가까이 철조망으로 둘러 싸인채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으면서, 청소년들의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서둔동 일대 지역을 수원시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하루빨리 농생대 부지를 주민들에게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의 집회와 요구에 서울대측은 이날 11시15분께 굳게 닫혀 있던 농생대 정문을 개방했다. 8년만에 문을 열고 들어선 농생대 부지는 폐허나 다름없었다. 잘 관리된 잔디밭이 자리잡았던 곳은 수풀과 잡목이 우거져 옛 모습을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연구소들이 들어섰던 건물들은 낡고 색이 바래 마치 재개발 지역에 버려진 건물들을 연상케 했다.

농대부지개방추진위원회 변영철(57) 위원장은 "서울농생대가 지난 2003년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이후 제대로 된 활용방안 조차 찾지 못하면서 넓은 학교부지가 '비무장지대'나 다름없게 됐다"며 "서울대와 정부, 수원시가 하루빨리 이 넓은 부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노를 표했다.

서울농생대는 지난 1904년 서둔동 103의2 일대 26만7천여㎡에 달하는 현재의 부지에 자리를 잡으면서, 수원시 최초의 대학 캠퍼스로 많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서울농생대가 서울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후 현재까지 8년 동안 제대로 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전체 부지 중 절반 가까운 기획재정부 소유 15만2천여㎡가 2m 높이의 철조망으로 둘러싸인채 아무도 갈 수 없는 땅이 돼 버렸다. 서울농생대 부지 중 교과부 소유의 11만5천여㎡에는 서울농생대 창업지원센터가 들어서 83개 업체가 운영되고 있지만, 나머지 15만2천여㎡의 지경부 소유 토지는 시설물이 폐쇄되면서 철조망이 둘러쳐져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는 땅으로 전락해 있다. 농생대의 관악캠퍼스 이전 이후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자산관리공사가 기재부 땅을 국유재산 매각 입찰에 부치고 나섰지만, 15차까지 진행된 입찰에도 아무도 주인으로 나서지 않아 유찰을 거듭하는 신세가 됐다.

수원시는 민선 5기 출범 이후 서울농생대 부지에 대한 '장밋빛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현실의 벽 앞에 부딪혀 사실상 계획이 무산됐다.

염태영 시장은 지난 6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서울농생대 부지를 포함한 서수원 일대에 도시민들이 농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농업박물관과 농촌체험관, 팔도특산물 판매장 등 농업과 관련된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기획재정부, 부지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등과 협의가 진통을 겪으면서 현실성 없는 계획이 돼 버렸다.

수원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대와 기획재정부, 자산관리공사, 지역 국회의원 등을 찾아다니며 농업관련시설 유치나 시설 개방을 요청해 왔지만, 사실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서울대측과 자산관리공사측은 올해 말께로 예정된 서울대 법인화 문제가 해결돼야 소유권 문제가 정리돼 부지 개방 등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수원시측은 서울농생대 부지에 농업 관련 시설들을 유치하겠다는 꿈을 사실상 접었다. 이제는 어떤 형태로든 서울농생대 부지가 개발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개방된 국유지로 남겨 놓겠다는 입장이다. 농업 관련 시설 유치는 다른 후보지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산관리공사측은 한발짝 물러서 개방만을 요구하는 시측의 입장에도 "농생대 부지를 개방할 경우 선례로 남아 각 지자체들이 국유지 개방을 요구하게 되면 대처가 어렵게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어쨌든 서울농생대 일대는 개발을 허용하지 않고 녹색지대로 남겨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라며 "농업관련 체험의 장을 조성하겠다는 당초의 계획은 어렵게 됐지만, 시측이 일부 예산을 부담해서라도 시민들에게 '테마가 있는 숲'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최선을 다해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