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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blog이전(+)됨:약7십만접속/-기존_자료2 종합(박근혜 前 대통령관련)

박근혜가 마신 ‘나경원 독배’

박근혜가 마신 ‘나경원 독배’
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결국 10.26 재보궐선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마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 안팎의 거센 요구를 뿌리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원’이라기보다는 ‘정당정치 신뢰 복원’에 대한 의미가 더욱 강하다.

실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뿐 아니라 우리 정치 전체가 위기다. 당과 우리 정치가 새롭게 변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해야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생각은 분명하다.

지금은 여야 각 정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지만, 정치에 정당은 필수적이며 정당정치가 필요 없다고 하기보다는 잘못된 부분은 고쳐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한나라당을 고쳐 쓰기 위해 선거지원에 나섰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박 전 대표에게는 ‘독배(毒杯)’가 아닐 수 없다.

비록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선거판에 뛰어들게 됐다고는 하지만, 그 결과가 박 전 대표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이겨 보았자 박 전 대표에게는 크게 득(得)될 것이 없다.

나경원 후보에게는 ‘여자 MB’, ‘MB 아바타’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

심지어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나 후보를 ‘MB 대리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마디로 나경원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실제 나 후보는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할 당시 이 대통령의 ‘사인’
을 받고, 출마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실토한 바 있다.

나 후보는 당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경선에 출마하라는 사인을 줬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이런 나 후보의 승리는 조기레임덕 현상에 빠져 있는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이는 상대적으로 박 전 대표의 힘을 빼는 요인이 될 것이다.

즉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박 전 대표는 본전치기라는 말이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패하면, 박 전 대표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청와대는 "서울시장 선거는 당이 치른 것"이라며 발뺌할 것이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박 전 대표가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나 후보가 박원순 후보에 비해 약 10%가량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지원하더라도 이를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의해 추진된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보수표가 결집했고, 그래서 나타난 투표율이 고작 25.7%였다.

따라서 이번 투표율이 40%~45%만 넘어가면 박원순 후보가 승리할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나 후보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중도 층과 젊은 층들의 투표열기를 부채질하게 될 것이고, 결국 두 사람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역효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나 후보는 보수층과 고령층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반면, 중도 층과 젊은 층으로부터는 외면 받고 있어,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중도층과 젊은층들 가운데 일부가 ‘나경원 선거 지원’으로 인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나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저에게 전화를 주셨다. 힘을 보태겠다고 해주셨다”며 분위기를 띄웠고, 이로 인해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실망하고 있다. 아직은 그저 실망 단계에 지나지 않겠지만, 나 후보에 대한 지원의 정도에 따라 ‘박근혜 지지 철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래저래 이번 선거는 박 전 대표에게는 최악의 선거인 셈이다.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으로 인해 이미 한번 상처를 입은 ‘박근혜 대세론’이다.

그런데 이번에 마신 ‘나경원 독배’로 인해 또 다시 대세론이 흔들린다면, 박 전 대표는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선거를 만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그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