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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교 생활형숙박시설

새누리당, 국회의원 겸직 금지법 추진

새누리당, 국회의원 겸직 금지법 추진

변호사 月 몇백씩 부수입 신고누락 거를 방법 없어
변호사·교수 가장 많아 직무관련 권력남용 소지
돈벌이 수단 전락 땐 성실의 의무 위반 지적



새누리당이 국회의원의 변호사ㆍ교수ㆍ사외이사 등의 겸직금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그만큼 의원들의 겸직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17~18대 국회의원 10명 중 4명꼴로 교수ㆍ사외이사 등을 겸직했다. 많은 직책을 갖고 있는 의원은 한 사람이 열서너 개씩 되는 ’감투’를 썼다. 19대 국회의원들의 겸직현황은 국회 사무처가 다음달까지 취합할 예정이지만 그 추세는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4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투명센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회의원 ’배지’ 이외에 1개 이상 감투가 있는 의원들은 17대(130명ㆍ43.5%)와 18대 국회(127명ㆍ42.8%) 연속 높은 비율을 보였다.

겸직 대상 직업으로 가장 인기있는 직종은 변호사와 교수다. 숫자상 다른 직업을 압도한다.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19대 국회의원들은 42명으로 전체 의원 정수(300명) 대비 14%를 차지한다. 당선자 직업별 비율로 치면 가장 높다.

이들은 국회법상 상임위원회 직무와 직접 관계된 영리행위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변호사 개업을 해놓고 한 달에 수백만~수천만 원씩 되는 짭짤한 수입을 챙길 수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등에만 속하지 않는다면 수입을 챙길지 말지는 순전히 개인 양심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태 여파로 사퇴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라미드그룹으로부터 변호사 수임료로 총 2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난 여론이 일었다.

강의는 하지 않으면서 교수직을 유지하는 19대 국회의원들도 14명(사직한 문대성 당선자 제외)이나 된다. 매일경제신문이 각 대학에 확인한 결과 이들은 대부분 당선 이후 휴직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마했다가 떨어지거나 의원직을 마친 뒤 복직하려는 의도에서다. 물론 대학 측에서 ’방패막이용’으로 붙잡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겸직 사실 자체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다. 국회사무처가 의원 겸직을 신고받고 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거나 누락시킬 경우 이를 걸러낼 방법이 없다. 실제로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해 1월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의 사외이사로 3년 남짓 재직하며 매월 200만원씩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정 전 수석은 겸직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해 "국회의원의 겸직신고는 ’의무’가 아닌 ’자율’"이라고 해명했다.

의원들의 겸직현황은 제대로 공개된 적도 없다. 겸직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국회사무처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얻은 현황들이 간간이 공개될 뿐이다.

일각에선 국회의원들의 겸직은 의원들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여 의정활동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겸직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사회적 영향력 등을 가지고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성실의무는 물론 과도한 특권에 비춰 생각해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겸직 대상 기관과 유착될수록 견제와 감시기관인 국회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용경 전 창조한국당 의원이 2009년 ’국회의원-장관 겸직 금지법안’을, 지난 2월 새누리당이 ’국회의원의 변호사 겸직 금지법안’을 추진한 바 있다. 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다. 두 법안 모두 국회의원 겸직 금지 대상을 정한 국회법 29조에 ’국무위원’과 ’변호사’만 추가하는 정도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의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폐기됐다. 한 전직 국회의원은 "동료의원들이 ’나도 언젠가 변호사를 개업할 수 있다’거나 ’언젠가 장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선뜻 나서기 힘들었다"며 "이 법의 통과 여부가 정치개혁의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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