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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호 칼럼] 내가 혹 ‘썩은 사과’ 아닌가

[임병호 칼럼] 내가 혹 ‘썩은 사과’ 아닌가
임병호 논설위원|bhlim@ekgib.com

사과는 예사롭지 않은 과일이다. 사과 한 알이 역사를 바꾼 사례가 많다. 인류에게 원죄를 가져다 준 아담과 이브의 사과부터 트로이 전쟁 도화선이 된 황금사과, 스위스 독립의 기초가 된 윌리엄 텔의 사과, 현대미술 출발을 알린 세잔의 사과, 스마트 혁명을 이끈 스티브 잡스의 사과까지 사과는 오랜 세월 동안 빼놓을 수 없는 인류사의 인연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작 뉴턴의 사과는 특히 유명하다.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걸 보면서 ‘만유인력(萬有引力)’을 발견했고, 우주의 모든 물체 사이에는 서로 잡아 당기는 힘이 있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궁극적으로 현대물리학의 굳건한 토대가 됐다. 뉴턴은 형이상학과 과학이 경계가 모호하게 섞여 있던 시절에 과학(자연철학) 특히 수학의 눈으로 우주만물을 설명해낸 주인공이었다.

만유인력은 발견 중 발견이다. 뉴턴은 ‘보편중력’이라는 개념으로 태양과 달과 지구의 인력을 설명했고, 밀물과 설물의 원리를 찾아냈다.

과일 사과는 인간생활과 밀접하지만 그러나 ‘썩은 사과’는 해악을 끼친다. 특히 무더기나 상자 속 썩은 사과는 스스로 썩어 못 먹게 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사과들도 썩게 만든다. 골라내지 않으면 상자 속 모든 사과가 썩게 되고 결국 전부 버려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회 조직 안에서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장기간의 행동으로 개인이나 팀 또는 전체를 병들게 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이들은 ‘썩은 사과’로 비유된다. 상자 속에 썩은 사과가 방치되면 다른 사과까지 못 먹게 돼 버리는 현상을 사람과 조직에 비유하면서 만들어진 말이다. ‘썩은 사과’는 동료나 부하직원을 힘들게 하고 조직 전체를 좀 먹게 한다.

조직을 좀 먹는 ‘썩은 사과’

이들은 치유조차 힘들고 자기 스스로는 본인이 ‘썩은 사과’인지조차 모른다. 심지어 우수한 실적을 보이는 직원 중에도 썩은 사과와 같은 직원이 존재하며, 높은 성과에 홀려 리더가 썩은 사과의 보호자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썩은 사과는 결과적으로 조직에 치명타를 가한다.

문제는 이런 썩은 사과는 규모나 업종을 불문하고 어느 조직에나 있다는 점이다. 직급·성별·인종·학력과도 무관하다. 지속적으로 동료나 부하 직원을 못살게 굴고 방해하며 마음에 상처를 준다.

썩은 사과는 직급이나 업종을 가리지 않고 존재할 수 있지만, 썩은 사과가 권한을 쥐게 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게 된다. 썩은 사과가 지도자급·관리자급이 되면 숨겨져 있던 ‘썩은 사과 기질’을 드러낸다. 평사원급에서 썩은 사과가 등장하면 그래도 해결할 수 있지만, 리더나 관리자가 썩은 사과가 되면 정말 손쓰기 어려워진다. 여기에다 단기 성과를 추구하기 쉬운 전문경영인이 조직이 시끄러워진다는 걸 껄끄러워하거나 썩은 사과의 단기 성과만 보고 썩은 사과를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조직은 완전히 망가진다.

정치적으로 ‘썩은 사과’, 적잖다

특히 정치권의 썩은 사과는 썩을수록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간교한 냄새를 풍긴다. 사탄이 따로 없다. 정치권에 썩은 사과가 많아지면 국가가 위태로워진다. 국민이 고달퍼진다.

썩은 사과를 퇴치하기 위해선 최고경영자(CEO)의 관심과 의지가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CEO 자체가 썩은 사과이거나 부지불식간 썩은 사과의 보호자가 될 수도 있어 조직문화 시스템이 썩은 사과를 막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항균 사과박스’를 만들어야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사회, 이 세상이 나를 썩은 사과로 평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묻는다. “너는 ‘썩은 사과’가 아닌가?”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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