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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MB 부담 덜어주고 박근혜 길 터주고

이상득, MB 부담 덜어주고 박근혜 길 터주고

[중앙일보] 입력 2011.12.12 01:06 / 수정 2011.12.12 01:34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도 특수한 관계다. 2004년 천막 당사 시절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이상득 사무총장’ 라인으로 운영됐다. 이명박 정부 4년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서 드러나지 않게 가교(架橋) 역할을 수행해온 사람이 이 의원이라는 데 여권 핵심관계자들의 증언이 일치한다.

 그런 이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이 대통령이나 박 전 대표나 일단 운신하기에 편해진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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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좌관 비리가 불거진 상황에서 이 의원이 내년 총선 출마 입장을 고수했을 경우 한나라당 내 쇄신을 요구하는 그룹의 다음 타깃은 이 의원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과 ‘정책적 차별화’뿐만 아니라 ‘정치적 차별화’까지 추진했을지 모른다. 이는 모처럼 전면에 등장한 박 전 대표에게도 불편한 상황일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의원이 이날 자진해서 총선에 불출마하기로 함에 따라 최악의 충돌 상황은 벌어지지 않게 됐다. 이 의원의 불출마 결심을 전해들은 이 대통령은 자신을 위한 ‘어려운 결심’으로 해석했다. 박 전 대표 쪽도 반응은 다르지 않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구상찬 의원은 “안타깝지만 당을 위해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과 박 전 대표 간 ‘교감설’도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의원은 자신의 측근 비리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당을 운영하는 데 부담이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했다”며 “불출마 결심을 박 전 대표에게 따로 알리진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이심전심(以心傳心)이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측근 비리가 총선 불출마의 ‘원인’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 측근은 “이 의원은 노정객(老政客)으로 보기 좋은 모습으로 물러나기 위해 불출마 결심을 이미 굳히고 있던 상황”이라며 “보좌관 비리가 터지기 2~3개월 전인 9~10월께부터 ‘한나라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내 최다선(6선)이자 최고령(76세) 의원인 내가 어떻게 처신하는 게 좋겠냐’고 주변에 묻곤 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초부터는 보좌관 출신인 장다사로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을 포함해 친한 여권 인사 여러 명과 이 문제를 상의했다고 한다. 또한 이 의원 측은 ‘총선 불출마’를 정계은퇴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총선에는 불출마하더라도 내년 대선 때 백의종군(白衣從軍)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미리 불출마를 결심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의 ‘명예로운 불출마’ 구상은 1996년 자신의 친정인 코오롱그룹에서 직접 발탁해온 박배수 보좌관이 8억원대 금품을 받은 데다 비서 2명이 돈세탁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타격을 입게 됐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빠져나가지 못한다)’이라는 말로 심경을 표현했다. 미리 준비해온 회견문 한 장을 다 읽고 연단에서 내려온 그를 기자들이 둘러싸 짧은 문답이 벌어졌다.

 -사퇴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가 박 보좌관 일 때문인가.

 “아니다. 그건 사과를 드린다. 제가 이미 (회견문에) 썼잖느냐.”

 -그러면 사퇴의 결정적 계기는 뭐냐.

 “이미 말씀드렸다.”

 이후 그는 다른 설명 없이 회견장을 떠났다.

정효식·박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