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 칼럼] 광복 80주년, 그날의 함성에서 내일의 노래까지 - (칼럼니스트 새한미디어그룹 부회장 최문)
국민임명식 열리는 광화문광장의 함성
선진문화강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 최문 칼럼니스트
- 입력 2025.08.15 11:17
2025년, 광복 80주년의 새벽이 밝았다. 해마다 찾아오는 8월 15일이지만, 올해의 햇빛은 유난히 깊다. 80년 전, 광복의 그날에 쏟아진 햇살도 이토록 뜨거웠을까. 골목마다 태극기가 펄럭이고, 학교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작은 손으로 깃발을 흔든다. 그 모습 속에 나는, 먼 옛날 만주 벌판과 상하이 골목, 서대문형무소와 한반도 산하에서 싸우던 수많은 얼굴을 본다. 누군가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지만, 그들의 희생은 이 땅에 자유라는 씨앗을 뿌렸다.
광복은 결코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얼어붙은 겨울 강을 건너며 피로 손을 덮었고, 누군가는 땅속에서 지하신문을 찍어내며 조국의 숨결을 지켰다. 그날의 함성은 수십 년 동안 강물처럼 흘러와 우리 가슴에 합쳐졌다. 그러나 해방의 기쁨은 곧 분단의 비극으로 바뀌었다.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노래를 부르던 민족이 총부리를 서로에게 겨누었고, 전쟁은 남과 북의 골짜기에 아직도 메아리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폐허 속에서 학교를 세우고, 굶주린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며, 망치와 삽으로 산업을 일으켰다. 배고픔은 배움으로, 가난은 땀으로 이겨냈다. 불과 반세기 만에 한국은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 조선소의 거대한 선박은 바다를 건넜고,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지구 반대편의 손에도 들려 있다. BTS, 블랙핑크 둥 우리 젊은이들의 노래와 영화 '기생충'은 언어와 국경을 넘어 울림을 주었고,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세계문화의 주류가된 한류는 이제 우리 손이 아닌 미국의 자본으로 일본 소니가 한국문화를 기반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K-POP 데몬헌터스가 새로운 역사를 써가며 히트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민족의 힘이 얼마나 질기고 창조적인지를 증명한다. 그러나 오늘의 성취가 내일의 보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저출산과 양극화, 세대 갈등과 정치의 분열은 우리 안의 또 다른 벽이다. 경제적 성공만으로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킬 수 없다. 과거의 광복이 외세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면, 이제의 광복은 불평등과 불신의 사슬을 끊는 일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풀리지 않은 과제가 있다. 바로 남북의 현실이다. 북녘은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고립을 자초하고, 남쪽은 안보 불안을 이유로 더 단단한 성벽을 쌓는다. 서로의 언어는 점점 달라지고, 같은 민족이라는 감각은 옅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억하자. 우리는 같은 강을 노래했고, 같은 별빛을 보며 자랐다. 분단은 역사의 상처이지 운명이 아니다.
통일은 결코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군사적 통합이 아닌, 마음의 연결이 먼저다. 경제 협력으로, 문화 교류로, 이산가족 상봉으로, 작은 다리를 하나씩 놓아야 한다. ‘공존을 통한 통일’—이것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 북의 체제를 인정하되, 그 속에 변화의 물길이 스며들게 해야 한다. 남의 여론을 하나로 모아, 통일의 비용과 이익을 함께 나눌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 강대국과의 외교에서, 우리의 길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오늘, 서울 광화문 광장은 그 어느 해보다 뜨겁다. 광복 80주년 경축식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임명식이 열린다. 정치적 진영을 넘어,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임명장을 받는 상징적 의식이다. 이는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광복이 주권 회복이었다면, 국민임명식은 그 주권이 여전히 국민의 손 안에 있음을 증명하는 의식이다. 광화문 앞을 메운 사람들, 손에 든 태극기와 한반도기가 바람에 나부낀다. 해방의 함성과 민주주의의 약속이 한 자리에 서 있는 풍경이다.
광복 100년은 불과 20년 뒤다. 그날, 우리는 어떤 한반도를 보여줄 것인가? 젊은 세대가 다시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땅, 서로의 말을 통역 없이 알아듣는 땅, 세계가 부러워하는 평화의 모델—그런 나라가 될 수 있다면, 비로소 해방은 완성된다.
광복 80년은 묻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그날의 함성을 가슴에 품고 있는가?
그날의 태양은 분명 우리 어깨를 비췄다. 이제 그 빛을 미래로 밀어 올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피와 눈물로 얻은 광복이 세월 속에 희미해지지 않도록, 우리는 매일 새로운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 불신에서 신뢰로, 대립에서 평화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나아가는 그 길 위에서—우리는 다시 노래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새한미디어그룹 부회장 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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