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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세비(歲費)’란 말 ‘월급’으로 바꿔라

국회의원 ‘세비(歲費)’란 말 ‘월급’으로 바꿔라

입력 2024.02.06 04:04 수정 2024.02.06 04:04 데스크 (desk@dailian.co.kr)

나라 봉사하는 사람들 월급 이름에 “권위”
절반 깎는 건 당연, 각종 특혜도 줄여야
돈 적다고 뇌물 받으면 퇴출이 정답
밥 사고 꽃 보내는 구태 탈피해야 할 때

ⓒ박진희 그래픽 디자이너

국회의원이 받는 녹봉(祿俸, 나라에서 벼슬아치에게 주는 금품)을 세비(歲費)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틀려먹었다.

권위주의 냄새가 물씬 나는, 시대에 뒤떨어진 이름이다. 세비의 세 자는 해 세다. 세월, 세배, 세출, 세입 등에서와 같이 연(年)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연봉이란 것인데, 이렇게 어렵고 근사한 말로 칭하는 이유가 뭔가?

국회의원은 아주 특별하고 신성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우러러서 붙인 선민의식이 아닐 수 없다. 22대 국회에서 이 직업인들이 받는 국민 세금을 2/3로든 절반으로든 깎는다면 그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

집권 여당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이 국민 중위소득 수준(월 약 600만원)으로 이들의 월급을 낮추는 게 좋겠다는 개인적 의견을 말해 ‘국민 염원’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 여당이 두 달 후 다수당이 된다면 이것을 실천할 것이고, 야당도 반대할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에게는 보좌관 등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고 업무에 필요한 비용이 지급되고 있다. 정상적으로 일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은 전혀 없고, 집에 가져가는 금액만 줄이겠다는 것이다. 중위소득 가지고 못 살겠다 하는 분, 중위소득으로 세비 받는 걸 만족하지 못하는 분은 애당초 여기(국회)에 오면 안 된다.”

한동훈의 이런 제안이 뉴스를 타고 있으나 민주당은 조용하다. 옳은 말이라 반대해서 점수를 잃기 싫어서일 수 있고, 국회의원 본인들 돈 문제라 보나 마나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봐서였을 수도 있다.

다만, 개혁신당 대표 이준석은 한동훈 무조건 까기 자세를 견지하며 ‘정치 혐오 포퓰리즘’이란 냉소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준석은 0승 3패, -3선이다. 여당 현역 의원 공천 탈락자 이삭줍기를 노리는 처지라 더 국회의원 편을 든다.

“대기업 과장 월급도 안 되는 돈 받아서 살 수 있나? 뒷돈 유혹에 쉽게 빠진다. 지역구에서 밥 사고 꽃 보내는 것 다 자기 돈으로 한다. 강남 사무실 유지에 월 1000만원 든다. 대통령, 법무부 장관 월급부터 줄인다면 동의하겠다.”
 

구태 정치를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38세 청년 정치의 상징 인물 시각이 50~60대 지역구 정치인의 그것과 똑 닮았다.

이 ‘청년’은 공직관부터가 완전히 잘못돼 있다. 봉사가 우선이고 명예가 그다음이며 돈은 맨 마지막이 되어야 옳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봉사 일은 나랏돈(활동 수당)으로 하되 개인 생활은 일반 국민 평균 소득 또는 그 이하로 할 사람들이 공직을 맡아야 정상 아닌가?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기본급과 수당은 그런 기준과 원칙에서 정해져야 하며 일과 품위 유지 목적을 위해 적절하게 쓰였는지 엄정하게 감시하면 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가 문제 되는 것은 (대통령, 장관 등 모든 직업에 비해) 어떤 기준으로도 맞지 않는, 지나치게 높은 액수와 너무 많은 특혜 때문이다.

국회의원 특권 특혜 폐지 운동하는 보수 전향 재야 원로 장기표가 모조리 세어서 합계 낸 숫자가 186이다. 그중 몇 가지만 적어 보자.

연봉 1억 5700만원(월 1308만원)

의정활동지원비 연 1억 2000만원 (개발, 발간, 홍보, 추진 등)

문자 발송비 연 700만원

해외시찰비 연 2000만원

차량 유류비 월 110만원

야근 식대 월 780만원

업무용 택시비 월 100만원

명절 휴가비 연 820만원(연봉에 포함)

여기에 45평 사무실이 공짜로 주어지고 보좌진(보좌관, 비서관, 인턴, 운전사) 7명 월급 5억여원이 국민 세금으로 제공된다. 이 모든 비용을 합하면 국회의원 연봉은 8억원이 넘는다.

요약하면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대통령(월 1377만원)과 거의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자기 돈은 한 푼도 안 들이고 의정 활동하게 돼 있다. 말이 되는가?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없다. 유럽과 북미 선진국들은 보통 그 나라 국민들 중상위 수준 월급에 보좌진이 2~3명이다. 스웨덴은 의원 2~3명이 보좌관 1명을 공유하며 출퇴근은 자전거로 한다.

한국 금배지 나리들은 이렇게 엄청난 대우를 받으면서 하는 일이라고는 여당은 뭘 하는지 모르고 야당은 이재명 방탄이 거의 전부다. 그래도 그 돈과 수당 안 줄이고 다 받아야 하나?

이준석은 밥값, 꽃값 얘기를 했다. 없어져야 할 구습이다. 밥 국회의원이 안 사고 경조사 화환 안 보내야 올바른 나라다. 그걸 계속하는 건 자기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남 지역구 사무실 1000만원도 마찬가지다. 일반 유권자들은 그런 사무실 없어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 주장하고 호소할 일이 있으면 온라인으로 하면 된다. 비싼 사무실은 국회의원이 선거 운동을 위해서 국민 세금(후원금 포함)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월급을 절반으로 줄이고 각종 수당을 없애거나 감액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제가 없다는 걸 알기에 민주당 의원 이탄희도 1년 전에 국회의원 정수를 현재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리자는 주장을 위해 월급을 줄여야 한다고 했었다.

“국회의원 세비를 가구당 평균 소득에 맞추자. 국민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국민의 생활 감각으로 의정 활동을 하자. ‘세비 절반’ 먼저 국민 앞에 약속하고 그다음에 국회의원 정수 논의에 들어가자.”

이렇게 말한 이탄희는 한동훈의 제안에 왜 일언반구(一言半句)가 없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총선 출마자들에게 동의 서약을 받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라. 중대 정치 개혁 문제다.

줄어든 월급과 특혜를 기꺼이 감수하면서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들만 출마하도록 해야 한다.

글/ 정기수 칼럼리스트(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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