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청약 당첨자들 이사도 못 가게 발목 잡는 국회의원들
재건축 추진 단지도 속도 못내
“정부 말 믿었는데… 법 개정이 안 되니 이사계획도 못세워”
입력 2023.03.11 03:13업데이트 2023.03.11 09:44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 재건축 부담금 완화 등 정부가 내놓은 주요 규제 완화 방안들이 관련 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며 표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은 이사 계획 수립에 혼선을 빚고 있으며,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사업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국회가 정쟁에 골몰한 나머지 서민 주거 안정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마련된 GS건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모델하우스를 찾은 시민들이 모형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후 서울 첫 분양 단지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이날부터 청약에 돌입한다. 2023.3.6/뉴스1
10일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초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논의를 시작도 못 했다. 이 법안은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적용되던 최대 5년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 초 국토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된 핵심 과제로, 국토부는 법 통과 전 분양됐던 아파트에도 완화된 규정을 소급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재건축 조합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작년 9월 발표했던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방안도 6개월째 아무런 진척이 없다. 관련 법 개정안이 작년 11월 발의됐지만, 이후 국회가 파행을 겪으며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작년 12월 발표된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 조치 역시 법 개정이 밀리며 시장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정부가 아무리 파격적인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놔도 입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국회도 최대한 서둘러주는 것이 국민 주거 안정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입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입주 여부를 놓고 갈피를 못 잡고 있다. 2025년 입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청약에 당첨된 직장인 박모(45)씨는 “당장 입주 계획은 없어서 기존 전셋집을 재계약하려 하는데, 만약 실거주 의무가 입주때까지 안 없어지면 계약 기간 중 집을 빼야 한다”며 “정부를 믿어야 할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국회 입법이 늦어지면서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사례도 있다. 정부는 올해 초 ‘1·3 대책’을 통해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없애고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도 최장 10년에서 6개월~3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런데 실거주 의무를 없애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묶여 있는 사이 전매 제한 완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시행령 개정 작업은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분양받은 사람이 실거주해야 하는 아파트의 분양권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국회의 비협조로 촉발된 정책 엇박자”라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방안은 부담금 부과 면제 금액을 확대하고 장기 보유 1주택자는 부담금의 최대 50%까지 감면하는 게 골자다. 당초 정부는 올해 7월 전까지 바뀐 제도를 시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국회 통과 및 국무회의 공포로부터 3개월의 유예 기간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목표 기한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단지 관계자는 “올 초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되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는데 정작 주민들 사이에서는 초과이익 환수제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재건축 3대 대못 규제로 꼽히는 안전진단과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중 초과이익 환수제만 아직 그대로여서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가로막는 대표적 규제로 꼽혔다. 이에 정부는 기존 8~12%였던 다주택자 취득세를 1~6%로 낮추겠다고 작년 12월 밝혔지만, 야당 반대로 법 개정에 진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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