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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억대 사기 '인천 건축왕' 구속​

126억대 사기 '인천 건축왕' 구속

입력 2023-02-20 16:31수정 2023-02-20 19:43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인천경찰청 전경. /경인일보DB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120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건축업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건축업자 A(62)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진원 인천지법 영장담당 판사는 지난 17일 진행한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A씨와 함께 공인중개사 B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했으나, 법원은 "피의자 가담 정도와 취득 이익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A씨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바지 임대업자, 중개보조인 등 공범 5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163채 전세보증금 가로챈 혐의

인천·경기 보유 주택 2700여채

경찰 "돈 변제 능력 없다" 판단

A씨 등은 지난해 1~7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의 전세보증금 126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는 지인 등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지은 뒤, 전세보증금과 주택 담보 대출금을 모아 새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늘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보유한 주택은 인천과 경기도 일대 2천700여채로, 대부분 그가 건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A씨와 B씨 등 일당 5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만행위가 있었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한 바 있다. 이에 경찰은 보강 수사를 벌여 이들 중 A씨와 B씨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다른 공범 3명은 수사과정에서 관련 혐의를 인정해 영장 신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신청한 구속영장에는 이들이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공동주택 327채의 전세보증금 266억원을 가로챘다고 명시했으나, 이번에는 범행 대상을 지난해 1~7월로 좁혔다. 경찰은 범행 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시작 시점을 A씨가 전세로 임대한 주택이 경매에 들어가기 시작한 지난해 1월 중순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본인 소유 주택들이 경매에 넘어가는데도 전세보증금 액수를 올려 새로운 계약을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본인이 소유한 집이 경매에 들어가는 상황을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줬어야 했는데,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무리하게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A씨가 피해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변제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A씨가 소유한 건물과 토지는 신탁회사에 넘어갔거나 경매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피해 가구와 나머지 혐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계속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20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전세사기 주범과 공범들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2.20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A씨로부터 사기 피해를 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0일 인천지법 앞에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주범인 A씨는 구속됐으나, 깡통 전세임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사기를 공모한 공범들의 영장은 기각됐다"며 "피해자들의 온전한 보증금 반환과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공범들에 대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A씨 자산을 유동화해서 임차인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임차인과 소통해 이해를 구하겠으며, 임차인이 희망할 경우 법률·세무 등 업무를 지원해 주거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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