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밝은나라 칸(사진, 활동)/⋁❺알림_전시 및 행사_수원특례시. 경기

예술공간 아름 1주년…김성배 작가 초대전 ‘온새미로·티끌 모아’ 展

예술공간 아름 1주년…김성배 작가 초대전 ‘온새미로·티끌 모아’ 展

승인 2023-03-10 14:36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기자페이지

예술공간 아름 ‘온새미로·티끌 모아’ 展의 전시장 한구석에 쌀포대가 쌓여 있는 모습. 송상호기자

한 노년의 작가가 그냥 쓰고 버리는 쌀포대를 캔버스 삼아 그림으로 채워넣기 시작했다. 버려질 수 있었던 포대 조각들이 차곡차곡 모여 수원화성을 두르고 있는 성벽처럼 거대한 구조물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김성배 작가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빈틈을 붙잡아 지속 가능한 삶 속의 예술로 만드는 작업에 평생을 바쳐 왔다.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지난 4일 개막한 섭경 김성배 작가 초대전 ‘온새미로·티끌 모아’ 전시가 열리는 예술공간 아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사진뿐 아니라 영상, 회화, 조각, 설치 등 분야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스며드는 예술공간 아름의 1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쌀포대 1천장 프로젝트’. 김성배 작가의 손길이 묻어나는 쌀포대는 급식소와 가정집 등에서 쌀을 담아내는 본연의 쓸모를 다한 뒤 다시 의미를 획득한다. 1천장의 쌀포대를 채우고 나면 김 작가는 거대한 형상 구조물로 연결한 뒤 야외든 실내든 공간이 허락하는 한 수원 시민들과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공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성배 작가가 예술공간 아름에서 열리고 있는 ‘온새미로·티끌 모아’ 展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상호기자

수원에서 나고 자라 늘 이 지역과 호흡해온 김 작가는 삶과 예술의 공존 가능성에 관한 생각을 항상 품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사람과 예술을 잇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김성배 작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00장가량의 쌀포대에 그림을 그렸다. 1천장의 포대를 캔버스 삼겠다는 그의 다짐이 실현되기 위해선 최소한 2024년까지 쌀포대를 모으고, 그린 뒤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독특하다. 프로젝트의 완결을 기념하는 차원도 아니고, 정해진 목표를 달성한 뒤 중간 점검 차원에서 열리는 전시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김 작가는 “중간 과정을 이런 방식으로 공유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의도하지 않은 전시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자연스러운 작업 과정을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계기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수원화성과 연계된 풍광을 담아낸 듯한 그림, 선과 기호들이 뒤섞인 비구상 요소들이 돋보이는 작품, 성운을 추상화해서 만들어낸 형상 등이 다채롭게 쌀포대에 스며들었다. 김 작가는 “평소 하던 생각, 관심 있게 지켜본 화두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각각의 그림에 녹아 있다”면서 “그림 간의 공통분모나 공유할 수 있는 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의 중간 과정이라는 느슨한 연결고리로 모여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술공간 아름 ‘온새미로·티끌 모아’ 展에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 송상호기자

그의 표현처럼, 전시장을 맴도는 건 인위적으로 재단된 분위기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발견한 미학, 평상시의 관심사가 묻어나는 작가의 가치관이었다. 벽면과 창가 근처 등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작품뿐만 아니라, 공간의 제약으로 전시되지 않은 채 한구석에 쌓여 있는 200장가량의 쌀포대, 포대에 남아 있던 쌀알을 한데 털어놓은 종지그릇까지. 

 

한 공간 안에 전시돼 있는 작품 표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너머를 떠올려 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전시의 특별한 점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개별 작품 자체보다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왔을지 상상하고 가늠해본다는 데에서 매력을 발견한다.

 

생산지에 따라 파주, 화성 등 각기 다른 지역의 색이 묻어나는 쌀포대들이 김 작가의 손으로 모였다. 이처럼 쌀포대 1천장이 모였을 때, 출신도 성분도 다른 쌀을 담았던 포대가 한데 모여 수원 화성의 성벽처럼 거대한 형상을 이루는 모습은 그 자체로 김 작가가 추구해온 ‘온새미로(깨지거나 갈라지지 않은 그대로의 상태를 표현한 순우리말)’의 철학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김 작가는 “개별 작품을 하나하나 조명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쌀포대 한 장 한 장이 함께 모여 있을 때 발산하는 요소들”이라며 “3년에 걸친 프로젝트 끝에 완성될 쌀포대 1천장 작업을 위한 초석이자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17일까지.

#포대#작품#프로젝트#전시#수원화성#송상호#차곡차곡#연결고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