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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국제공항(내용 수정=하위로 옮김 예정

[경기 신공항 ‘공론화’ 길을 묻다] 하. 지역사회 논의 시작…경기도는 ‘확고한 의지’

[경기 신공항 ‘공론화’ 길을 묻다] 하. 지역사회 논의 시작…경기도는 ‘확고한 의지’

  • 김현우 기자
  • 승인 2022.11.08 19:24
  • 수정 2022.11.08 21:44
  • 2022.11.09 1면

경기도는 숙의 토론회…지역주민은 자발적 논의

100명 규모 '도민참여단' 구성

전문가 그룹 다양한 대안 수렴

여론조사 진행·숙의 과정 공개

수원·화성시민, 모임 꾸려 토론

▲ 지난달 29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광교홀에서 '도심 내 군공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찾아온 경기도민 101명이 단체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5년여간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를까. 수원시와 화성시, 그리고 경기 남부권의 관심 사안인 '군공항 이전', '국제공항 건설'에 대한 공론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도는 민선 8기 핵심 과제로 반영한 뒤 차곡차곡 순서를 밟아가는 중이고, 지역 주민들의 자체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본의 사례처럼 공론화를 통해 주민 찬·반 갈등과 기피 현상 등을 해결할지 주목된다.

 

 

▲ 지난달 29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광교홀에서 '도심 내 군공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찾아온 경기도민 101명이 단체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공항 공론화, 어디까지 왔나

8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오는 12일 '도심 내 군공항 문제 해결'을 골자로 한 숙의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토론은 도민참여단 약 100명이 조를 나눠 현 군공항으로 인한 피해와 합리적인 해결 방안 등을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민참여단은 도내 4개 권역(경부권·동부권·북부권·서해안권)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나이와 성별 등을 비례해 구성됐다. 도는 토론에 분야별 민간전문가가 참여, 다각도의 정보가 다뤄지도록 했다.

지난 10월 열린 1차 토론에서는 주민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군공항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피해 현황이나 이전 사업, 궁금한 사항, 아쉬운 점 등의, 내용을 허울 없이 공유했다. 그 결과 △투명한 정보 및 조사 부족 △중앙정부 미참여 △재산권·소음 피해 보상 △국제공항 건설 대안 등이 제시됐다. 주요 의사 결정은 도민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앞서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두 차례 열었던 공론의 장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있는 역할과 동시에 다양한 대안 가능성을 열고 접근하길 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 사례의 벤치마킹 필요성을 강조한 우정범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은 “소음 피해, 재산권 행사 제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지만, 갈등을 본질로 보는 게 아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공항 건설을 언급한 김주석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 계획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기부대양여(민간 투자로 먼저 신공항을 짓고, 후적지를 개발해 수익을 환수하는 방법)'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중앙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해관계가 다양한 만큼 여러 주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경기남부 국제공항 건설까지 포함한 사업 계획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교수는 “공항과 활주로는 국가자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투자 대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민·군 합동공항이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군공항 이전'을 전제로 하는 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시선도 엿볼 수 있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미사일 보유 등으로 한국의 군사력이 증가한 데다 노후 전투기 운영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도태 시기에 맞춰 군공항 규모를 축소, 점진적으로 폐쇄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이경순 (유)갈등조정센터 상임이사도 공군 분산 배치나 점진적 폐쇄 등의 선택지를 제시했다.

경기도는 학계 권장 등을 참고해 공론화 절차를 세분화했다. 우선 8개 권역에서 도민 2000여명이 참여하는 여론조사를 완료했고, 앞으로 전문성 있는 연구용역 등을 예정했다. 중립적 관점에서 근거 수립 등의 기초를 다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숙의 과정은 모두 기록하고, 도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온라인 홈페이지와 보도자료 등으로 공개한다. 이는 해외에서도 갈등 해소에 활용한 방법이다. 일본 중부국제공항은 최근 활주로 확장공사 사업과 관련, 별도 홈페이지를 마련해 모든 계획과 정보를 국민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달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군공항 이전이 아닌 경기국제공항 건설, '국제자유도시' 조성 등을 제안하며 공론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김 지사는 후보지나 사업 계획을 예단하지 않고 폭넓게 검토할 방침이다.

자발적인 주민 공론화도 눈에 띈다. 전투기 소음피해 해결을 바라거나, 지역 발전을 희망하는 수원·화성지역 주민들이 지혜를 모으자는 차원에서 모임을 만들고 토론에 나서는 모습이다.

6월 이후 화성시 동탄·병점·봉담·향남 등 지역에서 아파트 대표 등으로 있는 주민들이 '공항이전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병점권 연합회', '화성국제공항 유치 화성시민 비상대책위원회', '화성국제공항 유치 시민연대' 등 주민단체 역시 함께 공론화에 노력하기로 했다.

최근 화성시 봉담읍 화성시민대학에서 30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토론에선 △도심 속 군공항 피해 사례 △국제공항 유치에 따른 발전 가능성 △공론화 필요성 등이 논의됐다.

 

◇ 주민 공론화란?
학계 등이 설명하는 '공론화'는 특정한 공공정책 사안이 초래하는 혹은 초래할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주민과 함께 모색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해관계자·전문가·주민 등의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고 공론을 형성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무작위로 추출되고 개인 직감이 반영된 일반적인 '여론'과 달리 숙의를 통해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갖춘 능동적인 의견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집단의견으로 평가된다.
공론화는 반드시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①대표성(권역·성·나이 등을 고려한 주민참여단) ②숙의성(학습토의를 중심으로 숙의 토론 진행) ③포괄성(주민 여론조사와 의견 수렴) ④공정성(위원회 구성을 통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공론화) ⑤투명성(숙의 과정 공개) ⑥자발성(자발적 참여에 의한 운영) 등이 있다.

 

 

부지사 직속 '경기국제공항 추진단'

▲ 일본 중부국제공항이 ‘활주로 확장 사업’에 대해 세부 계획을 공개한 자료 갈무리. 공항 측은 별도 홈페이지를 마련해 PI(Public Involvement·국민 참여) 보고서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했고, 수시로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인천일보 DB

▲새 조직 앞둬…‘갈등 조정’ 기대

경기도는 지난 10월 김동연 지사의 민선 8기 핵심 공약 등에 맞춘 조직개편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편안은 미래성장산업국, 사회적경제국 등과 함께 경기국제공항 유치를 위한 전담 조직을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향후 3급 담당관 체제의 ‘경기국제공항추진단’이 경제부지사 직속으로 편제된다.

뚜렷한 윤곽은 아직이지만, 해당 조직은 단순히 군공항 이전만 아니라 국제공항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 지사의 방침에 따라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능력에 중점을 둘 전망이다.

동시에 갈등을 조정하는 업무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는 2018년 주민과 지자체, 지역 간 빚어지는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갈등조정관’ 제도를 도입했다. 도내 갈등 현안은 2017년 이후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5건씩 발생하고 있다.

전문경력을 보유한 조정관들은 매년 체계적으로 갈등을 진단하고,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심의 등을 거쳐 해법을 모색한다. 이들은 이해관계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이자,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소통역할도 맡는다. 그 결과 용인시와 성남시가 2020년 3월부터 교통량 증가에 따른 대책을 놓고 다퉜던 ‘고기교 확장 공사’ 갈등을 해결하는 등 다양한 성과가 있다.

현재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사업관리총괄팀에서 약 16년 활동(평택시 캠프험프리스·K-6 이전 사업 등)하고, 성공적인 공론화 실무경험을 가진 갈등조정관도 있다. 배경이 유사한 군공항 이전 문제의 각종 절차에 있어 조력자로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재 도 갈등조정관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은 주민 간담회만 160회 넘게 열렸을 정도로 공론화 절차가 많았고, 찬·반 주민과 소통하며 대안을 찾는 과정이 철저했다”며 “도 공론화 정책에 발맞춰 현장에서 방법을 찾아 갈등을 해소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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