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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의 '복지 실험'…우리 동네 집배원이 '세모녀 비극' 막는다

우체국의 '복지 실험'…우리 동네 집배원이 '세모녀 비극' 막는다

복지 소외로 잇따른 비극…우체국, 올해부터 '복지 등기 사업' 추진

현재 5개 지역에서 시범 사업 추진…"오는 10월까지 9개로 확대"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2022-09-12 05:00 송고


암투병 등 병환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생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차려진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관계자가 빈소를 차리고 있다. 이날 수원시는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지난 21일 사망한 채로 발견된 세 모녀의 공영장례를 지원하기로 밝혔다. 장례는 이날부터 26일까지 삼일장으로 치러진다. 26일 발인 후 수원시 연화장에서 화장한다. 유골은 연화장 내 봉안담에 봉안된다. 2022.8.2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지난달 21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시 송파구에서 같은 사건이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는 여전했다. 이처럼 시스템의 바깥에서 소외계층이 방치되는 비극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최근 우체국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부터 '복지 등기 사업'을 개시했다. 이는 우본이 집배원을 활용해 지역사회의 위기 가구를 발굴하는 사업이다. 집배원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기 가구 목록을 받은 후 해당 가구를 직접 방문해 생활 및 안전 상태 등을 파악하는 식이다.

이번 사업은 위기 가구를 적시에 찾아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부터 시작됐다. 우본은 특히 가구의 거주지와 주소지가 다른 경우가 많아 실거주 확인이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복지 공무원 인력이 한정돼 현장 방문이 어렵다는 한계점도 계기가 됐다. 실제로 현장 방문을 통해 위기 가구를 발견하는 데에는 약 13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우본은 우체국의 인프라를 활용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우리 동네 생활 밀착형 기관'으로서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특히 우체국은 이미 라돈 매트리스 수거, 코로나19 공적 마스크 수급, 자가진단키트 배부 등으로 공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난 7월 부산시 영도구를 시작으로 현재 전남 영광군, 서울시 종로구, 용산구와 더불어 강원도 삼척시 등 총 5개 지자체에서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시범 사업에는 총 290여명의 집배원이 참여 중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부터 '복지 등기 사업'을 개시했다. 집배원이 지자체의 복지 사업 등을 안내하는 등기 우편물을 사각지대 의심 가구에 배달한 이후 직접 위기 가구를 방문해 위기상황점검표를 작성하는 사업이다.(우본 제공)

우선 지자체로부터 위기 가구 목록을 받으면 집배원이 지자체의 복지 사업 등을 안내하는 등기 우편물을 사각지대 의심 가구에 배달한다. 이후 집배원이 직접 위기 가구를 방문해 위기상황점검표를 작성한다.

점검표에는 '대상자가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집 주변에서 악취가 난다', '집 주변에 쓰레기 또는 술병이 많아 보인다' 등의 항목이 갖춰져 있다. 해당 항목에 따라 가구의 상태를 파악한 후 집배원이 이를 지자체에 전달하면 지자체에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상 가구는 단전·단수, 공과금 체납 등으로 위기 상황이 의심되는 가구이며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긴급 복지 신청탈락자 등도 포함된다.

실제로 부산 영도 지역의 경우 104명이 이 '복지 등기'를 수령했다. 이중 3명이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안내를, 26명은 복지 상담을 받았다. 건강센터와 연계하거나 지자체의 유선 및 방문 상담 대상자로 포함되는 경우도 있었다.

집배원을 대상으로 한 위기 가구 발굴 교육도 진행된다. 지자체의 복지 관련 부서 담당자가 우체국을 방문해 면담 방법, 현황 관찰 방법, 복지 사각지대 발굴 사례 등에 대해 교육한다. 부산 영도구와 종로구는 각각 영도 우체국과 광화문 우체국 집배원을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임명하기까지 했다.

우본은 집배원 업무 부담이 크지 않은 범위에서 지차체와 협의해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평균적으로 1인당 1회에 2~3통의 복지 등기를 배달한다고도 설명했다.

우본 관계자는 "처음 실시되는 사업임을 감안해 집배원에게 업무 부담이 가지 않는 수준으로 지자체와 배달 횟수나 물량을 협의하고 있다"며 "집배원분들이 업무 부담을 호소한 경우는 아직 없었다"고 밝혔다.

우본은 시범 사업 지역을 오는 10월까지 9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본 관계자는 "참여를 희망하는 지자체의 수요를 고려하고 지역적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가급적 도시와 농어촌, 수도권과 지방 지역을 골고루 포함하여 시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g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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