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러가지의 칸 ===/◇건강의 모든_의료.음식 등.기타 종합

"코로나 대면진료 모든 병의원으로 확대"… 의료계가 말하는 3가지 조건은

"코로나 대면진료 모든 병의원으로 확대"… 의료계가 말하는 3가지 조건은

입력2022.03.29 04:30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지만, ‘스텔스 오미크론’이 우세 변이가 된 바람에 대규모 확진자 발생이 당분간은 이어질 전망이다. 급증한 경증 환자를 감당하기 위해 정부는 확진자 대면진료를 모든 병·의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코로나19를 일상 의료체계에서 수용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조치다. 의료계는 이를 위해 3가지 선결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①유행 감소세 뚜렷해져야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중대본 회의에서 “코로나19가 아닌 질환까지 원활하게 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외래진료센터 신청 대상을 모든 병·의원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확진자도 어느 병·의원에서든 어떤 병이 있든 1차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재택치료와 전화상담이 원칙이고, 대면진료는 전국 263곳의 외래진료센터에서만 허용된다.

코로나19 대면진료가 얼마나 폭넓게, 빠르게 확대될지는 얼마나 많은 병·의원이 외래진료센터를 하겠다고 신청하느냐에 달려 있다. 의료계는 코로나19 진료 경험이 없는 병원들까지 대면진료에 참여하려면 유행 감소세가 확실해져야 한다고 본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8만7,213명이었지만, 오후 9시까지 33만3,951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25일 만에 20만 명 아래로 떨어졌던 숫자가 다시 30만 명대로 올라선 것. 전반적인 확진자 수 양상은 이번주 중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세종=뉴스1

그런데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1.3~1.5배 센 하위 변이인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복병이다. 이달 넷째 주 검출률(분석 대상 변이 바이러스 중 차지하는 비율)이 56.3%로, 우세종이 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진단이나 치료엔 큰 영향이 없지만, 유행 규모나 크기에는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②등급 내리고 감염위험 수가로 지원해야

의료계는 또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1급은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신고하고 음압격리 시설에서 치료해야 하는데, 2급은 24시간 안에 신고하면 되고 음압격리도 필요 없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등급 조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감염병 등급은 의료계가 민감해하는 부분이다. 등급에 따라 검사나 격리 의무 여부, 수가(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받는 돈)와 환자 부담금 등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히 수가는 동네 소규모 의원들까지 끌어들일 핵심 유인책이 된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일상으로 가는 과정에서 대면진료 확대는 당연하다”며 “다만 비대면 진료보다 감염 위험이 높다는 점을 감안, 이를 수가로 보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대면진료 수가를 진찰료 1만6,000원(초진)에 감염예방관리료 3만2,000원을 추가하는 현재 외래진료센터 체계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모두 질병청 예산이나 건강보험에서 충당된다.

2월 17일 오후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마련된 코로나19 재택치료 단기외래진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장비를 옮기고 있다. 수원=뉴스1

반대로 의료계 한편에선 코로나 유행이 크고 작게 계속 이어질 거란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현재의 수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한 의대 교수는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낮춰야 지속 가능한 진료 체계가 된다”고 했다.

③감염 책임과 보상 미리 논의돼야

감염에 대한 책임도 중요한 문제다. 코로나 환자가 머문 병원에서 일반 환자가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보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은 기준이 없다. 격리 해제된 사람이 진료를 받으려면 PCR음성확인서가 필요하다는 일부 병원의 요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료기관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책임져 주는 무과실 책임보상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대면진료가 일상화할 수 있도록 환자 의뢰와 신고 체계, 수가, 안전 체계 등에 대해 의료계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진료과목 제한 없애고 자격·절차 간소화

외래진료센터 참여 신청은 병원급은 이달 30일, 의원급은 내달 4일부터다. 기존 외래진료센터는 호흡기와 관련된 내과나 가정의학과 위주였지만, 이제는 진료 과목에 제한이 없어진다. 전에는 동선 분리 등의 엄격한 조건을 갖췄는지 시·도가 확인하고 외래진료센터로 지정했지만, 앞으로는 지정을 받지 않아도 된다.

중수본 관계자는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시간과 공간을 나눠 운영하는 등 자체적으로 감염 우려를 줄일 방안이 있으면 신청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상세한 신청 방법과 요건은 29일 발표될 예정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