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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알려주지 않는 오피스텔 열풍의 '허수' [이유정의 부동산 디테일]

정부가 알려주지 않는 오피스텔 열풍의 '허수' [이유정의 부동산 디테일]

이유정 기자

입력 2022.02.13 12:15 수정 2022.02.13 15:16

지난해 부동산시장에서 아파트에 버금가는 인기를 끈 주거상품이 있다. 오피스에 주거기능을 더 한 상업용부동산 오피스텔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오피스텔의 경쟁률은 26.3대 1로 처음으로 아파트(19.3대 1)를 앞질렀다. 올들어 금리인상 등 여파로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주춤한 가운데서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지난 1월 한달 기준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은 19.5대 1로 여전히 아파트(15.9대 1)를 앞섰다.

수도권에선 상상을 초월하는 청약경쟁률이 나오기도 했다. 작년 11월 경기도 과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에는 12만명이 몰리며 경쟁률 1398대1을, 서울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 역시 경쟁률이 1312대1에 달했다. 100실 미만이라 전매제한을 받지 않는 영향이 컸다.

이 같이 높은 경쟁률만 보면 오피스텔이 엄청나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경쟁률을 근거로 그런 판단을 한다면 큰 낭패를 보게 될 공산이 크다. 오피스텔과 아파트는 태생자체가 다른 상품으로 청약을 위한 자격요건부터 면적기준, 세금제도 등 전혀 다른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선 오피스텔 청약경쟁률에는 엄청난 허수가 있다. 청약통장, 청약가점, 거주지요건, 무주택요건 등 사실상 청약을 신청하는 데 아무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서울에서도 무주택세대, 그 중에서도 세대주만 청약할 수 있다. 오피스텔이라면 제주도에 사는 유주택 세대원까지도 모두 청약이 가능하다. 청약자격을 갖춘 사람의 숫자 자체가 수 십배가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청약에 따른 기회비용도 180도 다르다. 규제지역에서 아파트에 당첨됐다 포기하면 최대 10년간 재당첨제한이 적용된다. 그 동안 피 땀 흘려 모아온 청약점수도 당연히 허공으로 날아간다. 반면 오피스텔은 청약통장 자체가 필요없기 때문에 패널티도 없다. 돈이 없어도, 살 생각이 없어도, 문득 든 호기심만으로도 ‘묻지마 청약’을 넣어보는 사람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13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던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와 신길AK푸르지오에서도 계약금조차 마련하지 못해 미계약이 상당히 나왔다. 수 십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오피스텔 중에서도 실제 계약률은 저조했던 단지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 허수의 내면을 볼 수 없다.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남은 잔여물량들을 사업자가 공개하지 않고 알아서 처분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였다면 청약홈에서 공개방식으로 무순위 청약을 하기 때문에 실제 계약률이 어땠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상품의 차이도 모르고 시장 분위기에, 청약 경쟁률에 호도되는 사람이 문제”라는 비판도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는 문제다. 애초에 제도자체가 너무 복잡하고 자주 바뀌다보니 ‘그냥 열심히 일하면서 사는 아주 보통의 직장인’이 손쉽게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공급부족으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꿩 대신 닭’으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유사주택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아파트와 달리 건축규제가 적어 자투리 땅 등을 활용한 발 빠른 공급이 가능한 상품들이다.

애초에 주거목적이 아닌 상품을 변칙적으로 주거용으로 사용하라고 장려하다보니 시장이 왜곡되고 수요자들은 헷갈린다. 상승기에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하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선의의 피해자들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내 집 마련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 때문에,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 시세수준에 분양된 ‘비싼 유사주택’을 잡은 20~30대들이다. 정작 시장을 왜곡시킨 정부는 그 눈물을 닦아주지 않을 테지만.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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