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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광교칼럼] 국립농업박물관 개관을 기다리며- 김우영 논설위원

[김우영 광교칼럼] 국립농업박물관 개관을 기다리며- 김우영 논설위원

승인 2022.01.25 09:20

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눈 오던 날 축만제(서호저수지) 둘레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어렸을 때 앞산 뒷산에서 자주 들려오던 소리여서 반가움에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여기산 쪽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는 국립농업박물관 방향이다.

그런데 겨울철에도 뻐꾸기 소리가 들렸었나?

아무려면 어떤가. 내 발길은 자연스럽게 농업박물관으로 향한다.

지난 2019년 10월 착공, 올해 준공되는 박물관은 농업관, 어린이 체험관, 식물공장, 수장고, 강당 등이 있는 본관과 교육실, 세미나실, 도농라운지 등이 있는 별관으로 구성된다. 스마트팜 체험과 곤충 전시, 열대·희귀식물이 있는 유리온실과 부속동도 있다. 옥외에는 다랭이논 등 농경작 체험공간과 관람객의 휴식 공간이 있는 공원형으로 조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건물들은 거의 모두 지어졌고 내부 전시실 등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준공을 앞두고 있는 국립농업박물관. (사진=김우영 필자)

지난 2014년 9월 농촌진흥청이 수원을 떠났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축산과학원은 전북혁신도시(전주)로, 농림축산검역본부·국립종자원은 경북혁신도시(김천)로 이전됐다.

정조대왕 시기부터 시작된 농업과학의 도시임을 자랑스러워하던 시민들 아쉬움은 컸다.

그러나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농촌진흥청을 이전한다는 정부의 방침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대신 농촌진흥청이 이전한 자리에 국립농업박물관이라도 건립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수원시는 “비록 국가 정책으로 농업 관계 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되지만 국립농업박물관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수원에 건립돼야 한다”며 강력하게 요구했다.

농업박물관이 수원에 유치돼야 하는 당위성은 충분하다. 농촌진흥청 자리 북쪽 여기산 일대는 청동기시대 유적지를 비롯해 초기 삼국시대의 벼농사 흔적이 발견됐다. 뿐만 아니라 수원은 농업개혁의 혁신지역으로서 조선 정조 때 국영농장이 시범 운영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정조시대와 수원역사 전문가인 김준혁 교수는 지난 해 한 신문에 쓴 칼럼을 통해 “당시에는 저수지를 이용한 농법이 흔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실험하고 성공시킬 수 있는 혁신 지역이 필요했고, 이를 수원으로 선택했습니다”고 밝혔다.

정조는 1800년 6월 1일 아침에 조정에서 특별한 회의를 개최하면서 신하들에게 왜 수원 화성을 건설하고 신도시를 조성하는지 아느냐고 화성유수 서유린에게 물었다. 그때 서유린은 정조의 진짜 의중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정조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화성(華城)을 건설한 진짜 이유는 조선의 백성들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새로운 농법을 실험하고, 이를 성공시키고, 성공시킨 농법을 조선 전체에 보급하여 모든 백성이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함이다’ 정조는 국왕으로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혁신 농법을 개발하여 쌀 생산량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논에 물을 안정되게 공급시키는 저수농법과 토지를 비옥하게 하는 퇴비 응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라는 것이다.

이 때 건설된 축만제는 유엔 국제관개배수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정도로 세계 농업사에 획기적인 농업유산이다. 이후 일제 감정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농업의 성지’가 됐다.

국립농업박물관은 농업의 역사적·문화적 상징성을 가진 수원과 가장 어울리는 박물관인 것이다. 앞으로 수원의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수원시의 정당한 요구는 정부를 움직였다.

2013년 8월 12일 수원시와 농식품부는 수원시청에서, 전국 최초로 수원시에 국립농업박물관을 건립하는 데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박준기 국립농업박물관 설립위원은 “농작물이 자라고, 곤충과 물고기가 노니는 숨 쉬는 박물관, 살아 있는 박물관을 지향한다. 박물관 고유의 기능인 농업 관련 역사·문화와 유물을 전시·기록하는 농업관과 어린이체험관, 식문화관, 야외체험장 등 방문객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서호 저수지와 연계한 야외 텃밭, 과수원, 다랭이논 등 실제 경작지를 조성해 박물관을 찾는 도시민들에게 도심 속의 힐링·문화·휴식 공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반기에 개관하는 국립농업박물관에 거는 기대가 크다.

 

◼ 전시 개요 ◼

<전시주제>

농업의 역사·문화·미래를 아우르는 전시·교육·체험 공간을 통해 우리 농업의 소중함을 이해

 

<스토리라인>

►농업관: 땅과 물, 씨앗, 짓기, 거두기, 갈무리와 먹거리, 나르기와 쓰임새, 가축 기르기, 소재농업, 미래농업 등 각 전시분야별 농업역사를 보여주고 미래비전을 제시

►어린이체험관: 주 전시관, 부 전시관으로 나누어 벼의 성장과정을 배우고 체험하는 콘텐츠 구성

►식문화관: 음식의 기본이 되는 식재료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요리체험을 통해 음식의 가치와 소중함을 공감하는 공간 제공

►야외체험: 다랭이논·밭, 과수원, 12월령 등 농경문화 체험을 통한 휴식과 힐링 공간 제공

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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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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