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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3인, 2022년 부동산 시장을 논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부동산 문제는 계속될 것

전문가 3인, 2022년 부동산 시장을 논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부동산 문제는 계속될 것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 “종부세 고지서 받지 않았으니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 버려야… 서민이 가장 큰 피해”
⊙ “보유세로 주택 가격 잡겠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

2020년 7월 27일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문재인 정권 부동산 대책 헌법소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조선DB

부동산 정책은 대선(大選) 정국의 가장 큰 이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취임 때부터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들고나왔지만 참패했다. 한국부동산원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의 중위권 부동산 평균 가격은 문 정부 집권 초기(2017년 5월)와 2021년 11월을 비교했을 때, 평균 100% 이상 올랐다. 임대차 3법, 대출 규제, 중개수수료 인하 등 수십 차례에 걸친 정책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주택 보유자에 대한 재산세, 양도세 폭탄으로 이어지며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사람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들 중 5만 명은 종부세를 나눠 내겠다며 분납 신청을 한 상황이다.

 

정부는 수습에 나섰다. 기획재정부가 신년 초부터 종부세 완화 사항을 담은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전문가들은 한시적인 조치가 아니라, 종부세에 대한 전면 수정과 나아가 정책 입안자들의 부동산에 대한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의 98%가 종부세와 무관하다는 건 거짓말”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말이다.

 

“종부세 고지서가 매년 부과됐는데 왜 하필 지난해에 유독 원성이 컸느냐고 하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 소득은 전혀 늘지 않았는데 내 집에 부과된 세금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가는 0.5% 정도 올랐는데 주택 공시 가격은 10~20% 올랐습니다. 그동안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보지 않은 이들에게 세금이 부과됐고, 적은 세금을 내던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2~3배의 세금을 물렸으니 원성이 폭발했던 겁니다.”

 

― 정부는 ‘국민의 98%는 종부세와 무관하다’고 했는데요.

 

“거짓말이죠. 5500만 명의 국민 중에는 어린이, 청소년도 있습니다. 갓난아이가 돈을 버나요? 갓난아이가 주택을 소유하나요? 그들까지 합산해서 국민의 대다수가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고 호도했습니다. 그 발표로 오히려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습니다.”

 

시장에서 정부의 발표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곧장 ‘98%는 무관하다’는 쪽에서 발을 뺐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세 대상을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숫자(2092만 가구)나 주택소유가구(1173만 가구)와 비교하면, 과세 대상이 각각 4.5%, 유주택가구 중 8.1%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지적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과는 사상 최고였다.

 

 

“운동권 정부가 독재자 흉내 내며 부동산 시장 접근”

 


심교언 건국대 교수. 사진=조선DB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문제의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의 사회주의적 시각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주택은 N 분의 1로 가질 수 없다. 2000만 가구가 모두 집 한 채만을 소유한다면 2000만 호 이상이면 집이 남아야 하지만 불가능하다”며 “불가피한 2주택자, 증여나 상속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사람 등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을 바라보는 사고관 자체가 틀렸다. ‘부동산에서 생기는 것은 불로소득’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국가가 나서서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패착의 원인”이라며 “부동산은 악(惡)이라는 편협한 사고가 온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봤다.

 

부동산에 대해 편협한 시각적 한계를 드러낸 문재인 정부는 이를 단순히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데 머물지 않고, ‘세금’을 앞세워 국민 옥죄기에 나섰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수학과 교수는 “운동권 정부가 독재자 흉내를 냈다”고 말했다.

 

“조세를 국민을 징벌하는 수단으로 쓰는 것은 과거 독재 국가에서나 쓰던 방식입니다. 세금은 우리에게 이익이 될 때만 거둘 수 있습니다. 국민이 지급하는 돈 이상의 이득이 돌아올 때 세금이 존재하는 겁니다. 조세 이득이 존재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과거 독재 국가에서 포퓰리즘 수단으로 사용하던 방식입니다. 보유세를 높여서 주택 가격 안정화의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발상은 듣도 보도 못한 일입니다.”

 

종부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이 이를 ‘징벌적 과세’로 느끼기 때문이다. 종부세가 시행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였지만, 유독 문재인 정부 들어 ‘집 가진 사람이 죄인’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김우철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조세에 대한 편협한 생각으로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환상에 빠졌다. 세금 제도 오남용은 조세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득세는 능력에 따라 부과되는 누진세이지만, 보유세는 단일 비례세입니다. 재산이 많으면 재산세를 많이 낸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종부세는 세율 구조가 비합리적입니다. 0.2~0.6%의 다단계 세율을 적용했고, 주택 숫자, 주택 보유 지역에 따라 다르게 매깁니다. 세금을 이렇게 부과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애초 도입 취지와 달리 기형화된 겁니다. 투기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종부세가 비정상적인 세제가 되도록 한 것은 큰 문제입니다.”

 

 

“국민에게 징벌적 세금을 매기는 것은 反헌법적 사고”

 

― 세금은 애초에 왜 부과하는 겁니까.

 

“공공재, 공공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국민이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고, 이에 관한 권한을 국가에 위임한 것입니다. 조세결정권은 국민에게 있고, 의회가 납세자를 대변하지 않고 정당 이익을 대변하면 권한 남용입니다. 국가가 과도한 위임권을 가진 것으로 착각해 국민에게 징벌적 세금을 매기는 것은 반(反)헌법적 사고입니다. 조세법률주의는 일본에서 빌린 것인데 과세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 세금 부과의 대상, 규모를 국회에서 마구잡이로 정할 수 없죠.

 

“당연합니다. 만일 투기꾼이나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더 물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해도 납세자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암암리에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국가가 정상적인 과세의 목적으로 세금을 가져가면 문제가 없지만, 집값으로 돈을 벌었거나 벌 것 같은 사람에게 회수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투기자=적’이 됩니다. 독재자의 과도한 임의 과세로 국민을 혼내는 모습이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 왜 전 세계적으로 없는 세금이 우리에게만 생겼나요.

 

“독재 권력 시대에 활용했던 것을 잘못 배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보유세가 올라가면 조세자본화 효과에 의해 집값이 내려간다는 것은 교과서에 있습니다. 단, 그것은 집이 충분하다는 전제 조건에서입니다. 우리와 같이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보유세 올릴 때 군사작전 하듯 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 사진=조선DB

권대중 명지대 교수의 얘기다.

 

“국민이 종부세를 징벌적 과세로 여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본이득 과세와 소득이득 과세는 다릅니다. 자본이득은 점진적으로 올리거나 신중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자본이득을 소득이득인 양 치부해버렸죠. 10억짜리 아파트가 20억원이 된다고 해도 소득이 생기는 것은 아닌데, 똑같은 아파트에 대해 세금을 2~3배 부과한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 종부세가 몇 차례 개편됐죠.

 

“MB 정부 때 1가구 1주택자에 매기는 종부세 기준을 공시지가 9억원으로 올렸죠. KB국민은행의 시세에 따르면 서울의 중위권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3000만원입니다. 국민 원성이 높아지니까,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 부과 대상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렸습니다. 현 정부에서 보는 고가 주택의 기준이 11억원이라는 얘기입니다.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3000만원인데 과세 대상은 11억원 이상이라는 것은 더는 종부세가 부자세가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보통세가 된 겁니다. 당연히 국민 원성이 높을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 정부에서 집을 살 때 융자를 안 해주는 기준은 15억원으로 해놨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15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매할 때는 금융권에서 10원도 빌릴 수가 없죠. 그러면 고가 주택 기준이 11억원입니까, 15억원입니까.”

 

심교언 교수는 “부동산 진단을 잘못했고, 접근법도 틀렸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고, 세계적으로 최초라는 수식어만 만들어낸 4년이었다”고 말했다.

 

“집값이 현행보다 떨어져야 맞는지, 5% 뛰면 안정인지에 대한 정의조차 없습니다. 선진국은 집값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 수준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적정 수준에 대한 정의조차 없습니다.”

 

― 문제가 생길 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대책을 내놨죠.

 

“규제 융단 폭격이라고 불렸던 8·2대책(2017년 8월 2일에 발표) 때부터 가관이었습니다. 거대 기업들의 법인세를 올린 날이었는데, 그날 하필이면 부동산 대책 발표를 하는 바람에 물타기 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았었죠. 휴가지에 있던 장관이 뛰어와서 발표를 해야 할 정도로 급한 일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9·13대책(2018년 9월 13일)을 발표하는 날에는 ‘보완대책은 나중에 발표한다’고 했습니다. 뭐가 그렇게 급해서 보완대책도 만들지 않고 부동산 정책 기자회견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동산 정책 발표에 따른 단기 효과, 장기 효과, 지역적 효과, 수혜계층, 피해계층에 대한 스터디가 일절 없었습니다. 공청회, 당·청 회의가 없었고, 보유세를 올릴 때는 군사작전처럼 했습니다. 국토위 심의는 서면으로 대신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15억원 이상 아파트 대출 0원, 9억원 이상은 집값의 20%, 취득세 8% 등입니다.”

 

 

 

중산층의 ‘드림 하우스’는 모두 종부세 대상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사진=조선DB

이렇게 되자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 17명의 법조인과 교수는 2020년 12월에 “종부세 인상은 국민 재산권 침해”라며 종부세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회가 나서서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조세법률주의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올리려면 국회 심의 절차를 거치고 국민적 합의를 이룬 다음에 추진하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법률 개정 사항이 아니라 공시가격 등 편법으로 세금을 올렸으니 문제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종부세를 과도한 재산권 침해로 보지 않는 편이었고, 국회가 충분히 나서서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위헌 시비가 일기 전에 국회가 자기 역할로 종부세를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 정상화라면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부동산에 보유세를 부과하는 대원칙은 동의하지만, 재산세와 종부세는 통합하고, 재산세 세율 구조를 간소화해야 합니다. 주택 숫자에 대한 과세, 지역별 중과세는 반드시 손을 봐야 합니다. 특히 소득이 없는 1주택자에 과세할 때는 앞으로 재산을 처분할 때 세금을 내도록 과세를 유예해줘야 합니다.”

 

― 많은 전문가가 얘기했지만 도돌이표였죠.

 

“종부세가 일부 계층에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서울에서 전철역 근처에 있고, 학군이 괜찮은 대단지 아파트가 과거 중산층의 조건이었습니다. 대다수의 중산층이 꿈꾸는 그런 집은 이제 거의 종부세 대상입니다. 당장 올해 나에게 고지서가 날아오지 않았다고 해서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박근혜 부동산 정책이 맞았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 2%뿐이라고 거짓말을 했지만, 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은 당장 폐지돼야 합니다. 임차인을 위한 법이라고 만들었지만,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부추기고 임차인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임대차 3법 시행과 보유세 폭탄은 서울을 중심으로 반 전세와 월세 심화 현상을 만들었습니다. 조세 전가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종부세는 일부 부자들한테만 해당하는 얘기’라며 호도하고 있지만, 서민들을 옥죄는 일입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민 잡는 정책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공급을 제외한 대다수의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입니다. 주택담보대출자의 50%가 생계형 서민입니다. 정작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만 아파트 전세를 얻거나 집 한 칸을 살 수 있는 이들을 내몬 것이 문재인 정부입니다. 임대차 3법으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거나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서민입니다. 정부의 아파트 공급 동결로 집 살 기회를 놓치고 이제는 천정부지로 솟아오른 집값에 박탈감을 느끼는 것도 서민들입니다. 공급을 늘리고, 각종 규제를 풀면 된다는 간단한 원칙을 무시해서 가장 큰 피해는 서민이 보는 겁니다.”

 

―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박근혜 정부 시절로 돌아가면 됩니다. 박근혜 정부의 공과(功過)가 있지만, 부동산 정책은 옳았다고 봅니다. MB·박근혜 정부는 부동산을 산업으로 봤고, 다주택자를 임대주택을 공급해주는 사람이라고 보고 규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시각이 맞습니다.”

 

 

 

선진국은 부동산 가격지수 조사 100년 이상 했다

 

― 윤석열, 이재명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우선 양쪽 다 하려는 말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선거용 정책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한 번 던져보고 시장에서 반응이 안 좋으면 그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죠. 이재명 후보가 한동안 국토보유세를 신설한다고 하더니 여론이 좋지 않자 슬그머니 그 얘기를 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86년부터 가격지수 조사를 시작했지만, 선진국은 부동산 가격지수 조사를 100년 넘게 했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의식주와 가장 직결되기 때문에 서구권에서는 오랫동안 연구하고, 정책을 바꿀 때 수많은 공청회를 합니다. 국토부에서는 으레 ‘최근 부동산 가격이 3~6주간 안정됐으나 갑자기 불안해질 소지가 있어’라는 식으로 발표합니다. 주거복지 대책을 너무 근시안적으로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겁니다. 문제는 윤석열, 이재명 후보 중 누가 되든지 부동산 문제가 하루아침에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한 번 엉클어진 정부의 대책을 정상으로 돌리는 데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다만 아파트 가격은 다소 조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을 잘해서가 아닙니다. 지나치게 많이 오른 집값 고점 피로도로 인해서 집값 조정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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