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수원시평생학습관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강좌 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프로그램 역시 동 주민센터와 유사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18일 오전 10시 45분께 오전수업이 한창일 시간에 방문한 수원시평생학습관은 넓은 공간과 쾌적한 인테리어에 비해 적막감이 감돌 정도로 조용했다. 강의실이 가장 많은 3층(11개)에서는 우쿨렐레와 댄스스포츠 단 2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나머지 교실은 텅 빈 채로 방치됐다. 1층과 2층 역시 동아리 활동 등으로 강의실을 빌려 쓰고 있는 1곳을 제외하고 5곳에서는 교육생이나 강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시간에는 4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돼야 하지만 이중 2개는 신청자 수 부족으로 이미 폐강된 상태였다. 더욱이 평생학습관 1층에 위치한 도서관은 책 정리가 덜 끝나 문도 열지 못했고, 식당 역시 '외국어마을 학생만 이용할 수 있다'며 굳게 닫혀 있었다.

18일 수원시에 따르면 수원시 팔달구 구 연무중학교 자리에 위치한 수원시평생학습관(이하 학습관)은 '학습을 통한 시민들의 자아실현과 학습공동체 형성' 등을 목표로 지난해 10월 28일 문을 열었다. 학습관(연면적 4천683㎡)은 인접한 외국어마을(연면적 2천336㎡)을 포함, 부지 매입과 리모델링에 451억8천800만원이 투입됐으며 학습관에는 올해 운영비 15억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현재 이곳에선 일회성 특강과 폐강된 4개 강좌를 제외한 단 22개 프로그램만 운영중이다. 3층짜리 학습관 건물에 세미나실을 포함, 17개의 교실이 갖춰진 점을 감안할 때 턱없이 적은 숫자다. 실제로 3~4개의 교실을 갖고 있는 일반 동 주민센터에서도 10~20여개의 강좌를 운영한다.

게다가 특색있는 프로그램보다 일반적인 강좌인 기초영어회화나 컴퓨터교육, 요가, 댄스스포츠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시민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이곳에 처음 방문했다는 이모(34·여)씨는 "공사할 때부터 기대를 많이 했지만 막상 와 보니 프로그램이 얼마 없다"면서 "3월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늘어날 거라는데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학습관 관계자는 "3월부터는 인문대학 등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라면서 "일부 빈 강의실은 동아리 활동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수원시평생학습관은 지난해 10월 초 민간제안 공모를 통해 선정된 희망제작소가 위탁 운영중이다.

/김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