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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하여- (임종훈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초빙교수, 전 청와대 민원비서관)

[기고]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하여- (임종훈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초빙교수, 전 청와대 민원비서관)

기자명 임종훈 입력 2021.12.19 19:16 수정 2021.12.19 19:24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 다가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선책을 제시하는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두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통령제라는 권력분립형 정부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입법부에서는 집권당을 매개로 입법에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되고 있으며, 사법부에서는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을 통해서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고, 행정부에서는 모든 국정 수행이 대통령 비서실이나 정책실을 통해서 대통령에게 보고된 후 대통령의 지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입법·행정·사법이 각각 고유의 기능을 갖고 상호 견제하도록 만들어진 권력분립이 대통령으로의 권력집중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권력은 부패하기 쉬우며,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고 말한 프랑스 몽테스키외의 말대로 절대적 권력은 아닐지 몰라도 효과적으로 통제되지 못하는 권력은 결국 독선과 독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수십 차례의 거듭된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원전 산업의 무모한 폐기도 집권 세력 내에서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는 차원에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제거하고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복원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우선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에서 국회 소속으로 변경해야 한다. 헌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미국과 영국이 이러한 체제를 갖고 있다.

그리고 국무총리 임명 시에만 국회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는 헌법 규정을 개정하여 모든 장관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장관 임명 시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되고, 청문 결과는 대통령을 기속하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차관보급 이상의 공직자 임명에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헌법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일로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폭넓게 위임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책임총리제’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만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 부분 국무총리에게 위임하는 제도를 ‘책임총리제’라고 한다면, 이것은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역업무나 특정의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 업무, 국무조정기능 등 업무를 특정해서 총리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정부조직법 등에 마련한다면 이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행정 각 부의 운영은 1차적으로 장관이 책임지게 하도록 해야 한다. 차관 이하 공직자에 대한 임명권도 장관에게 과감하게 위임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행정 각 부에 대한 지휘·감독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대통령 비서실과 정책실의 조직과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중요한 국가정책기조에 관해서만 청와대가 개입하고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5년간 재임하는 동안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절반 이상을 자기 사람으로 교체할 수 없도록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의 임기를 현행 6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 역시 헌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문제가 많다.

임종훈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초빙교수, 전 청와대 민원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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