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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공약 비교] ⓛ에너지 정책… 李 ‘신재생 중심 脫탄소‘ vs 尹 ‘脫원전 폐기’

[대선 후보 공약 비교] ⓛ에너지 정책… 李 ‘신재생 중심 脫탄소‘ vs 尹 ‘脫원전 폐기’

이재명, 신재생에너지 강조, 탄소 감축목표도 강화

윤석열, 문재인 정부 탈원전 폐기 강한 드라이브

업계 일각에선 이재명의 너무 빠른 신재생 드라이브 우려

윤석열 선대위는 에너지정책 비전 제시 아직 미흡

이재명, 최근 탈원전 벗어나려는 발언도

김문관 기자

입력 2021.12.05 07:00

내년 3월 9일 대선이 9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공약도 슬슬 공개되고 있다. 최근 전자는 이른바 ‘공약 바꾸기’ 논란에, 후자는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내홍에 휩싸여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을 속속 밝히고 있다. 에너지정책 분야에서 이 후보는 신재생 발전을 강하게 주장하며 탄소감축 목표도 강화하고 있다. 윤 후보는 경선 후보 시절부터 정치 진출 결심 계기 중에 하나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제시하는 등 강력한 탈원전 폐기 주장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대립각을 세우는 두 후보의 에너지 정책을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방문,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시대 열 것”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의 에너지 공약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일 선대위 출범식에서부터 “각 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전국 어디서나 자유롭게 생산하고 팔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18일 “박정희 시대 산업화 고속도로, 김대중 시대 정보화 고속도로처럼 에너지 대전환 탈탄소 시대에 걸맞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전국 어디서나 신재생에너지를 생산 유통 판매할 수 있게 하면 에너지 자립과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조기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전국에 실핏줄처럼 이어진 지능형 전력망을 통해 지방의 농어촌 주민들이 발전 사업에 참여하고, ‘햇빛연금·바람연금’을 받으면 소득이 높아져 사람이 모일 것”이라면서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한 분산형 에너지 생산시스템이 농촌과 지방의 소멸위기 극복을 넘어, 지역부흥의 새 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환경운동가 출신 초선 양이원영 의원의 목소리도 반영돼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양이 의원은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수소법 개정안 소위 현장에서 이런 주장을 강하게 펼치기도 했다. LNG 가스나 원자력 발전을 통한 수소 경제가 아닌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수소경제가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실제 지난달 16일 “2030년까지 탄소(온실가스 배출량) 50%를 감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제시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이 목표를 발표하며, “매우 도전적 과제”라고 했다. 그런데 이보다 10%포인트를 더 높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을 공약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탄소세를 도입해 기업에게 이를 걷어 국민에게 나눠주는 기본소득 재원 일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에너지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조선비즈와 만나 “이 후보의 에너지정책 방향성에는 동감하지만, 시속 20~30km로 달려야 제대로 목적을 이룰 수 있는데 시속 60km이상으로 달리려 하면 목표는 더욱 멀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현 신재생에너지의 비싼 발전 단가와 관련 기술 발전 현실을 감안한 현실성 있는 신재생에너지 로드맵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7월 5일 서울대 공학관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 온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면담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치 진출한 계기 文정부 탈원전과 무관치 않아”

윤 후보는 탈원전 폐기를 강하게 내세운다. 반(反) 문재인 기치를 내걸고 일어선 그는 탈원전도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무지가 부른 재앙’”이라며 “저비용 청정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이 전력과 수소 같은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데 유효한 수단으로 (원전이) 활용되길 바란다”고 썼다. 앞서서도 윤 후보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기업들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다. 특히 그는 앞서 민심 투어 첫 일정 소재로 탈원전을 택할 만큼 원전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윤 후보는 경선 후보 시절 탈원전 정책을 줄곧 반대해온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면담 자리에서 “원전은 저비용·친환경 에너지인데 (정권 교체가 된다면) 탈원전 정책은 당연히 바뀌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그는 “제가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월성 원전 사건,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며 “최재형 감사원장이 감사원장직을 그만 두게 한 것 역시 월성 원전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도 했다.

윤 후보는 NDC와 관련해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우리도 동참해야 하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NDC는 준수돼야 하며 각 부문에서 실천 가능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 측은 “문재인 정부는 각 부문별로 감축량을 산출하면서 관련 산업계와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확정했다”면서 “이는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실천을 어렵게 한다. 그렇기에 NDC 준수를 위해서는 세부적인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후보는 지난달 5윌 경선에서 승리한 후에도 당대표 잠행 등 선대위 내홍으로 아직 제대로 된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지난 1일 긴급 총회를 열고 “정책 전쟁을 치러야 하는 대선에서 권력 다툼 얘기만 나온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매일 공약 발표를 쏟아내는 이 후보와의 경쟁에서 자칫 뒤쳐질 수도 있다는 내부의 우려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9년 7월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현장에서 거대한 크레인들이 원전 주요 구조물들을 짓고 있다. /조선DB

◇이재명도 탈원전 포기? 공약 바꾸기 논란도

다만, 최근 이 후보의 에너지정책은 선회 분위기도 엿보인다. 그는 지난 2일 건설이 중단된 원전 신한울 3·4호기와 관련, 국민 여론에 따라 이 문제를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설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입장을 처음 밝힌 것이다.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2015년 건설이 확정돼 2022년, 2023년 각각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2017년 10월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하고 그해 12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한울 3·4호기를 제외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5년 이상 유지했던 가치 판단 기준이 어떻게 2주만에 바뀌나”라며 “눈은 딱 감고 이득 될 만한 대로 말을 바꿔 버리나”라고 비판했다. 최근 이 후보는 ‘주4일제 근무’ ‘음식점 허가 총량제’ ‘전국민 재난지원금’ ‘국토보유세’ ‘기본소득’ 등 주요 공약을 국민이 바라지 않는다면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밝히며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에서는 실용적이고 유연한 움직임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야당에서는 지지율 확보를 위한 위험한 정책 뒤집기라고 비판한다.

김은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3일 논평에서 “이재명 후보가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와 관련, 국민이 필요하다면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며 “문 대통령의 탈원전 기조를 가장 앞장서서 주창하던 이 후보였던 터라 어떤 말이 맞는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고 했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