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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Q경제] “기준금리가 뭐길래 이렇게 난리인가요?” 쉽게 풀어드립니다

[5Q경제] “기준금리가 뭐길래 이렇게 난리인가요?” 쉽게 풀어드립니다

허유진 기자

입력 2021.11.27 14:00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0개월 만에 ‘제로(0%대) 금리’ 시대를 끝냈습니다.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1%로 정했죠. ‘한은 기준금리 인상’, ‘미국도 기준금리 인상 당기나’ 같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기준금리는 요즘 경제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기준금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0.25%포인트’라는 작은 숫자에 시장과 언론은 왜 이렇게 야단법석인 걸까요. 무엇보다 우리 경제, 나아가 내 ‘지갑’에는 어떤 일이 생기는 걸까요. 기준금리의 실체와 쓸모, 그리고 영향력을 5문답으로 풀어 보았습니다.

◇1Q. 기준금리가 도대체 뭡니까.

기준금리는 한은이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같은,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금리를 일컫는 단어입니다. 이를 부르는 공식 용어는 국가마다 좀 다른데 한국에선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이 정하는 금리를 뭉뚱그려 기준금리라고 일컫습니다. 중앙은행이 몇 개월에 한 번씩 머리를 싸매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이유는 중앙은행의 역할과 밀접히 연결돼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경제에 돈이 적절히 돌도록 하는 겁니다. ‘돈이 적절히 도는’ 상태는 춥거나 더운 날 집에 난방이나 냉방을 해서 지내기 좋은 온도를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경제의 ‘겨울’엔(경기가 얼어붙으면) 온기를 불어넣고, ‘여름’엔(경기가 과열되면) 열기를 식혀주어야겠지요. 기준금리는 냉난방기의 온도 조절기처럼, 주어진 환경에 따라 경제의 온기를 조절해주는 다이얼 역할을 합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하면 시장의 다른 금리들이 연쇄적으로 조정되면서 경제의 온기가 달라지게 됩니다.

◇2Q. ‘기준금리’도 진짜 금리입니까? 쓰는 곳이 있나요?

은행 가면 대출·예금 금리가 큼지막하니 공지돼 있지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중앙은행도 은행이므로 금리를 정하는데요, 그것이 기준금리입니다. 그런데 한은에 가서 주택담보대출 빌리거나 적금 가입하신 분 계신가요? 한 명도 없겠죠. 한은은 우리가 흔히 보는 시중은행과 다릅니다. 시중은행 등이 개인과 기업을 상대한다면 한은 같은 중앙은행의 ‘고객’은 일반 은행입니다. 은행들의 은행인 셈이죠.

시중은행들도 가계와 마찬가지로 어떤 때는 딱 며칠만 쓸 ‘급전’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요, 은행은 이 경우 두 가지 방법을 씁니다. 다른 은행에서 빌리거나, 한은에서 빌립니다. 기준금리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한은에 짧게 돈을 빌릴 때 기준이 되는 금리입니다. (참고로 은행들끼리 짧게 돈을 빌릴 때의 금리는 ‘콜<call> 금리’라고 합니다. 전화해서 “빌려줘!”해서 간단히 빌릴 수 있다고 붙은 용어라네요.)

한은 홈페이지엔 기준금리를 ‘한국은행이 금융기관과 환매조건부증권(RP) 매매, 자금조정 예금 및 대출 등의 거래를 할 때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라고 어렵게 적어두고 있는데요, 일단은 간단히 ‘한은이 은행들에 짧게 돈 빌려줄 때 기준이 되는 금리’라고 넘어가면 됩니다.

은행이 돈을 빌려오는(조달하는) 금리가 올라가면 은행이 가계나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금리도 연쇄적으로 올라갑니다. 은행은 이 조달금리에 비용과 은행의 수익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붙여 최종 금리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3Q.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 금리라고 난리인가요.

그렇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로지 위의 용도로만 쓰인다면 뭐 그렇게 중요하겠습니까. 하지만 위의 설명은 기준금리의 정의(定議)만 정리한 것이고요, 진정한 기능은 이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한은은 이 기준금리를 은행에 돈 빌려줄 때만 쓰지 않습니다. 앞서 콜 금리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한은은 이 콜 금리가 기준금리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조정을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콜 금리는 시장 금리이기 때문에 한은이 올려라 내려랄 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여러 방법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돈)을 늘리거나 줄임으로써 금리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합니다. 이런 절차를 ‘공개시장운영’이라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금리는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오르내립니다. A사의 휴대폰을 쓰고 싶은 이들이 많은데 물건이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요? 값이 올라가겠지요. 돈도 똑같습니다. 금융시장에서 돈이 수요보다 덜 공급되면 ‘돈 값’인 시중금리가 올라가게 됩니다.

만약 A사가 독점사라면 어떻게 될까요. 휴대폰 유통량을 조정해서 가격을 목표치에 맞출 수 있겠죠.

한은은 대한민국에 돈을 독점 공급하는 기관이니까요. A사처럼 돈의 유통을 조정해 시장의 금리를 움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준금리를 설정하고 말 그대로 이를 기준 삼아 한은이 돈을 풀거나 거두는 등의 방법을 써서 말이죠.

어찌 보면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원하는 경기의 ‘온기’를 달성하기 위해 설정하는 타깃(목표치)입니다.(참고로 미 연준 기준금리의 공식 이름은 ‘연방 기금 금리의 타깃 범위’입니다. 현재는 연 0~0.25%입니다.) 보일러 온도를 30도로 할지, 20도로 할지는 그때그때의 상황(“감기가 걸렸어”,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와”)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코로나로 이례적으로 낮췄던 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코로나 탓에 경제가 ‘독감’이 걸려 불을 좀 과하다싶게 뗐는데, 이제는 온도를 예년처럼 낮춰야 하겠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로 0%대까지 떨어진 기준금리가 20개월 만에 다시 1%대로 올라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4Q.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일반인도 영향을 받나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시장에 돈이 좀 덜 돌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돈이 귀해지면 자연스럽게 다른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 예금, 채권 등이 모두 영향을 받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쓰는 주택담보대출 같은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 부동산 가격도 영향을 피하긴 어려울 겁니다. 또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올라가면 어떨까요. 그 돈 빌려서 주식 투자 하는 사람도 줄어 증시가 하락하는 요인이 됩니다. 예금 금리가 올라가서 사람들이 돈을 은행에 묶어두면? 소비가 그만큼 줄어 물가가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기업은 사업 자금 빌리는 비용이 더 드니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의 파급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기준금리의 향방에 시중금리가 100% 연동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금리 외에도 너무 많고, 특히 한국같이 개방된 경제에서는 글로벌 변수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5Q. 기준금리가 올라갈 때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코로나 이후 증시가 크게 상승했는데요 여기엔 코로나 충격 방어를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시행한 초저금리 정책이 한몫을 했습니다. 만약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가면 초저금리에 힘입어 상승해온 주가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현금을 많이 쌓아두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돈을 많이 빌려서 사업을 확장하고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신생 IT 기업의 타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반면 현금을 많이 쌓아둔 기업이나 경기가 회복될 때 이익이 늘어나 금리 상승의 영향을 상쇄하고도 남는 기업은 유리할 겁니다.

아울러 코로나의 새로운 변이가 출몰해 26일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코로나라는 변수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렇게 불안한 시기엔 분산투자가 답일 수 있죠. 최근엔 ETF(상장지수펀드)처럼, 분산투자를 간단히 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 많이 나와 있으니 이를 활용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경제부 금융팀 허유진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