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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까지 번진 ‘메타버스·NFT 투자 열풍’… 안전성엔 물음표

부동산까지 번진 ‘메타버스·NFT 투자 열풍’… 안전성엔 물음표

세컨서울, 일주일 안돼 10만명 몰려

강남·마용성, 가상세계서도 인기

현금화 어렵고 가격 지나친 널뛰기

세금 부과는 또 다른 악재 가능성

입력 : 2021-11-27 04:05

“꿈꾸던 서울 땅을 가져보세요.”

매혹적인 캐치프레이즈에 1주일도 안 돼 10만명이 넘게 몰렸다. 현실이 아닌 메타버스 속 서울 부동산을 소유하기 위해서다. 가상세계 서울에서도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인기는 역시나 뜨거웠다. 강남·서초·송파구와 마포·용산구 등 서울시내 ‘상급지’ 대부분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가상부동산 거래플랫폼 ‘세컨서울’이 NFT(대체불가토큰)와 메타버스로 구현하겠다고 밝힌 서울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현실의 집값을 그대로 따라갔다.

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군 메타버스·NFT 투자 열풍이 가상부동산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가상부동산 거래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이 늘면서 새로운 플랫폼이 국내에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어스2(Earth2)’ 같은 해외 가상부동산 거래 플랫폼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금의 가상부동산 시장은 암호화폐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인지도가 낮고 불안정하다. 향후 돈이 몰리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미리 선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익 모델이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우후죽순 국내 가상부동산 거래소

지난주 온라인에서 오픈한 세컨서울은 추첨을 통해 무료로 메타버스 속 서울 땅을 분양받을 수 있다며 사전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과 인근 지역을 693개 타일로 쪼갠 후 각 땅에 1000명씩 응모를 받았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전신청자 수는 23일 기준 12만9583명이다.

강남 3구와 마용성처럼 현실에서 집값이 높은 동네는 메타버스 세계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여의도와 종로, 성수동 부근도 1000명을 가득 채워 마감됐다. 반면 도봉구 강서구 금천구 등 서울 외곽지역은 마감 인원의 10분의 1인 100명을 겨우 넘긴 곳이 많다. 세컨서울은 “가치 있는 토지를 먼저 선점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좋은 입지의 부동산에 대한 열망이 큰 이용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국내 최초의 가상부동산 거래소를 표방한 ‘메타렉스’도 지난 1일 정식 오픈했다. 한빗코·비트글로벌 등에 상장된 암호화폐 아스터코인(ATC)을 활용해 회원 간 자율적인 매매가 가능하다. 가상부동산 게임인 ‘메타버스2’도 서울과 뉴욕의 땅을 타일 단위로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이다.

개미들, 가상부동산 1000만 달러 매입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상부동산 거래 플랫폼은 어스2다. 어스2는 구글 위성지도를 기반으로 실제 지구의 모습을 1대 1로 매핑해 만든 메타버스다. 이용자들은 10㎡ 단위로 땅을 매매할 수 있으며 거래에는 달러가 사용된다. ‘업랜드(Upland)’와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도 가상의 부동산을 NFT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플랫폼을 통해 가상부동산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어스2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국 국적을 가진 투자자들은 총 1026만5000달러(약 122억원)어치의 땅을 매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디센트럴랜드가 지난 9월 한 달간 확보한 한국인 사용자는 7067명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로이터는 “한국의 MZ세대가 메타버스로 돌진하고 있다”며 “치솟는 집값과 소득 불평등이 이들을 온라인 가상세계로 유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익 구조·환금성 불투명… 투자 주의

이처럼 가상부동산 거래 플랫폼이 늘고 있지만 실제 투자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와 NFT산업 및 기업,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 없이 막무가내로 투자하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우후죽순 생긴 국내 플랫폼의 경우 안정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음 달 정식 오픈을 예고한 세컨서울은 아직 투자나 운영 방식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실제 서울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상공인이 활동하는 ‘연결된 메타버스’” “투자자와 소비자,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이 내년까지 개설될 것”이라는 정도의 설명이 전부다. 세컨서울 측은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라 언론 대응이 어렵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메타렉스의 거래 수단인 아스터코인은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대형 거래소에 상장돼 있지 않아 현금화가 어렵다. 홈페이지에 공시된 가상부동산 가격도 지나치게 널뛴다. 매물로 올라와 있는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이전 구매가는 27만원인데 희망 판매가는 2125만원으로 7700% 이상 높은 호가를 형성 중이다.

암호화폐처럼 메타버스와 NFT에 과세가 이뤄질 경우 투자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NFT 과세 관련 질문에 대해 “현행 규정으로도 NFT에 대해 과세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가상부동산 투자에 대해 “초기 구축단계인 만큼 리스크가 크다. 암호화폐처럼 자산의 실재가 없다는 점은 여전히 큰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다만 “메타버스와 MZ세대의 투자 성향이 결합될 경우 성장 잠재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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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19571&code=11151300&cp=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