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분상제 기준 구체화…분양 숨통에도 무주택자는 '한숨'
입력 2021.11.09 05:02 수정 2021.11.08 15:50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택지비 심사기준 및 기본형 건축비 항목 구체화 일부 신규공급 확대…"근본적인 공급물량 확충 힘들어" 무주택·취약계층 주거 부담 가중 우려, 제도 취지 무색 |
정부가 주택공급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자체별 제각각이던 분양가상한제 심사 기준을 구체화했다.ⓒ데일리안DB
정부가 주택공급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자체별 제각각이던 분양가상한제 심사 기준을 구체화했다. 사업자의 분양가 심사 예측 가능성을 높여 민간 공급을 촉진하겠단 목표다.
이를 통해 일부 신규 분양이 늘어나는 효과는 거두겠지만 분양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게 됐단 지적이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와 취약계층 주거비 부담 절감 등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도 무색해졌다.
국토교통부는 8일 분양가상한제 심사 매뉴얼을 개정해 전국 지자체 및 민간업계에 배포했다. 그간 지자체별 분양가 인정항목 및 심사 방식이 제각각이란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분양가 구성항목인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 등에 대한 지자체 심사에서 중복계상되거나 임의 삭감되는 심사 오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공택지의 경우 택지비 산정 시 상가·임대 면적을 제외한 공동주택 면적만 반영하도록 하고 계약서상 공급가격 및 납부 일정을 기준으로 택지비와 기간이자를 산정해 과다반영 및 임의 삭감을 제한한단 방침이다.
또 민간택지는 개별입지 특성을 고려하도록 했다. 택지비 산정에 주변 환경 등이 가장 유사한 비교 사업지(표준지)가 선정되도록 관련 기준 및 입지·특성차이 보정기준을 구체화했다.
정부에선 분양가 심사 과정에서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제고돼 민간의 주택공급이 촉진될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국토부
표준지는 용도지역과 이용상황, 교통여건 등 주변환경과 지리적 근접성, 단지규모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 조합사업비 가운데 택지 조성에 소요되는 비용이 택지비로 과부족 반영되지 않도록 택지, 건물, 공통 귀속분 분류 기준도 명확히 했다.
앞으로 기본형 건축비는 지자체가 별도 고시 없이 임의 조정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그동안 국토부 정기고시를 통해 통일된 기준을 제시했으나 일부 지자체에서 심의 과정에서 임의 삭감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매뉴얼을 구체화한 것이다.
지자체마다 조정기준이 상이한 가산비 항목도 구체화하고 권장 조정기준도 마련했다. 기존 심사자료 분석결과를 기반으로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법령상 재량 없이 전액 '인정'하는 항목과 전액 '불인정'하는 항목으로 구분하고 '조정'의 경우 사업장별 여건을 고려해 분심위(분양가심사위) 심의를 거쳐 인정 여부 및 조정비율 등을 결정하도록 했다. 특히 조정항목은 업체 제출금액(설계가액)에 대한 공종별 권장 조정률을 제시해 예측 가능성을 제고했다.
정부에선 분양가 심사 과정에서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제고돼 민간의 주택공급이 촉진될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번 개정안으로 일부 분양 일정을 조율하지 못하던 단지들의 공급을 어느 정도 앞당기는 효과는 거둘 거란 평가가 나온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 규모인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동대문구 이문1구역(3069가구), 송파구 잠실진주(2636가구), 서초구 방배5구역(3080가구) 등은 분양을 내년으로 연기한 상태다.
다만 분양가 제도만을 개선하는 것으로 공급부족 문제가 해소되긴 힘들단 전망이 우세하다. 분양가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주거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자체별로 다른 기준들을 구체화한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HUG의 분양보증 심사와 지자체의 분양가상한제가 여전히 이중으로 적용돼 공급 측면에선 미비한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재건축의 경우 재초환(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 가장 큰 저해 요인인데 분양가 기준만 일부 완화하는 것으로 공급이 활성화되긴 힘들 것"이라며 "분상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결국 소비자 입장에선 주거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도입한 제도를 금세 손질하면서 시장 혼란만 초래할 거란 우려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분양가가 오르는 걸 확실히 막겠단 철학이 있었다면 로또아파트나 공급 부족 등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일관성 있게 밀어붙였어야 한다"며 "그랬더라면 향후 시장이 안정화됐을 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텐데 이런 식으로 제도를 계속 손질하는 건 시장 혼란만 줄뿐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를 내야겠으니 이제 와 규제를 푼다는 것인데, 이는 원칙도, 기준도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격"이라며 "움츠려있던 물량이 일부 풀리겠지만 근본적인 공급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파격적으로 폐지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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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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