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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문명의 기록자, 저격수 사진작가 신경섭(上)

도시 문명의 기록자, 저격수 사진작가 신경섭(上)

효효

입력 : 2021.11.05 06:01

[효효아키텍트-105] 사진작가 신경섭을 인지하게 된 것은 건축가 양수인, 임동우 편 등을 쓰면서이다. 신경섭의 작업량이 다른 작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거 갤러리를 경영하면서 사진 전시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건축물을 향한 카메라 앵글은 도시를 조망할 수밖에 없다. 그의 독자적인 건축 및 도시 사진 세계를 소개하는 게 의미 있다고 보았다.

▲ Scrutable No. 125, 2019, Pigment Print / 사진제공 = 신경섭

신경섭은 인터뷰 서두에 이렇게 말한다. "굵직한 사진가가 없다." 미술 장르의 한 영역에서 한국 사진의 현주소를 말한 것이다.

사진가 신경섭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언론사 인턴십 과정에서 저널리즘 사진을 배웠다. 군에서 사진병으로 복무하면서 '순수미술 사진'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건축 사진은 우연한 기회에 접했다. 대개가 그렇듯 우연은 필연의 연장이고 확장이며 관계성을 갖는다. 필자가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8년 전 가톨릭 수도원에서의 8박9일간 피정이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하면서 오는 영성은 수도원 건축 공간과 어우러졌다.

신경섭은 스승 밑에서 인물 위주의 작업을 하면서 지쳐있었다. 작업의 대상이자 모델인 사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다. 한편으로는 인물은 아무리 타자화해도 사람은 유형적(類型的)으로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듯도 보였다. 내적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때 건축 사진 작업은 너무 재미있었다.

스튜디오에 고정된 채 하는 작업과 달리 건축 사진은 현장성과 날씨가 주요 변수이다. 그의 역마살 기질과도 맞아떨어졌다. 대상을 찾아 어디든 다녀야 했다. 10여 년 동안 그가 의뢰받아 작업한 건축 프로젝트가 2천여 건이다.

신경섭 작가는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 두 차례 초대된 바 있다.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2014년)에서 한국은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신경섭은 이 전시에 북한 전문가인 건축가 임동우 등 30명의 국내외 작가들과 같이 참여했다.

▲ 2014 베니스비엔날레(광화문광장) / 사진제공 = 신경섭

한국관은 '근대성의 흡수'라는 공통 주제를 남북한 건축 이야기를 담은 '한반도 오감도'(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전을 선보여 각광을 받았다.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남북한은 기념비적 도시를 지향했다는 점이 닮았다. 상이한 체제의 남북한은 모뉴먼트(monument·기념비적) 건축물을 남겼다. 서울 여의도의 63빌딩은 자본이, 평양 류경호텔은 정권이 만들었지만 과시적 기념탑이라는 속성은 같다. 두 체제는 경제 발전의 효율성과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아파트 도시 건설에 매진했다. 전시는 건축 혹은 문화가 남과 북의 차이와 융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건축물은 체제와 이념의 상징으로 비치기도 한다. 수년 전 국내 모 대기업이 프랑스의 유명 미술관 한국관 유치를 희망하며 후보지로 63빌딩을 제안했으나 프랑스 미술관 측은 안보상의 이유로 거절했다고 알려진다.

신경섭은 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2016년)에도 참여했다. '전선에서 알리다'라는 공통 주제를 한국관에서는 과밀화된 한국 도시의 주거 상황과 건축가들의 과제를 '용적률 게임'으로 보여주었다.

▲ 2016 베니스비엔날레 Scrutable No.29, 2016, Pigment Print / 사진제공 = 신경섭

주거지역의 종류에 따라 건물 층수가 정해지는 '용적률(FAR:Floor Area Ratio)'은 재건축, 상가, 리모델링 시장에 적용된다. 건축가들은 '건폐율(BCR:Building Coverage Ratio)', 도로사선(도로 폭 기준으로 건축물 높이), 주차장, 일조권 사선 제한 안에서 최고의 용적률을 뽑아내기 위해 일종의 '게임'을 하고 있다. 용적률은 부동산 자산 가격과 직결된다.

제1종 일반 주거지역에 위치한 건물은 전체 50% 이상이 뚫려있으면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되는 규제를 역으로 활용, 늘어난 부피만큼 바닥 면적과 공간을 확보한다. 2종 주거지역이 3종 주거지역으로 상향 예상되는 필지에 자리 잡은 건물은 추가적으로 더 지을 수 있도록 설계하기도 한다. 천장 높이를 줄여 층수를 늘리거나, 용적률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 지하층과 다락도 건축가들의 주요 활용 대상이다.

'용적률'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 사회에 정치적 용어로 비화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명 '화천대유' 사태 때문이다.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부동산 개발 사업자들에게 인허가를 내주어 성공한 사업의 이익 분배 구조가 민심에 불을 질렀다.

베니스비엔날레는 국가관의 경합을 특징으로 한다. 매회 시대적, 사회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주제를 가지고 국가별로 선정된 커미셔너가 치밀하게 고민한 결과물을 2년마다 선보인다. 국가별 상황이 다르기에 같은 주제를 해석함에 있어 극명한 차이가 있고 문제에 접근하고 표현하는 방법도 달라 다양한 전시 형식을 엿볼 수 있었다.

▲ 거주성 연구 SH(Study on Habitability) Series No 3, 2016 / 사진제공 =신경섭

"거주성 연구(Study on Habitability)"는 제1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2017)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의 작업으로, 도시 속 다양한 경관의 관계들을 표현하였다. 전시는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베니스건축대학(베니스)과 주영한국문화원(런던)에서 이뤄졌다.

일부 작품은 주거지로 개발을 앞둔 택지들을 촬영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전시를 지원하였다. 이 작업은 본격적으로 주거지로 개발되기 직전의 공허한 택지를 기록했다. 곧 불어닥칠 대규모 건설 행위 이전의 시간과 공간을 촬영한 것이다. 전반적인 작업은 주거와 상업이 얽혀있는 서울과 런던의 초고밀도 지역을 담았다. 개별적인 건물이 서로 얽혀 관계를 맺고 있는 응집된 상태나, 반듯한 택지에 정렬된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질서처럼 현상 속에 잘 드러나지 않는 도시 계획을 촬영했다.

작가는 "디자인에 선행되어 작동하는 법·규제·규율과 같은 시스템을 촬영했다"고 말한다. 작품은 종종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읽혀지는 경우가 있다. 신경섭은 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낸 미학을 즐겨보자는 차원이었으나 그의 앵글은 세계화된 자본주의의 경제와 금융, 생산과 교역을 일으킨 거대 도시(메트로폴리스·metropolis)가 초래하는 불평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분리(segregation) 현상의 조짐도 포착하고 있다.

▲ 여의도 모더니티 Park No, 08, 152*224 Pigment Print / 사진제공 = 신경섭

2017년 신경섭은 건축가 강예린과 함께 서울 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이 운영하는 'SeMA 벙커' 개관 기획전 '여의도 모더니티'에 참여하였다.

SeMA 벙커의 모태가 된 여의도 지하 비밀 벙커는 2005년 버스환승센터 건립 공사를 하면서 발견되었다. 서울시는 항공사진을 찾아봤고 1976년 11월에는 벙커 지역에 공사 흔적이 없었으나 1977년 11월에는 벙커 출입구가 보여, 이 시기에 공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했다. 벙커 위치가 당시 국군의 날(10월 1일) 사열식용 단상이 있던 곳과 일치해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신경섭은 '왜 우리는 벙커가 공원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가'에서 비행장 활주로에서 5·16 광장으로, 다시 공원으로 변모해온 여의도 공원을 사진 이미지로 드러냈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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