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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리뷰] 부동산 ‘호갱’이 ‘고수’가 되기까지…MZ세대가 챙겨보는 부동산 정보 앱

[민지리뷰] 부동산 ‘호갱’이 ‘고수’가 되기까지…MZ세대가 챙겨보는 부동산 정보 앱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13:15

업데이트 2021.09.14 13:56

부동산에 찾아가 공인중개사가 권하는 집만 본다고? MZ세대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사할 일이 있으면 우선 스마트폰부터 집어 든다. 실제로 부동산을 찾아가기 전 스마트폰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기 때문. 부동산 커뮤니티 카페에서 예산에 맞는 지역을 파악하고, '호갱노노'로 실거래가와 주거 생활 정보를 하나하나 따져본 뒤, '네이버 부동산'으로 실제 매물을 확인하는 것. 이 3단계를 거친 뒤 부동산에 가서 당당하게 ‘그 집’을 콕 집어 보여달라고 한다. 이게 바로 MZ세대의 집 보는 법이다. 남이 추천해주는 집이 아닌,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직접 고르는 MZ세대에게 호갱노노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시대에 ‘프롭테크’가 부동산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관련 앱 사용자가 500만명을 넘겼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한 빅테이터 플랫폼 기업은 지난해 기준 ‘호갱노노’가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앱이란 조사 결과를 내놨다. 사진은 호갱노노를 활용해 구한 집에서 바라본 전경. [사진 공혜정]

어떤 서비스인가요.

부동산 실거래가를 지도 위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이자, 프롭테크(property+technology) 기업이에요. 업계 최초로 아파트 실거래가를 제공했죠. 지금은 학군·교통·거주 후기까지 집을 구할 때 필요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요. 2015년 8월 일반 사람들이 중개업소에 가기 전에 실거래가 정보를 확인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지금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부동산 시장에서 정보가 중개업자에게만 쏠려있는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죠. 서비스 론칭 당시만 해도 호가 위주의 정보만 얻을 수 있어 특정 아파트의 가격이 합리적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집 구할 때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이 되지 말자'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2018년엔 경쟁사였던 '직방'에 인수되었고,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부동산 열풍을 타고 인기가 높아졌어요. 한창 부동산으로 시끌벅적했던 지난해 6월엔 하루 사용자가 46만명에 달하며 모기업인 직방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 특히 부동산 분야에서는 심했었죠.

맞아요.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을 '레몬 마켓'이라 부르기도 했죠. 레몬이 가진 '불량품' '시고 맛없는 음식'이란 의미를 차용한 레몬마켓은 구매자가 결함에 대한 정보를 몰라 불량품이 팽배하는 시장을 말해요. 정보의 비대칭으로 소비자가 '호갱'이 되기 쉬운 시장인 거죠. 부동산 시장이 대표적이었고요. 부동산이 가진 정보에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발행한 문제였는데, 이 판도를 호갱노노가 바꿨어요. 부동산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했거든요.

사실 부동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의 비대칭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요. 차를 팔 땐 '헤이딜러' 앱으로 여러 곳에 견적을 받고 평점 좋은 딜러에게 판매할 수 있어요. 입소문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던 성형 시장도 '강남언니'란 서비스 덕에 실제 후기를 보고 비교해 고를 수 있어요. 덕분에 판매자는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내놓게 되고, 소비자는 더 현명하게 소비할 수 있죠.

MZ세대는 집을 구할 때 주로 어떤 방법을 이용하나요.

나를 비롯해 20~30대는 부동산 커뮤니티 카페, 호갱노노, 네이버 부동산을 기본적으로 이용해요. 먼저 부동산 카페에서 분위기와 예산에 맞는 지역을 파악하고, 호갱노노로 기초 정보 및 실거래가, 오름세 등 자세한 정보를 얻습니다. 그 후에야 네이버 부동산에서 실제 매물을 찾아 전화하거나 단지 방문하는 거죠. 공인중개소에 방문했을 때 '네이버 부동산에서 보고 왔는데 이 매물 볼 수 있나요'라고 바로 물어볼 수 있어요. 골라주는 매물 대신 내가 직접 매물을 선택하는 거죠.

더 적극적인 친구들은 동네 커뮤니티도 봐요. 그 지역에 안 좋은 이슈는 없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실제로 한 친구는 당근마켓(동네생활)에서 관심을 가졌던 동네에 최근 살인사건이 있었다는 정보를, 호갱노노(살아본 이야기)에서는 원하던 아파트에 바퀴벌레가 많다는 후기를 보고 계약을 포기했어요. 집을 구할 때 가장 얻기 어려운 정보가 동네 주민만 아는 정보인데, 이런 앱들이 도움돼요.

호갱노노에 유독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난해에 이사 때문에 3개월가량 집을 알아봤어요. 이때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부동산을 잘 아는 지인이 AI로 부동산 예상 가격을 알려주는 서비스 '리치고'와 부동산 매물이 가장 많이 올라와 있는 '네이버 부동산', 몇몇 부동산 커뮤니티를 추천했어요. 그중 하나가 호갱노노였고요. 하지만 나는 '이 집을 사세요'라는 정답을 얻는 것보다, 좋은 집(부동산)을 알아보는 눈을 키우고 싶었어요. 호갱노노는 집을 구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잘 찾을 수 있게 돼 있어 많은 도움이 됐죠. 그래서 집을 구하는 3개월 동안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호갱노노 서비스 중 가장 요긴하게 사용한 세 가지는 ‘지금 n명이 보고 있어요’와 ‘3D 일조량’, ‘실거래 가격 변동’이다. 이미지는 실거래 가격 변동 기능으로, 한눈에 어느 지역이 핫한지 알 수 있게 보여준다. 집 선택에 있어 사람들이 어떤 점을 고려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사진 공혜정, 호갱노노 캡처]

여러 부동산 서비스 중에서 호갱노노를 신뢰하는 이유는요.

원하는 정보를 얼마나 잘 필터링해서 보기 쉽게 해주는지를 비교하니 호갱노노가 단연 돋보이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조건은 매물 가격과 출퇴근 거리 딱 두 가지였어요. 원하는 조건이 명확했고, 이 기회에 부동산 공부를 해보자는 의지가 강했죠. 먼저 매물의 실거래 가격을 알려줘서 도움이 됐어요. 공인중개소에서는 호가만 알려주며 매물이 '정말 좋은 가격'이라고 말했지만, 미리 실거래가를 보고 갔기 때문에 가격 수준을 판단할 수 있었답니다. 주변의 같은 조건과 비교했을 때, 실거래가가 합리적인지 보는 눈을 키워줬어요. 실제로 중개업자와 이야기 나눌 때도 '최근 실거래가는 얼마였는데 많이 올랐네요'라거나 'OO아파트와 비슷한 조건인데 여기 호가가 훨씬 높네요'라며 아는 체도 할 수 있었고요. 또 주거환경에 대한 정보가 풍부해요. 집을 볼 때 학군·상권·교통 등 상황을 알아보려면 미리 가보는 수밖에 없는데, 직장인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에요. 이 정보들을 앱에서 꼼꼼히 제공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어요.

직접 이용해보니 어떤 기능이 유용했나요.

'지금 n명이 보는 중' '3D 일조량' '실거래가 가격 변동'의 세 가지 기능이 가장 유용했어요. 먼저 지금 몇 명이 보고 있는지는 사람들이 어떤 매물에 관심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에요. 나와 같은 시간에 누군가도 이 집을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더 열심히 매물을 찾아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고요. 3D 일조량 기능은 시간대·계절별로 해가 비치는 정도를 3D로 보여주는 기능이에요. 실거래 가격 변동 메뉴를 사용하면 어느 지역이 '핫'한지 한눈에 알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지역별로 1년 전 대비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버블차트로 보여주는데, 큰 원이 표시된 지역일수록 상승폭이 커요. 인기가 좋은 지역이란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죠. 앱을 사용한 지 한참 뒤에야 알게 된 기능이라, 미리 알았더라면 가격 정체 지역을 미리 이사 대상지에서 제외할 수 있었을 텐데 못해서 아쉬워요.

해당 지역의 지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화면. 이 집이 비탈에 있는지, 평지에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 공혜정, 호갱노노 캡처]

가장 많이 활용한 기능은요.

3D 일조량 정보를 가장 많이 봤던 거 같아요. 해를 쬐는 것을 좋아해 집에 해가 많이 들었으면 하고 바랐거든요. 하지만 계절마다 그 집에 가서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특히 직장인들은 해가 지고 난 뒤에 집을 보기도 하고요. 이런 경우 3D 일조량 정보가 쏠쏠한 도움이 돼요. 한번은 호갱노노의 일조량이 실제와 같은지 확인해본 적도 있어요. 한 시간 정도 그 집에 머물면서 앱에서 보여주는 그림자 모양과 실제 그림자 위치를 살폈는데 잘 맞더라고요.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엔 더 신뢰가 쌓였죠.

이 서비스의 기획자를 칭찬한다면요.

호갱노노는 예리한 데이터분석 기업에 더 가까워요. 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모조리 수집해 이를 보기 좋게 보여주는 거죠. 핵심은 보기 좋게 시각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사용자가 보고 이해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니까요. 우리가 집을 구할 때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상에 흩어져 있어서 찾기 어려워요. 호갱노노는 이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모았어요. 또 부동산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시각화했어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지도 위에 가격을 표시한 UX(사용자 경험)는 이들이 최초로 도입한 거예요. 사용자가 매물을 볼 때 직관적으로 실거래가를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한 거죠. 경사도나 주요 지역까지 거리를 지도 위에 색으로 표현하고, 일조량을 그림자로 표현한 것도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해요.

집을 구할 때 중요하게 본 요건 중 하나는 출퇴근 시간이었다. 회사가 있는 판교까지 거리를 그래픽을 사용해 한눈에 보기 쉽게 제공한다. [사진 공혜정, 호갱노노 캡처]

사용 만족도 점수를 매겨주세요.

10점 만점이라면 9점을 주고 싶어요. 기본적으로 집을 구할 때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요. 이를 통해 집을 선택하는데 꼭 필요한 조건만 추릴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았어요. 가격과 생활 환경을 미리 알아보고 확신이 드는 곳만 둘러보니 시간과 에너지가 절약됐어요. 이 집에 얼마까지 지불할 것인지 결정하기도 쉬웠죠. 집을 실제로 보러 갔을 땐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지도 알겠더군요. 또 앱에서 보고 익힌 정보만 공인중개사에게 이야기해도 '똑똑한 소비자'란 인상을 줄 수 있어요. 말 그대로 호갱에서 벗어난 거죠.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있을까요.

매물 정보가 없다는 점이요. 그래서 실거래가와 주거 정보는 호갱노노 확인하고, 매물 정보는 네이버 부동산에서 확인했어요. 매물 정보도 함께 볼 수 있으면 참 편할 텐데, 네이버 부동산이 이미 아파트 매물 시장의 절대 강자 역할을 하고 있어서 중개업자들이 넘어오긴 어려울 것 같아요. 사실 지난해까지는 호갱노노에서도 부동산이나 집주인이 매물을 올리는 기능을 제공했었는데, 최근 그 기능이 없어졌어요.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니 모회사인 직방이 규모를 키워 매물 중개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호갱노노는 부동산 데이터 앱으로 확고히 포지셔닝한 것 같아요. 매물을 올리는 것은 광고가 필연적으로 붙는 것이고, 이는 오히려 사용자 경험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생각해요. 기능을 보완한다면, 가격 예측이나 추천 기능을 덧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활용하는 노하우를 살짝 알려줄래요.

호갱노노는 아는 만큼 보이는 앱이에요. 정보가 많은 만큼 원하는 집의 조건을 먼저 명확하게 알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실거래가 정보만 활용할 수밖에 없어요. 나 역시 원하는 집의 조건이 무엇인지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포기할 수 없는 요소와 덜 중요한 요소를 나눴고, 덕분에 서비스의 필터를 유용하게 활용했죠.

두 번째로는 다른 앱과 함께 사용하는 걸 추천해요. 호갱노노의 필터링 기능으로 괜찮은 매물과 이 정도까지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을 정하고, 네이버 부동산으로 매물을 보고, 해당 매물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에 전화해 방문 예약을 했어요. 덕분에 서울과 경기도 전역에서 원하는 조건의 집을 추려서 볼 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