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김경호 이정하 기자 =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의 손과 머리를 거친 각종 정책들이 ‘메이드 인 수원’ 상품으로 탄생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이지만, 그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전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정부패 방지와 역사적 기록을 위한 사관제 부활은 다른 자치단체로 번져 나갔고, 일부는 아예 단체장 집무실에 CCTV를 설치하는 곳도 생겼다.
또 도시재생사업 출구전략 제시와 시민배심원제 도입, 지자체 차원의 카쉐어링사업 추진 등 수원시가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하는 정책도 집중 조명되고 있다. 그는 ‘메이드 인 수원’은 소통의 힘으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공직자는 물론 전문가, 시민단체, 시민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격의 없이 논쟁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소통을 몸소 실천했다. 시청 앞마당 느티나무에서 시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 벤치미팅, 구와 동을 찾아가는 시민과의 대화, 하위직 공무원과 토크콘서트 ‘염場토크’ 등으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 놓았다. 지난 7일에는 시청 출입기자들과 함께 칠보산 산행도 즐겼다. 산 정상에서 서수원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고, 수원에서 자신이 펼치고 싶은 꿈과 비전도 소개했다. 그가 올해는 소통을 통해 어떤 ‘메이드 인 수원’ 상품을 만들어 낼지 궁금해진다.
◇그는 누구일까=그는 시민운동가에서 행정가로 변신했다. 가정 먼저 사관제를 부활시키고, 인간중심의 마을만들기 사업 추진과 늪에 빠진 도시재생사업의 출구전략을 시정 전면에 내세웠다. 또 참여와 소통을 시정 핵심과제로 삼았다. 그는 누구일까.
박원순 서울시장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답은 염태영 수원시장이다. “시민운동을 함께 경험했고, 풀뿌리민주주의에 대한 가치 지향점도 같다. 참여와 소통, 공감의 키워드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다. 이런 공감대가 시정 운영 방향에서도 통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희망제작소를 만들 때부터 함께 일을 해오면서 친분을 쌓았고, 이때부터 교감도 이뤄졌다. 그는 취임 전 박 시장와 정책협약도 맺고, 시정 주요 우수 사례를 서울시에 접목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이때 맺은 인연으로 수원평생학습관에 ‘박원순 문고’도 생긴다. 박 시장이 개인적으로 소장한 2만여 권의 도서를 수원시에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염 시장의 ‘도서 기증’ 제안을 박 시장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런 그가 이제 박 시장과 경쟁을 선언했다. “광역도시의 대표적인 서울시와 기초단체의 대표도시인 수원시가 시민의 삶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혁신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 지역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풀뿌리민주주의 실현 앞장=‘기초단체 대표 시’라는 무거운 짐은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시장협의회 회장인 그의 무거운 짐은 ‘자치와 분권 실현’으로 요약된다. “전국에서 가장 큰 기초자치단체인데 시장은 권한이 없다. 자치조직권, 조세권 모두 중앙정부가 갖고 있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실질적인 자치와 분권은 아직 멀었다.”
특히 그는 자치와 분권의 미흡한 제도적 한계로 인해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쓰라린 경험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유사석유를 판매한 수원의 한 주유소에서 유증기 폭발로 시민 4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우리 시에서 처음부터 다시는 영업을 못하도록 영업정지를 내렸으나 경기도와 정부에서 벌과금으로 내도록 허용해 줬다. 권한을 이행해 줬더라면….”
총선과 대선이 있는 올해가 이런 불합리한 제도와 법규 정비의 최적기라고 그는 평가했다. “모든 행정력과 정치력을 총동원해 대통령 및 국회의원 후보들의 공약사항에 자치 확대 및 권력 이양 부분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 ‘참여와 소통의 거버넌스 행정도시 수원.’ 그가 이루려는 지방자치의 미래다. 그러기 위해선 중앙에 쏠린 권력을 지역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오산·수원 생활문화권 복원 추진=수원천 복원운동을 펼쳐 수원지역 환경운동의 대부가 된 그는 또 다른 복원운동을 준비 중이다. 바로 행정구역으로 나눠진 화성·오산·수원의 ‘단일 생활문화권 복원’이다. 그러나 화성과 오산시 공직사회와 정치권 내부에서 사실상 통합에 반대하고 있고, 주민들의 요구에 따른 주민투표 시행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화성시의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지난해 12월 제출한 통합건의 서명부 날인을 문제 삼아 서명자 1만3240명 중 1717명(12.97%)만 유효처리했다.
그는 화성시의 이 같은 행정을 비판했다. “3개 시 통합은 해당 시장들이 후보시절 기본적으로 합의한 사항이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주민 결정(주민투표)에 맡기면 된다. 굳이 시가 주민들 간 갈등을 부추겨 훼방을 놓는 것은 옹졸해 보인다. 통합할 뜻이 없다면 주민들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서서 시민들에게 의중을 밝히는 것이 순리다. 부디 대도의 길을 걷길 바란다.”
화성·오산·수원이 통합되면 인구 200만 명, 재정규모 3조원, 면적 1000㎢에 지역내 총생산 40조원이 넘는 대한민국 5대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현 광역시를 넘어서는 위상에 경기도가 우려가 섞인 통합반대 의견서를 행정개편추진위원회에 전달했다. “도는 통합 시너지 효과 등은 무시하고, 부정적인 점만 부각했다. 수원시가 광역시로 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인구 200만 도시라도 광역시가 아닐 수 있다. 자치와 분권만 이뤄진다면 가능하다. 도는 기득권만 지키려 말고, 생활권 중심의 도시재편을 고민해야 한다.”
◇수원시 부채 1300억원 탕감=취임한 지 횟수로 3년째인 그가 그간 거둔 성과도 적지 않았다. 취임 초 3200억원에 달했던 부채가 1900억원으로 줄었고, 서울사무소를 개소한 뒤 국고보조금이 82.5% 늘었다. 주민참여예산제, 좋은마을만들기, 시민배심원제, 좋은시정위원회 등으로 시민의 시정 참여 길을 열었고, 도서관 설립과 수원학 강좌 개설 등 인문학도시의 기반도 조성했다.
여기에 교통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수원역세권 개발에 돌파구를 제시했고, 수원비행장 비상활주로도 이전키로 했다. 다양한 노력 끝에 수원화성 ‘대한민국 으뜸 관광명소’ 선정, ‘제1회 대한민국 경관대상’ 대상,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 ‘생생도시 경연대회’ 대통령상 등 각종 대회와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이런 성과에도 일부 시민들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각종 도로 및 시설공사를 펼친 민선 3·4기에 비해 업적이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눈에 보이는 콘크리트 행정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랜 행정과 정치권의 관행을 깨고, 새로운 가치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제는 실제로 주민들이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의 사정성어 풍운지회(風雲之會)=그가 올해 선택한 사자성어는 풍운지회(風雲之會·용이 바람과 구름을 얻어 하늘로 비상한다는 뜻)다. 이 사자성어에 ‘삶의 질 향상’이라는 수원시정 운영 방향이 담겼다고 그는 소개했다. “정조대왕과 번암 채제공, 다산 정약용이 만나 조선후기 실학발전과 문예부흥기를 이끌어 냈고, 성곽 건축의 백미인 수원 ‘화성’을 축성하게 됐다. 풍운지회의 조합이 이뤄낸 결과였다. 나와 수원시, 수원시민의 풍운지회가 수원의 제2 문예부흥기, 경제도약을 이끌어 낼 것으로 믿는다.”
특히 올해 1400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와 에코페스티발, 리우회의+20회의의 참석 등 국제적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안 문제 해결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북수원 민자도로, 수인선 지하화, 서수원 균형 개발 광교신도시 컨벤션센터 등 지역 현안 문제가 수두룩하다. 이 모두 지자체나 광역단체, 중앙정부와의 관계 등으로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과거유산으로 이미 예전에 가닥을 잡아놓은 문제들이어서 풀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피하지 않을 생각이다. ‘수원에 실질적인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대원칙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계절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듯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다. 임진년 흑룡의 해에는 수원시민들 모두 마음과 건강만큼은 늘 화창한 봄날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염태영 수원시장은 1960년 경기 수원에서 태어나 수성고,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했다.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과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국정과제담당비서관, 대통령자문 직속가능발전위원회 기획운영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와 경기남부권시장협의회, 시계문화유산도시협의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kgh@newsis.com
jungha98@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61호(1월23~30일자 설 합본)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