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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 '매탄주공 4·5단지 재건축 재개 이끈' 이상조 영통2구역 조합장

[인터뷰… 공감] '매탄주공 4·5단지 재건축 재개 이끈' 이상조 영통2구역 조합장

"수원시민 2400명 재산권이 걸린 문제라 버틸수 있었다"

이여진 기자

발행일 2021-06-09 제14면

약 8개월간 이어진 투쟁에서 매탄주공 4·5단지 재건축사업 재개를 이끌어낸 이상조 영통2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 신설 조례로 재건축이 1년 넘게 지연되면서 1천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는 8일 경인일보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조례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환경부, 권익위, 경기도, 수원시 등 관계기관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고 말했다.

1년간 환경부·권익위 등 모든 관계기관 '문턱 닳도록' 드나들어

내부 비판에 억울했지만 '피 같은 돈인데'… 조합원 설득에 노력

권익위 의견서로 '반전' 잘못된 조례로 안산·시흥 주민 상당수 피해

동수원 최대 규모의 단지 기대감… '눈비 맞지 않게 통학' 포부도

지난해 수원에서는 이미 환경영향평가 면제 판정을 받은 아파트가 경기도 신설 조례로 새롭게 평가대상에 포함되면서 기존의 재건축 절차를 뒤엎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사례가 나왔다.

해당 아파트 조합은 재건축을 재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 와중에 아파트 주민인 조합원과 행정 관청의 양측을 상대로 지루한 싸움을 펼쳐온 사람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4천가구 규모의 매탄주공 4·5단지 재건축 재개를 이끌어낸 이상조 영통2구역 조합장을 8일 경인일보 브리핑룸에서 만났다.

/클립아트코리아

 

 

"그야말로 다이내믹했다." 이 조합장은 약 8개월간 진행된 투쟁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는 수원시민 2천400명의 재산권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에 지금껏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수원 매탄주공 4·5단지는 36년 전인 지난 1985년 2천가구 규모로 지어진 아파트다. 지난 2015년 수원시의 정비구역 지정으로 재건축이 본격 시작됐다. 축구장 30개 면적이 넘는 부지에 지상 35층짜리 31개동 4천가구 아파트를 건설하는 대형 사업이다.

이 조합장은 "구도심이라는 부정적 인식에 휩싸였던 수원 시민들에게 매탄주공 4·5단지 재건축은 그야말로 숙원 사업"이라고 말했다.

수원 도심 정중앙에 대규모 고층 아파트가 예고되면서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은 잠시나마 활기를 띠었다. 아실(아파트실거래)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한 달 평균 5.5건 거래됐다. 매매가 역시 전용면적 73.92㎡에 7억원을 기록해 11개월 새 2억원 넘게 뛰었다.

그러나 사업은 지난해 1월 신설된 도 조례로 좌초 위기에 놓인다. 본래 30만㎡ 이상인 지역에서만 진행해왔던 환경영향평가를 그의 절반인 15만㎡부터 적용하는 내용이었다. 공교롭게도 영통2구역은 22만㎡여서 도 조례를 적용받게 됐다. 일정은 짧아도 1년 이상 지연되고 재산 피해는 1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명백한 소급 적용이었습니다. 이미 3년 전인 지난 2018년 12월 환경부로부터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판정받은 상황이었습니다. 전반적 절차도 수원시와 협의 후에 시작했습니다. 이후 2년 동안 조합설립인가, 경관심의,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등 상당 절차를 진행한 상태였습니다.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릴 경우 재산 피해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정신적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봤습니다. 부당한 일이고, 맞서 싸워야 하는 일이라고 판단했죠."

 

하지만 상대는 경기도였다. 조례의 부당함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1년 동안 각종 공공기관을 말 그대로 '문턱 닳도록' 드나들었다. 환경부, 국민권익위원회, 경기도, 수원시 등 모든 관계기관이 대상이었다.

"담당자들과 이야기하면서 조례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환경부도, 수원시도 조례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오로지 경기도만 합법 조례라고 주장하더군요. 지난해 10월 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했습니다."

4개월 후인 이듬해 2월 양철민 경기도의원이 도 조례 개정에 나섰고 사업은 다시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한 달 만인 지난 3월 경기도가 재의 요구를 하면서 다시 암초에 부딪힌다. 이미 조례가 시행된 지 1년이 넘어 다른 지역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 일부 구역만 면제하면 평등에 반한다는 것이 근거였다.

그러자 이번엔 내부에서 비판 여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차라리 경기도가 시키는 대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으면 재건축이 더 빨리 진행됐을 것을 조합장이 괜한 고집을 부려 일정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이때를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라고 기억한다.


"잠시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2천명이 자신의 피 같은 돈을 들여 진행하는 사업인데 반대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죠. 조합원들에게 공동의 목표를 환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절차를 거슬러 경관심의도, 조합원 총회도, 건축심의도 다시 받으면 전체 사업일정이 틀어진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반대의견을 충분히 듣고, 그에 대해 해명하고, 설득하는 시간도 충분히 가졌죠."

상황을 반전시킨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12월 환경부·경기도·수원시 등과 진행된 '5자 회담'에 이어 지난 4월 권익위가 낸 의견서였다. 권익위는 의견서에서 대법원 판례와 관계부처 의견을 종합해 영통2구역이 환경영향평가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업인가 신청 불과 한 달 전 조례가 시행된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 자의적 판단이라는 것이었다. 새롭게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되면 가구수·건축물 위치·건축심의 등 다양한 항목에서 변화가 생겨 영통2구역 조합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부담을 지운다는 근거도 작용했다. 이렇게 영통2구역 재건축은 재개된다.

"진실이 그대로 반영됐다. 경기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제정 당시부터 경과규정이 모호하게 만들어진 것이 문제였다. 잘못된 조례로 재건축이 지연된 안산과 시흥 주민 상당수도 피해를 받은 셈이다."

현재 영통2구역 재건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수원시에서 사업 인가를 받았다. 오는 14일부터는 경기도와 수원시가 선임한 감정평가기관 2곳의 현장조사를 거쳐 감정평가금액을 통보받고 오는 9월에는 조합원 분양신청이 진행된다.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동수원 최대 규모의 아파트단지가 된다. 입주민 자녀들의 통학권을 보장하기 위해 초등학교와 연결되는 지하도를 개설하고, 지하에 학교 교직원 주차장을 짓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씨는 앞으로도 총대를 맡는다.

이 조합장은 "시공사의 제안사항을 면밀히 살펴서 초등학생들이 한여름, 한겨울에도 눈비 맞지 않고 통학할 수 있는 단지, 주민 커뮤니티가 살아 있는 단지를 만들고 싶다. 10년 플랜을 짜서 다른 곳보다 특화점이 많은 아파트 단지로 탄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글/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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