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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아파트 'LH' 딱지떼기

경기 아파트 'LH' 딱지떼기

최인규

승인 2020.11.05 18:54

수정 2020.11.06 13:21

2020.11.06 6면

'싸구려 아파트' 비하시선

▲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A아파트 방음벽에 아파트 명칭 변경을 독려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아이들 사이에서도 LH를 놓고 부정적인 얘기가 오가는데, 이름을 바꿀 수밖에요.”

경기도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주민들이 '싸구려 아파트' 등 비하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참다못해 아파트에 붙은 'LH 글자'를 지우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와 LH는 주택을 '계급화'하는 사회적인 풍토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5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수원시 세류동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명칭 변경'과 관련해 입주민 의견을 받고 있다. 기존 명칭에서 LH를 떼고 시공사 브랜드를 넣기 위한 것이다. 즉 'LH'를 지우자는 것이 우선 목표다.

한 주민은 “사람들 사이에서 LH라 하면 ‘임대아파트’라는 편견이 강하다”며 “휴먼시아와 거지를 합친 '휴거'라는 얘기가 떠돌 정도인데, 굳이 LH 명칭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고 토로했다.

해당 아파트 입대위는 지난달 19일부터 입주자 863가구를 대상으로 서면 동의를 받아 지난달 30일 기준 입주자 78%가 동의했다. 현재는 700가구 이상이 동의하면서 81% 동의율로, 이미 변경 요건을 갖췄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고양, 파주 등에서도 있다. 입주를 마친 아파트에선 물론, 조기 분양전환 중인 임차인 사이에서도 명칭 변경 논의가 오갈 정도다.

고양시 도내동 LH원흥도래울마을2단지의 경우 지난 9월 입주민 동의 절차를 마쳐 LH를 뗀 '도래울센트럴더포레'로 변경했다. 이들도 LH를 향한 비하 시선이 가장 큰 변경 이유였다.

파주시 와동동에 있는 가람마을5단지에선 조기 분양전환 절차가 한창인데도, 주민들이 명칭을 바꾸려고 나섰다.

아파트 공급 당사자인 LH는 지자체 차원에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시설 등 기능적인 면에서 크게 떨어지는 것이 없는 데도 단지 공공이 공급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깎아 내리고, 변경까지 이뤄진 것이 안타깝다”며 “이미지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지만,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 관계자는 “아파트 명칭 변경은 입주자들로 구성된 입대위 의결에 따라 이뤄지는 자치 사항이다”며 “개선의 필요는 있으나 지자체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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