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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이사온다" 한마디에 쫓겨나는 세입자들

"자녀 이사온다" 한마디에 쫓겨나는 세입자들

신지영 기자

발행일 2020-09-24 제1면

집주인이 '직계존·비속 거주' 주장 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못해'

현행법상 허위 사실이어도 적발 방법 없어… 신고·검증제도 촉구

계약갱신청구권이 포함된 새 임대차보호법으로 일부 집주인들이 유명 변호사까지 수임해 헌법 소원을 검토(9월 22일자 1면 보도=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맞서는 집주인들')하고 있는 가운데 직계존·비속 거주를 이유 삼아 퇴거를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원시 원천동의 약 165㎡(50평대)의 A오피스텔은 지난 2018년 가을께 매매가는 6억원대 후반에, 전세는 3억5천만원 내외로 형성됐다. 그러다 올해 들어 경기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최근 매매가는 8억5천만원, 전세는 4억5천만원 내외까지 치솟았다.

이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B(38·의사)씨는 계약 만료를 4개월 앞둔 지난달 "보증금을 2억원 올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집주인으로부터 전해 받았다. B씨는 보증금 1억원에 105만원 월세를 내는 이른바 '반전세'로 거주해 왔다.

갑작스런 인상 제안에 큰 부담을 느낀 B씨는 새 임대차보호법에 명시된 대로 '2년 추가 거주', '직전 임대보증금·임대료의 5%로 상한선'을 정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려 했다.

그러자 집주인은 "아들이 거주할 예정"이라고 급히 말을 바꿨다. 현행법상 임대인의 직계존·비속이 거주하면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없게 돼 있어 B씨는 영락없이 쫓겨날 처지가 됐다.

B씨는 "정부가 전문직 (신용)대출도 옥죄고 있어 도저히 2억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법이 유명무실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인근 C부동산 관계자는 "임대인들로부터 '2년 더 살게 계약을 꼭 갱신해야 하는 거냐', '시세대로 올려 받을 방법은 없냐'는 문의가 쇄도한다. 올해 워낙 시세가 올라서 (5% 올리더라도)2년 전 가격으로는 임대인의 심리적 손해가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허위로 직계존·비속 거주를 내세워도 마땅히 적발할 방법은 없다. 경기도 임대차상담소는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임대인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은 임차인이 증명해야 한다. 허위 주장을 신고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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