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본소득의 출발- 이필근 경기도의원
"21세가 된 누구에게나 15파운드를 지급한다. 50세 이상의 모든 사람에게 남은 일생에 걸쳐 매년 10파운드를 지급한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자선이 아니라 권리이며, 박애가 아니라 정의이다."(1796년 토마스 페인)
"빈곤을 해결하는 길은 바로 보장된 소득이다."(1967년 마틴 루터킹)
올해 기본소득이 정치권에서 크게 회자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재난기본소득이 있다. 이 지사는 지난 4월 선제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전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예산 1조 3천642억원)했고 국가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견인한 바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대표도 고용문제와 소비위축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기본소득 연구가 필요하다 말했고 최근 기본소득을 국민의힘 정강정책으로 확정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도 뜨겁게 달궈졌다. 지난 6월 발표된 YTN 의뢰 리얼미터 조사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찬성 의견은 48.6%, 반대의견은 42.8%로 오차 범위 내에서 찬반이 팽팽하다. 진보층은 63.4% 찬성, 보수층 67% 반대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20대는 찬성 59.1%, 반대 32.9%, 30대는 찬성 46.3%, 반대 47.4%, 40대는 찬성 49.2%, 반대 40.8%, 50대는 찬성 49.5%, 반대 44.5%, 60대 이상은 찬성 52%, 반대 40.9%로 나타났다.
지난 6일 발표된 LAB2050-연세대 연구팀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반대로 기본소득제에 대해 57.8%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기본소득은 ‘사회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재산·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무조건 지급하는 일정한 소득’으로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을 구성요소로 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의 소멸이 논의된 이후 그 대응책으로 기본소득이 다뤄지면서 큰 세계적 관심 받게 됐다.
지난해 고용정보연구원은 2025년에는 전체 취업자의 70%가 넘는 수치가 고용위험 인구에 속하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사회보험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안전망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도 기본소득은 매우 솔깃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 정책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즉 재원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다. 이에 대해 2019년 한 사회단체가 연구를 통해 방안을 제시했는데, 공정한 과세, 복지제도의 정비, 효율적인 재정운영을 통해서 1인당 월 30만 원 정도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이재명 지사도 예산조정을 통해 소액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정책적 효과가 입증되면 국민적 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확대, 국토보유세, 데이터세 등 기본소득 목적세 신설을 통한 재원마련으로 월 50만 원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 하나 제기되는 의견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는 우리 모두에게 예측 불가능한 어려움을 맞이하게 했다. 앞으로 인공지능의 발달은 기존 복지제도가 감내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빠르게 만들어 갈 것이다.
오는 10~11일 경기도 기본소득 박람회가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해 이러한 문제들을 토론한다. 기본소득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장기적으로 준비돼야 한다. 2차 재난지원금은 당정협의를 통해 선별 지원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여전히 논의의 불씨는 남아있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치권 일각의 구호만으로는 안 된다. 국민이 주인이 돼 참여하는 건전하고 실질적인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 많은 사람이 논의의 장에 참여할수록 단단한 제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필근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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