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개월여 간 진행된 수원여대의 경찰수사 결과는 사학의 어두운 한 단면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대학이 소위 말하는 지성의 집단이라는 얘기는 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였다. 이런 얘기를 뒤로 하고 어떻게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게 하는 전모였다. 그 비리 유형도 백화점식 나열형이었다. 특히 설립자의 장남인 수원여대 기획조정실장은 장비 납품을 독점하도록 편의를 봐주는 대가와 학교 건축물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2억5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사법 처리됐지만 수원여대는 얼마 전 회의를 열고 문제의 기획조정실장을 총장으로 선임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사회에서 눈을 감고 있을 동안 횡령죄 처벌을 받고도 별다른 징계 한 번 없이 대학을 움직이던 아들이 결국 총장으로 올라 선 것이다. 이러한 수원여대 총장의 임기는 정관상 3년이고 중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봄 홍모 전 총장이 돌연 사직했고 신임 총장 개인으로는 벌금형을 선고 받고 복직한 지 15개월 만에 총장에 선임된 일이다. 물론 교과부의 제지가 없었던 일도 아니다. 이미 신임 총장이 기획실장시절인 지난해 3월에 해임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를 수원여대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현행 사립학교법상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 등에 대해 직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사실, 더구나 해당 수원여대 직원인사규정도 직원의 횡령사건이 발생할 경우 국가공무원법 준용원칙에 따라 당연 퇴직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모든 사실을 무시하고 취임한 것이다. 과연 어디부터 잘못된 일인지 알면서도 지금 수원여대의 사태는 그냥 술술 넘어가는 형국이다. 설립자의 아들이라는 개인적인 신분 하나가 이렇게도 모든 면죄부를 받기 당당한지부터 의문이다. 짐작하다시피 총장이라는 자리는 한 대학의 얼굴이다. 그런데 이렇게 비위로 얼룩진 사람이 총장으로 앉아 굳히게 되는 상황이라면 이 대학의 앞날은 뻔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지금 전국의 대학들이 전에 없던 감사의 뒤끝에 전형적인 사학비리 등으로 문을 닫고 다른 한편으로 내실을 기하려 애를 쓰고 있다. 이런 현실에 어떻게 수원여대는 총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횡령전력을 가진 사람이 차지할 수 있는지부터 이른 시일에 밝혀야 한다. 이 대학 직원의 표현대로 ‘무소불위 권력의 막장’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배경을 가졌다면 이 또한 다시 한 번 캐물어야 할 사안이다. 아무리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면 이사장이 총장을 임명하고 면직할 수 있다 해도 이런 식의 총장 임명을 제대로 이해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수원여대의 비리는 총장 혼자만의 얘기도 아니다. 지난 6년 동안 교내 은행과 구내식당 등에서 받은 대학 발전기금 4억1천500만원을 법인회계로 무단 편입하는 수법으로 빼돌려졌고, 또 다른 사람은 친척 명의로 전세버스 업체를 설립한 뒤 6년 동안 스쿨버스 운영을 독점하며 학교로부터 3억5천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여기에 근무하지도 않은 직원을 등재하는 수법으로 13억원을 빼돌리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한마디로 대학 비리에 가족과 측근들이 무더기로 개입된 종합선물 세트 같은 그림이다. 분명 지금의 우리 대학은 위기를 맞고 있다. 학생수 감소와 교육개방 등 국내외 여건도 쉽지 않다. 이제 대학이 설립자의 전유물로 남느냐 아니냐는 앞으로 정부에 공이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