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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 "18번의 부동산대책은 17번 실패했다는 것"

[집+사람] "18번의 부동산대책은 17번 실패했다는 것"

입력 2020-02-17 09:03 수정 2020-02-17 15:51

[집+사람] "18번의 부동산대책은 17번 실패했다는 것"

[현장에서 만난 건설·부동산 人]

서진형 대한부동학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뷰

"한박자씩 늦는 규제책 아쉬움" 지적

"인구수는 줄어도 가구수는 늘어…공급 확대해야" 언급

<시장 경제의 핵심 원칙은 `수요와 공급`이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부족하다면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서울의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 부족하다면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급으로 채우겠다`라는 계산을 세운 상태다. 서울 주택 공급은 실제 충분한 걸까.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만난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은 "1인 가구 증가로 가구 수는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규제 못지않게 공급 계획과 정책의 마스터플랜을 수요자들에게 인식 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Q. 최근 시장부터 진단해보자. 치솟던 시장이 잠잠해진 분위기다. 하지만 수·용·성(수원·용산·성남) 지역이 폭등세를 보인다.

"강남 집값을 잡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상승률이 둔화한 만큼 강남 집값을 잡았다고는 볼 수 있겠다. (12·16 대책에서도) 수요억제책, 대출 규제를 폈다. 9억 원 이상, 15억 원 이상의 경우에는 대출 규제를 강하게 걸었다. (9·15억 원) 시장은 당분간 가격을 안정시킬 수는 있겠다. 여기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니까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떨어지는 흐름이다.

하지만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강남4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잡겠다고 덤비면 `인근 지역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실제 수원, 용인 지역이 많이 올랐다. 서울 대출을 막으면 대출이 가능한 지역으로 이동한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경제 상황이 유동성이 굉장히 풍부하다. 유동 자금이 생산 자금으로 투입돼야 하는데 경기가 안 좋으니 생산 자금, 설비 투자로 흐르지 않고 부동산으로 몰린다. 대출 규제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수원·용인 일대에 실수요와 투기수요가 함께 몰렸고 가격이 올랐다.

또 정부에서 규제책을 발표할 때 GTX라거나 지하철 등 교통 호재들도 같이 내놓는다. 그런 지역들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수요자들은 정부 정책보다 앞서간다. 항상. 정부가 어느 정도 예측을 해서 규제를 해야 하는데 미리 내다보는 정책을 펴지 못하니까 시장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거다."

Q. `시장이 한 박자 빨리 간다`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서울 집값을 선도하는 지역을 규제할 때 수·용·성 등을 함께 묶었어야 한다는 말인가?

"정부는 `핀셋 규제를 한다`는 방침이다. 핀셋에서 벗어난 지역은 수요가 몰리게 돼 있다. 가령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핀셋으로 규제를 하다가 서울 모든 지역에 핀셋을 뿌렸다. 그러다 보니까 투기지역 같은 경우 `투자의 가치가 있다`는 시그널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셈이다. 일부 지역을 묶다 보면 소비자들은 인근지역으로 옮겨간다. 단순히 `규제로 어디까지 묶겠다` 보다, 종합적인 정책 계획을 수요자들에게 심어줘야한다. 수요에 따른 공급을 하겠다, 장기적인 로드맵과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한다. 너무 단기적인 측면만 강조하다 보니까 부작용이 나타난다. 수요자들이 불안한 거다."

Q.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평점을 매긴다면, A+에서 낙제(F)까지 어떤 점수 주겠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C+` 정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다. 정부가 들어서서 총 18번의 정책을 발표했는데, 18번 발표했다는 얘기는 앞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또 다른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을 평가했을 때 그 정도(C+)로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C+, 낙제(F)는 아니다.

"부동산을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가 있다.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호의적인 점수를 주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반영해서 C+로 평가했다. 다만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는 것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같은 정책이다. 정부는 분양가를 통제해 집을 싸게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주택자들은 `나도 아파트를 싸게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하지만 청약통장 가입자 중에서 0.0001%, 극소수만 분양을 받을 수 있다. 정책의 맹점이다.

서울시 청년 주택도 비슷하다. 지난해는 청년 주택이 600호 정도 공급됐다. 그런데 청년이 몇만 명인데 600명이면 극소수다. 정치적 포퓰리즘이 아닌가, 그래서 이런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닌가 본다."

Q. 공급 대책을 다뤄보자. 정부는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겼다`, `서울도 100%에 육박하기 때문에 주택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기(104%) 때문에 공급은 충분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통계를 악용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오피스텔, 원룸, 반지하, 단칸방에 사는 사람들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사는 곳을 벗어나서 이주하고 싶은 수요가 계속 있다. 그런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주거 수준의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소득은 높아지고 국가 경제 수준은 높아졌는데 `아파트로 이주하지 말고 계속 오피스텔이나 반지하에 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가는 소득수준에 맞는, 수요자 욕구에 맞는 주거 수준을 제공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정부의 의무를 이행해야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지 않겠나."

Q. 일각에서는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나중엔 주택이 남아돌 것이다, 계속 집을 지으면 슬럼화를 가속할 수 있다, 이런 의견도 내놓는다.

"우리나라는 2030년대를 기점으로 인구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인구수는 줄어들지만 가구 수는 늘어난다. 왜냐하면, 가구 구성이 다양화된다. 1인 가구가 늘어난다. 예전엔 1인 가구는 셋방에 살았지만, 요즘에는 1인 가구도 20평대 30평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나라의 공가(空家·빈집)들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공가를 활용할 정책을 펴면 된다. 예를 들어 산재해 있는 공가를 헐고 밀집된 아파트를 짓는다. 나머지는 건폐율을 낮추고 용적률을 높이는 쪽으로 개발을 해서 공지를 확보한 뒤 주거환경을 양호하게 가져가는 쪽으로 도시정책이나 국토계획을 펼쳐야 한다. 지금 현 시장에서는 수요자의 욕구에 맞게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우선이다."

Q. 3기 신도시가 현 정부의 핵심 공급 정책이다. 서울의 수요를 메울 수 있을까?

"신도시는 기본적으로 50만 인구계획이 있어야만 도시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3기 신도시는 50만을 밑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없는 신도시가 된다. 또 3기 신도시가 서울~2기 신도시의 중간에 있다. 2기 신도시는 아직도 정착되지 않았다. 도시는 만들어진 지 20년은 돼야 성숙한다. 마치 성인의 나이처럼. 2기 신도시가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3기 신도시를 그 사이에 발표했다. 신도시 정책의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3기 신도시도 상암 인근이나 과천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마저도 어렵다. 청년이든 수요자든 직주근접을 원한다. 기자님도 (회사 근처인) 여의도에서 살고 싶지 않은가. 사정이 안 돼서 직주근접을 못 한다. 서울 수요를 메울 사실상 유일한 대안은 서울의 재건축·재개발을 푸는 것이다.

중국 심천, 홍콩, 미국 뉴욕을 보면 고층빌딩이 많다. 스카이라인이 형성돼 있다. 서울도 국제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이런 스카이라인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뭐라고 하냐면 `고밀도 개발이 돼서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건폐율을 최대한 낮추고 낮춘 만큼 용적률을 올려줘야 한다. 남는 용지는 공공용지로 기부채납을 받거나 주민들이 공공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용지로 개발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 그래야 서울이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는데 기여를 한다."

Q. 마지막 질문이다. 19회 대한부동산학회장에 이어 20회 학회장도 연임하게 됐다. 부동산학, 학회에 대한 소개와 포부를 전한다면.

"대한부동산학회는 4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대에 이어 20대 학회장으로 재신임을 받아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대한부동산학회는 우리나라에 부동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데 학문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것들을 더 잘하라고 연임을 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향성을 제시하는 학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부동산학이란 인간과 부동산의 관계를 개선해서 인간을 조금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목적을 담은 학문이다. 경제는 사유재산권을 강조하지만 부동산학에서는 공익과 사익의 조화를 강조한다. 공익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게 되고, 사익을 너무 강조하게 되면 공익이 침해된다. 이를 조화해서 좋은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학회가 학문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 부동산 같은 경우는 우리 후손들이 영원히 영위하게 될 우리 국토다. 우리 후손들이 조금 더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국토개발이 될 수 있도록 이바지하는 것이 우리 학계의 사명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영상취재: 채상균.

 

부동산부 전효성 기자

z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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