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전기버스' 시대 개막… 시내버스 모두 전기차로 바꾼다
- 김현우
- 기사입력 2019.12.03 22:18
수원여객 5번 전기버스가 장안문 인근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기술의 발전으로 누리는 편리함의 대가는 혹독하다.
도시인들은 아침마다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차단율이 높을수록 숨 쉬기도 힘들어지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하루를 시작한다.
미세먼지로 인한 재앙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정부는 노후경유차량 운행제한과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골자로 한 4개월간의 ‘미세먼지 시즌제’를 수도권에 도입했다.
뿐만 아니라 2020년에는 4조 원의 예산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깨끗한 물과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수원시가 대규모 전기버스 운행을 시작해 주목된다.
수원여객 전기버스가 수원 북부공영차고지 충전소에서 충전되고 있다. 사진=수원시
◇전기버스 1천대 목표, 표준모델 제시한다 = 수원시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전기버스 시대를 활짝 열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목표로 ‘환경수도’를 자처해 온 수원시는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일찌감치 전기자동차 보급은 물론 전기버스에 큰 관심을 갖고 도입을 위해 노력했다.
시가 목표로 한 전기버스는 1천대다.
10월 말 기준으로 시에 등록된 시내버스가 1천86대임을 고려하면 향후 3년간 시내버스 전체를 전기버스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우선 시범적으로 100대의 전기버스를 보급하기 위해 시는 지난 1월 수원여객운수㈜와 협약을 맺었다.
시가 구매보조금과 행정적 지원을 하고, 수원여객은 전기버스를 우선도입하며 충전스테이션을 구축하기로 약속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기버스 1대당 1억 원의 국비와 각각 3천만 원씩의 도비 및 시비가 지원되는데, 시가 당초 확보했던 예산은 36대분에 불과했다.
게다가 환경부의 전기버스 예산이 추경에서 삭감되는 위기였다.
이에 시는 부시장을 필두로 4회 이상 환경부를 방문, 공영차고지에 충전소를 설치하고 캐노피를 통한 태양광 발전까지 덧붙인 수원형 전기버스 표준모델을 적극 설명해 58대분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
결국 12월 현재 36대의 전기버스가 5번과 98번에 배차돼 수원시내를 달리고 있으며, 신규 출고 차량이 도색 등의 작업을 마친 뒤 순차적으로 도입되면 내년 초부터는 총 94대의 전기버스가 도심 곳곳을 누빌 예정이다.
수원여객 최진태 부사장은 "전기버스의 도입과 확대는 지자체장의 의지와 노력이 없으면 시행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수원시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덕분에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할 수 있게 된 만큼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무공해 인간친화적 전기버스 = 전기버스는 무공해다.
각종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배기구 자체가 없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경유버스가 1㎞를 운행할 때마다 0.04g의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만 전기버스는 미세먼지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또 친환경 버스로 분류되는 CNG(천연가스)버스조차 일부 배출할 수밖에 없던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도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
경유차 1대를 전기버스로 대체할 경우 연간 39.195t의 온실가스가 감축된다고 알려져 있다.
연료인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외에 버스가 운행하며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온실가스가 없다는 뜻이다.
시에서 미세먼지를 발생하는 오염원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게다가 전기버스는 인간친화적이다.
내연기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엔진이 작동하며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대폭 줄어든다.
신호대기 중에는 엔진소음과 흔들림이 거의 없어서 차량 내부에서 대화하기가 꺼려질 정도로 조용하다.
덕분에 이용하는 시민 뿐만 아니라 운전기사도 소음스트레스가 완화된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 도입되는 전기버스는 모두 저상버스로 설계돼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이용하기도 훨씬 수월해진다.
2t에 달하는 배터리를 상부에 싣고 달려야 하는 전기버스는 골조 자체도 더 튼튼해 안전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전기버스 외관은 맑은 하늘을 닮은 하늘색으로, 자연을 상징하는 연두색을 포인트로 나뭇잎 모양의 콘센트와 배터리 모양의 화분 등 자연과 전기를 형상화한 픽토그램이 꾸며졌다.
내부 역시 산뜻한 색감의 의자와 배치로 승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충전인프라 구축 = 100대에 가까운 전기버스를 적절히 운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충전시스템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번에 수원여객은 국내 업체인 에디슨모터스㈜의 e-화이버드 기종의 전기버스를 도입하며 96기의 충전기를 갖춘 충전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전기버스는 완충시 250㎞를 달릴 수 있다. 기사의 숙련도 등에 따라 정비에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시내버스 노선이 평균적으로 50㎞ 안팎임을 감안하면 시내 노선용으로 충분하다.
수원북부공영차고지에 설치된 충전소는 동시에 36대를 충전할 수 있으며, 버스에 충전장치를 꽂아두면 한 대를 충전시킨 후 다른 버스를 충전하는 파워뱅크형이다.
밤에 세워둔 96대의 버스가 모두 완충 가능한 시스템이다.
또한, 버스가 노선을 한 바퀴 돌고 들어와 기사들이 쉬는 동안 추가 충전을 하면 30㎾ 가량이 더 충전되기 때문에 배터리 방전의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특히, 충전기 위 캐노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발전사업을 겸할 수 있도록 했다.
북부공영차고지에 완공된 충전소는 오는 9일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번 대규모 전기버스 도입은 미세먼지로는 도시숲 3천500㎡를 조성하는 효과, 온실가스 감축부문에서는 약 1만㎡의 도시숲 조성하는 것과 같다"며 "앞으로 1천대의 전기버스를 도입, 수원시의 미세먼지를 줄이고 친환경 도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kploc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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