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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 브랜드를 찾아서] 수원 한복집 금화상회 "인심·신뢰, 66년 장사 비결 우리 복식 한복 지켜가겠다"19:52 . 1953년, 수원 팔달문 가구거리 일대 길거리에서 기저귀감, 이불감, 행주감을 널..

[향토 브랜드를 찾아서] 수원 한복집 금화상회 "인심·신뢰, 66년 장사 비결 우리 복식 한복 지켜가겠다"

 

  • 안형철
  • 기사입력 2019.09.30 19:52

 


 

1953년, 수원 팔달문 가구거리 일대 길거리에서 기저귀감, 이불감, 행주감을 널어놓고 판매하던 포목노점이 있었다. 이 노점은 2년 뒤 뒤편의 가게를 인수하고 ‘금화상회’라는 한복(韓服)전문점 간판을 달았다.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선정한 백년가게 금화상회의 시작이다. 지금은 1대 장인덕 여사의 뒤를 이어 아들 이정관(59) 대표와 며느리 유재순(58) 대표가 2대째 가게를 꾸려가고 있다.


◇ 반세기 이어 온 백년가게= 1대 장 여사는 한국전쟁의 전화를 피해 고향 김화(金化)를 떠나온 피난민이다. 김화는 강원도 철원의 한 읍으로 전쟁 뒤 남북으로 갈라진 곳. 장 여사는 수원 연무동 피난촌에 정착한 뒤 고향 이름에서 따온 금화상회라는 이름으로 생계를 꾸렸다. 급박했던 시절, 생계를 위해 선택한 포목노점은 6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동안 번듯한 한복전문점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 대표는 “어머니의 사업수완이 좋아서 한창 번창할 때는 돈 통 미어질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면서 “어머니는 돈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에 몰두하며 금화상회의 기반을 닦았다”고 돌이켰다.

금화상회의 사업은 날로 번창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인심도 잃지 않았다는 게 이 대표의 자부심이다. 이 대표가 가게를 물려받았던 1987년, 당시 어머니의 외상 장부에는 감나무집, 다리건넛집 등으로 표시된 받을 길 없는 외상이 많았다.

“어머니는 외상을 까다롭게 주지 않으셨어요. 가게를 이어받고 7년이 지나서 외상값을 잊지 않고 갚으러 온 손님도 있었죠.”

선대의 넉넉한 인심이 금화상회의 장사수완인 셈이다. 이 대표는 어머니의 ‘인덕’이 금화상회의 수많은 단골을 낳았고, 66년간 이어 온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금화상회는 1972년 현재의 영동시장 자리로 터를 옮겼다. 4평 가게에 불과했던 규모는 한창때 16평으로 늘어났고, 3명에 불과하던 직원은 바느질하는 침모만 7명까지 늘기도 했다.



◇ 대를 이어 쌓아가는 신뢰= 한국판 거대한 부의 세습을 가리켜 ‘재벌’이라 부를 때, 이 대표는 어쩌다 오가는 손님이 ‘장사 초짜’라고 눈칫밥이라도 줄까 노심초사했다. 손님이 오면 당황하기도 했고, 그럴수록 ‘오늘 이 시간이 처음 가게 문을 여는 순간’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손님을 속이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어요. 올이 풀린 한복을 수선해서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올이 풀린 한복에 더해 새로 한 벌을 다시 지어 손님에게 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손님은 두 벌의 한복을 받게 된 셈이죠. 기다려 준 데 대해 감사의 인사와 상품권 등이 담긴 편지도 함께 보냈어요.”

이 같은 이 대표의 노력은 새 손님은 물론 단골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신뢰’를 바탕으로 2대째 맥을 이어 온 금화상회가 크게 알려진 계기는 따로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앙드레김의 디자인에 착안해 치맛자락에 새 디자인을 도입한 것. 물결무늬를 넣은 디자인을 개발함과 동시에 일대 한복전문점들이 앞다퉈 따라하면서 금화상회가 유행을 이끌었다. 이 대표는 “한 원단 회사가 판권을 살 테니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를 했다”고 당시 인기를 강조했다.

세월은 또다시 흘렀고, 한복이 복식의 ‘반짝’ 유행을 이끌던 시대도 지났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금화상회는 물론 일대 한복전문점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한복 외길 인생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한복이라면 평상복이든 예복이든 수요가 없어요. 한복이 점점 잊혀지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을 대표하는 한복을 지키기 위해 이 길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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