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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사진작가 홍채원 '집宇집宙-경계에서'展사람이 떠나 버린 사라지는 공간… 피어오르는 '생명'

[전시리뷰]사진작가 홍채원 '집宇집宙-경계에서'展

사람이 떠나 버린 사라지는 공간… 피어오르는 '생명'

강효선 기자

발행일 2019-06-25 제17면

 

 
오는 30일까지 수원 북수동의 실험공간 UZ에서 홍채원 사진작가의 개인전 '집宇집宙-경계에서'가 열린다. 사진은 홍채원 작가의 작품 '인계동, 수원'.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수원 재개발구역 빈 건물내부
음습한 자리에 숨쉬는 '곰팡이'
저마다의 모습들 '앵글'에 담아
새로운 시각·색다른 재미 선사

빨간 페인트로 '철거'와 'X표'가 쳐진 건물, 재개발을 앞둔 동네의 마지막 모습이다.

낡은 건물들, 곳곳에 깨진 외벽과 창문,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아 빛이 바랜 동네의 모습은 스산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일까, 낡은 건물을 대신할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아무도 이 공간에 살던 주민들이 어디로 떠났는지, 빈 건물 안은 어떤 모습일지 등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스치듯 지나칠 뿐 오랜 시간 동네를 지키던 건물들의 철거를 아쉬워하는 이는 많지 않다. 아마 원주민 외에는 건물의 모습보다 앞으로 들어설 새로운 무언가에 관심을 갖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런 재개발 구역의 건축물 내부를 섬세하게 기록한 이가 있다. 수원에서 10여 년 간 문화재와 공간을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 온 사진작가 홍채원은 재개발로 철거를 앞둔 건축물의 내부를 섬세하게 카메라 앵글에 담아냈다.

수원 북수동의 실험공간 UZ에서 개인전 '집宇집宙-경계에서'를 통해 사람이 떠났어도 여전히 새 생명이 살아있는 건축물 내부를 공개했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떠나는 원주민과 재개발 시행자의 경계에 서서 빈 건물을 바라보는 데 집중했다. 작가가 재개발 구역의 건물들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건 '곰팡이'다.

빈 공간에서 습도와 온도로 인해 피어오른 곰팡이는 마치 새 생명처럼 느껴졌다. 또 빈 공간에서 막을 새도 없이 퍼지고 있는 모습은 권력의 힘 같기도 했다.

 
홍채원 사진작가. /홍채원 작가 제공


작가가 전시장에서 공개한 곰팡이는 저마다 다른 모습이다.

색이 바래 누렇게 변한 유리창에 핀 곰팡이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흘러 거칠어진 벽지에 자리 잡은 곰팡이는 마치 검은 돌의 표면을 보는 듯했다.

일상에서 무심코 스치는 곰팡이의 다양한 형태는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과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홍 작가는 "사물을 더 사물답게 즉, 보여 지는 대로 '본다'는 행위 자체에 충실하려 했다. 익숙한 사물은 친숙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그냥 스쳐지나가기 쉽다. 바로 그것을 탐구해 나가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떠난 음습한 곳에서 발견된 곰팡이라는 새 생명이 공간의 면을 잠식해 나가는 모습은 인간의 이기심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어떤 작품은 가슴 한 켠을 씁쓸하게 만든다.

그는 "오랜시간 수원을 촬영해 오면서 재개발 지역의 건물들을 많이 담아왔다. 사라지는 동네가 안타까웠지만 재개발을 개인이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 사람이 떠난 건축물 내부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생명이 숨 쉬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고, 또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사라지는 곳들을 담아 기억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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