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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절벽` 아파트 대신 빌라 투자전략…도시공원 인근·역세권 신축빌라 가성비 `짱`

`거래절벽` 아파트 대신 빌라 투자전략…도시공원 인근·역세권 신축빌라 가성비 `짱`

  • 김경민 기자
  • 입력 : 2019.03.18 07:40:02


아파트 시장이 침체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적은 빌라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빌라 밀집지역.
사진설명아파트 시장이 침체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적은 빌라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빌라 밀집지역. <매경DB>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최 모 씨는 요즘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 빌라 투자를 눈여겨보는 중이다. 정부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지만 빌라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대출을 못 받아 어차피 아파트 구매는 어려운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빌라 투자가 괜찮을 듯싶다. 갭투자 부담이 적은 데다 역세권 소형 평형이라면 임대수요가 많아 매매가도 꾸준히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대출, 세금을 총망라한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면서 끝을 모르고 치솟던 아파트 가격이 주춤한 양상이다. 하지만 모든 부동산 상품 가격이 다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수요자가 몰리는 빌라, 즉 연립·다세대주택은 가격이 오르고 거래도 꾸준히 이어진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874건으로 2013년 1월(1196건) 이후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강남권 핵심 입지라도 많게는 수억원씩 매매가가 떨어진 단지가 수두룩하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해 9월 최고 거래가(18억5000만원)보다 4억원 이상 떨어진 14억원짜리 급매물까지 나왔다.

빌라는 사정이 다르다. 1월 빌라 거래량은 3104건으로 지난해 11월(3988건)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파트 거래보다 많다. 지난해 11월 빌라 거래는 아파트 거래(3540건)를 앞지른 이후 3개월 연속 아파트 거래량을 뛰어넘었다.

가격도 조금씩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 1월 서울 빌라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보다 0.1% 올랐다. 강남, 송파구 등 강남권 11개 구 빌라값은 0.15%, 한강 이북의 강북 14개 구는 0.06% 뛰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빌라 전용 44㎡ 매매가는 지난해 말 2억7500만원으로 그해 9월(1억9200만원)보다 8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은평구 녹번동 일대 빌라 가격도 꾸준히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전용 40㎡ 안팎 소형 빌라의 경우 최근 3개월 새 가격이 1000만~2000만원가량 올랐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얘기다. 녹번동 K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이 워낙 많이 뛰어 실수요자 구입 부담이 커져 반작용으로 빌라 매매를 문의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빌라 공급과잉 우려도 커

실수요가 몰리면서 빌라 전세거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빌라 전세거래량은 7222건으로 2018년 1월(5958가구)보다 1000가구 이상 증가했다. 1월 빌라 전세거래가 7000건을 넘긴 것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9월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오히려 빌라 전세거래가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빌라 전세거래량은 8039건으로 1년 새 40% 이상 늘고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불황에도 빌라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늘어나는 배경은 뭘까.

아무래도 같은 평형 아파트에 비해 투자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수도권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2억1651만원으로 아파트 매매가(4억9784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세가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평균 전세가격을 보면 아파트가 3억1814만원인 데 비해 연립주택은 1억4689만원에 그친다.

서울 강북권에는 매매가가 1억원에도 못 미치는 빌라도 꽤 많다. 부동산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강북구 수유동 우신녹지빌라 다세대주택이 경매 시장에 나왔다. 1994년 말 준공한 전용 37.5㎡ 주택으로 최저 매각가가 8000만원에 그친다. 우이신설경전철 가오리역이 걸어서 10분 거리다. 강서구 화곡동 한성아트빌라 다세대주택 전용 43.1㎡도 8460만원에 경매 매물로 나왔다.

투자 부담이 적다 보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신혼부부나 아파트 매수 시기를 놓친 중산층 실수요자들이 빌라 투자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판단에 눈높이를 낮추고 빌라 매입에 나선 세입자도 꽤 있다. 빌라는 매매가뿐 아니라 관리비 부담도 아파트보다 적은 게 매력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아파트 매수 자체가 막힌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빌라 투자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전세를 끼면 5000만원에서 2억원가량이면 투자가 가능한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금 시점에서 투자하기에 좋은 빌라가 있는 지역은 어디일까.

실수요자라면 서울 지하철 역세권 인근 신축 빌라부터 눈여겨보라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실제 역세권 단독주택 밀집지역에서는 단독주택을 빌라로 개조해 임대사업에 나선 경우가 부쩍 늘었다. 5층 이하 빌라라도 엘리베이터가 기본 설치되고 복층 등 아파트 못지않은 공간 활용성을 자랑하는 곳도 적잖다. 일례로 지하철 2호선 구의역, 8호선 암사역 일대에서 지은 지 5년이 안 된 신축 빌라 매물을 눈여겨볼 만하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신규 지하철 역세권 일대나 도시 공원, 녹지 많은 산 주변의 빌라는 주거 쾌적성이 뛰어나 가격 하락세가 적다. 빌라 수요가 많아 가격이 강보합세를 보이는 강동구 길동, 동대문구 답십리동, 광진구 군자동 일대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밝혔다.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빌라를 매입할 때는 뉴타운, 재개발 구역 물건을 염두에 둘 만하다. 재개발 구역 빌라에 투자할 때는 신축 여부를 볼 게 아니라 낡은 빌라라도 대지지분이 얼마나 많은지 따져봐야 한다.

다만 뉴타운, 재개발 사업 초기 단계라면 오랜 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는 만큼 사업시행인가 이후 물건을 매입하는 게 안전하다.

빌라 투자 때 유의할 점도 많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신축 빌라라도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보통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거래가 많은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급하게 이사 가야 할 경우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렵다. 길게는 6개월 이상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호가를 수천만원 낮추는 경우도 허다하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매매가가 급등하는 아파트와 비교해 가격 상승폭이 더딘 것도 단점이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보안성이 취약한 것도 아쉽다.

“신축 빌라는 실소유주가 건축주 명의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건물 용도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주거용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허가가 났다면 추후 원상복구 명령이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설명이다.

향후 공급과잉 우려도 크다.

그동안 정부가 연립·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건설자금 저리 대출, 단기 임대 매입 등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다세대주택 공급이 급증한 때문이다. 최근에는 위례, 수서, 성남 등 수도권에 분양가 2억~4억원 수준의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축 빌라 매력이 떨어졌다. 윤재호 대표는 “나 홀로 빌라나 개인 건축업자가 지은 빌라는 하자로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빌라에 투자할 때는 주변 빌라의 분양가, 매매가, 전세가를 따져 가격 거품이 충분히 빠지고 권리상 하자 없는 물건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9호 (2019.03.13~2019.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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