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20. 수원 못골시장
한옥형 점포들… 조선시대 시장통 착각
구예리 기자 yell@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7월 25일 20:16 발행일 2018년 07월 26일 목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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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문전성시 전통시장
못골시장(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 258번길 10-12)은 1970년대부터 주민밀착형 골목시장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만들었다는 연못이 있었던 천변마을 ‘못골’ 이름을 따서 못골시장이라 불리게 됐다. 2003년 상인회가 설립되고 2005년 인정시장으로 등록돼 수원 구도심 9개 전통시장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고 늦게 형성된 시장이지만 이제는 주변 시장뿐만 아니라 전국의 전통시장을 선도하는 문화시장이 됐다.
못골시장의 면적은 2천700㎡로 현재 88개의 점포가 있으며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루 고객 수는 1만 3천 명에 달한다.
전통시장의 명맥을 이어오던 못골시장이 인근에 대형유통업체들이 들어서며 위축되자 못골시장은 수원시의 지원으로 2008년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상인과 소비자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못골휴식터, 못골이야기마당을 신설하고 상인들의 이야기를 제작한 스토리북을 제작했다. 시장 라디오 방송국 ‘못골 온에어’와 ‘줌마불평 합창단’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마련했다.
이에 외관 변화, 상인과 소비자 중심 문화콘텐츠 개발, 수익 증대라는 3가지 성과를 모두 거두며 프로젝트 이름 그대로 못골시장은 문전성시를 이루게 됐다.
지난해 7월에는 국비 지원을 받아 ‘글로벌명품사업-못골시장 저잣거리조성사업’을 통해 조선시대 저잣거리 모습으로 다시 한번 새단장을 했다.
이처럼 시장 발전을 위해 힘써온 결과 지난해 ‘2017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서 우수전통시장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상인동아리 활성화로 시장 홍보 효과 톡톡
못골시장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 커다란 현수막을 발견할 수 있다. ‘못골 밴드’, ‘못골 온에어’, ‘줌마 불평 합창단’ 등 못골시장만의 상인동아리를 홍보하는 현수막이다. ‘못골문화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만들어진 동아리들은 10년간 꾸준히 유지되며 시장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이 중 못골온에어는 상인들이 만드는 라디오 방송으로 상인이 직접 PD, 작가, DJ까지 도맡아 일주일에 2번씩 생방송을 하고 있다. 시장 골목골목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상인 및 동네 사람들의 소식 등 사람사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고 못골시장을 대표하는 명물이 됐다.
또 아줌마들의 불평을 합창으로 승화시킨다는 줌마불평합창단, 못골 밴드와 못골 기타도 매주 연습을 거듭하고 지역의 무대에서 공연을 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구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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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충환 못골시장 상인회장
“사람들이 시장의 주인… 세계적 명품시장 도전장”
“사람 중심의 시장을 만들어 해외에서 우리 시장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못골시장 상인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충환 회장(46)은 1999년 20대의 나이에 이곳에서 건어물가게를 운영하며 터를 닦아왔다.
이 회장은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로 상인 동아리 활동과 시설현대화사업을 꼽는다.
그는 “시장을 알리면서 상인들이 활력있게 장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상인동아리를 만들게 됐다”며 “상인들이 즐거워지자 시장 전체에 생기가 돌고 손님도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잣거리 사업과 관련, 이 회장은 “아케이드와 화장실 정비 등 일반적인 시설현대화사업으로는 우리 시장만의 특징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해 화성행궁과 어우러지는 디자인으로 옛것을 재현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현재 못골시장의 아쉬운 점으로 먹을거리 위주로 품목이 한정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공산품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워낙 강세를 보이다보니 전통시장은 1차 식품 위주가 됐다”며 “그러나 먹을거리만 있어서는 진짜 시장이 아니다. 옷, 신발, 생활잡화 등 없는 게 없어야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요즘 그는 어떻게 하면 다시 한번 시장을 활성화시킬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시장은 역시 사람 중심이 돼야 한다”며 “그동안은 상인 중심의 프로그램 위주였다면 이제는 주변 마을 주민, 고객과 함께하는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종 목표는 해외 시장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시장도 역사가 깊은데 아직 해외에서 배우러 오는 경우가 없다. 우리 못골시장이 모범사례가 돼 전 세계에 우리 시장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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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를 찾아라
■통큰칼국수
이름처럼 푸짐한 양에 한번 놀라고 저렴한 가격에 두 번 놀라고 그 맛에 세 번 놀라게 되는 국수집이다. 칼국수의 고명은 당근, 파채, 김가루, 깨소금뿐이지만 멸치와 디포리로 우려낸 깔끔하고 구수한 국물,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 뽑는 쫄깃한 면발로 꽉 찬 맛을 내고 있다. 잔치국수는 2천500원, 칼국수는 3천500원으로 평일에는 500그릇, 주말에는 700~800그릇이 팔려나가며 못골시장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에서 디자인사업을 하다 5년 전 가게를 개업한 김재호 사장(58)은 “국수집을 내는 것이 오래전부터 꿈이었다”며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만족하시는 손님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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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반찬
형형색색의 반찬들이 깔려있는 판매대는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치, 젓갈류부터 마른 반찬, 나물, 죽, 국, 카레까지 100여가지 반찬들을 보고 있으면 어떤 것을 고를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15년 전부터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강경순 사장(60)은 매일 새벽 농산물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와 모든 반찬을 직접 만든다. 최근에는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최강 달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 사장은 “요즘에는 반찬가게도 많고 손님들도 까다로워 단골을 만들기 쉽지 않다”며 “하지만 우리 가게는 반찬 대부분을 그날 만들어 그날 모두 소진하며 믿고 먹을 수 있는 가게로 소문이 났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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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뻥튀기
“뻥이요~!”소리와 함께 진동하는 고소한 냄새는 순식간에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남문뻥튀기에서는 4개의 뻥튀기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쌀, 콩, 옥수수, 보리, 현미 등 각종 곡물 뻥튀기와 수제강정, 미숫가루가 주요 제품이다. 차로 마실 수 있도록 둥굴레나 우엉, 무말랭이 등도 볶는다.
스물이 갓 넘은 나이에 뻥튀기 장사를 시작하며 자식들을 길러낸 박종화 사장(61)은 “옛날에는 여기가 뻥튀기 골목이었다. 기계 한대 가지고 어깨너머로 배우며 장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제 이곳의 뻥튀기는 택배서비스를 통해 전국으로 배송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그 비결에 대해 박 사장은 “좋은 원재료를 쓰니 당연히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구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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