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한강하구에서 남북 교류·협력 기대한다 - 유영록 김포시장
유영록 2018년 01월 30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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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반도 끝자락 조강리에서 강 넘어 개풍군 상조강리, 하조강리 윗동네를 바라다보면 예나 제나 들녘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그냥 노곤한 일상 같다. 그저 북녘 땅만 보이는 거라면야 김포도 군사분계선에 맞닿은 여느 지역과 다름이 없겠지만은 여기는 강이 있다. 그런데 또 이 강이 예사로운 강은 아닌 것이 한반도의 입구이고, 한민족의 어머니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다. 대륙의 반도 중앙에 쏙 들어간 이 곳이 대체 뭐라고 삼국시대는 그나마 최근이고 역사 이전, 불을 찾아 떠돌던 시대부터 이곳의 탐스런 물길을 차지한다며 수많은 주검이 바다로 씻겨갔다. 그렇게 애기봉에서 서서 가만히 고개를 저어보면 조선의 핵심으로 향하는 강의 입구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염하강은 물론이고, 한양도성 방어의 최일선이자 최후의 보루인 강화도를 조망할 수 있다. 여기에 한강을 흐르다 무슨 마음에선지 멈추어버린 섬 유도(留島)도 있다. 그래서 우리 김포, 아니 수도권과 한반도의 시원이 바로 한강하구다. 그런데 이런 자연과 경관, 역사와 민초들의 길고도 긴 삶의 이야기를 우리들은 잊고 있다. 강물의 어긋난 선은 인간이 그었을 뿐 저 도도한 흐름의 어디에 분단의 선이 있단 말인가. 고작 71년의 분단이 우리 민족의 바탕과 기억을 말려버렸단 말인가. 이 땅과 이 강, 사람은 그저 그대로 수만년을 이곳에서 살며 가족과 이웃의 소소한 일상과 행복을 갈망했을 뿐이다. 그런데 우주의 시간으로는 단 한 점도 안 될 찰라의 단절에 우리의 기억과 미래가 정체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남북의 꽉막힌 기억은 우리에게 불신과 갈등, 두려움과 미움을 켜켜히 쌓았다. 한강하구를 사이에 두고 그런 긴장감에 불을 당긴 사건이 바로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 논란이었다. 사실 애기봉에 평화를 염원하는 트리가 점등 된 지는 40년도 넘었다. 겨울밤 강추위 속에서도 이 불빛을 보며 남북의 장병들은 평와화 희망, 내일의 따뜻한 햇살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지극히 평온한 연례행사조차도 남북관계 경색과 북한의 극심한 반발에 애기봉 주변 주민의 반대까지 더해지면서 중단됐다. 성탄트리 점등 논란 당시 찬반 양측과 주민들 사이에 서있던 날 애기봉에는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북한이 원했든 아니든 나는 그 남남갈등의 현장에 서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결심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곰곰이 되짚은 것이 한강하구다. 이곳의 평온과 온전이 한반도의 평화였다. 폭죽 소리에도 불안에 떨며 경찰서와 시청 당직실 전화가 불이 나는 이 곳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귀결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이곳에 있으면 이곳에 힘을 쏟을 일이었다. 지하철 공사를 시작했고 부채도 많았지만 신도시 개발과 인구 유입, 첨단 산업단지 기업 입주 추세를 보면서 상당 수준의 도시 인프라 구축과 나름 돈이 도는 경제 상황은 가능해 보였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시 하나씩 살폈다. 이곳 한강하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미약하더라도 남북간의 막힌 물꼬를 틀 수 있는 일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활용하고 연결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그게 한강하구에서 유일하게 어업에 이용되고 있는 전류리포구고 수도권 최대의 야생조류생태공원이었다. 올해 개장하는 한옥마을과 아트빌리지도 그렇고, 2년 뒤면 새단장하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과 지난해 장대(將臺)를 복원한 문수산 또 남북한 공동 생태 물길 조사를 추진 중인 유도와 조만간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염하강의 부래도(浮來島)였다. 이곳들은 모두 한강하구를 따라 이어지면서 김포를 품고 있다. 이미 추진되던 일들도 있고 새로 시작한 것도 있다. 눈 내리는 애기봉에서 결심했듯이 ‘대한민국 평화문화 1번지’가 되도록 하루하루 고민했다. 그게 단순한 도시화가 아니라 제 사는 고장과 함께 살아갈 시민의 미래를 준비하는 목민관의 길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남북이 함께 하는 평창올림픽도 열리고, 남북없이 소리쳐 외친 3.1만세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기쁨의 해다. 우리 김포시는 시 승격 20주년, 성년의 해이기도 하다. 이 모든 기쁨을 모아 평창에서 또 김포 한강하구에서 남과 북의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의 물꼬가 트이길 간절히 소망한다.
유영록 김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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