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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발전과 지진 - (류권홍 원광대 교수)/ 외국도 '유발지진' 의심사례 잦아…지열발전소·유정 영향

지열발전과 지진 - (류권홍 원광대 교수)/ 외국도 '유발지진' 의심사례 잦아…지열발전소·유정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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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발전과 지진 - (류권홍 원광대 교수)

류권홍 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원인을 두고 논란이 많다. 2011년 동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여파가 한반도의 지층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도 있고, 또는 우리나라 자체의 지각활동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중 특히 간과하기 어려운 주장이 지열발전 과정에서 지하에 주입하는 물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1978년 지진계측 이래 포항 흥해읍에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었는데, 지열발전소가 물을 주입한 이후 4개월 만에 규모 2.0∼3.0 지진이 4번 발생했다는 부산대 김광희 교수의 주장으로부터 인과관계의 성립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즉, 이전에는 지진이 없었는데 지열발전을 위한 물의 주입 후 지진이 발생했다면 물의 주입과 지진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열발전과 유사한 방식으로 개발하는 셰일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지진을 들 수 있다. 미국의 텍사스, 오클라호마는 물론이고 영국 등에서 수압파쇄를 통한 자원개발과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문제가 지진이다. 이로 인해 셰일가스 개발행위의 중단조치와 함께 세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대기오염, 수질오염은 물론 지진에 대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 인근에서의 셰일가스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1년 영국 블랙풀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는 지진의 위험이 아주 낮다고 정리되었지만, 2차 보고서의 작성자는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허가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해당 개발지역에서 향후 유사한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다소 모호한 권고를 하게 된다.

하지만, 2015년 6월 사이언스지에 보고된 ‘Pumped Up to Rumble’이라는 논문은 수압파쇄를 통해 셰일가스를 개발하는 오클라호마 주를 포함한 미국의 많은 주에서 2014년까지 지진활동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했고, 그 원인이 셰일가스와 셰일석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의 지하 재주입이 그 원인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더 구체적인 이유는 높은 주입 속도에 있음을 확인하면서 폐수 처리와 지진 사이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우리의 지질자원연구원 같은 미국의 지질조사소(USGS)는 수압파쇄 과정에서 지진의 발생과 관련된 보고는 아주 드물지만, 수압파쇄에 따른 폐수의 주입으로 인해 유도된 지진이 발생될 수 있음을 홈페이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폐수 주입은 오랜 기간 동안 작동하며, 수압파쇄를 통해 추출하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주입하기 때문에 지층에 압력이 높아지고 결국 지진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특히, 특별히 지진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오클라호주 주 내의 17개 지역에 대한 연구 결과까지 게시하고 있다.

2000년 대 중반 이후 셰일가스 개발 붐이 일고 있는 미국에서는 폐수처리에 따른 지진 피해와 관련된 소송들이 셀 수 없이 많으며, 일반적 손해배상을 넘어 엄격책임이라는 강화된 책임론까지 성립되어가고 있는 과정이다.

미국의 사례와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으로 첫 번째는 빼내는 물의 양과 주입하는 물의 양이 다른 경우 지하구조의 변동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항 지열발전소가 얼마의 깊이로 어느 정도 양의 물을 주입하고 배출하는지, 이로 인해 지하수 및 지반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객관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열발전은 지진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세상 편한 주장은 하지 말아야 한다. 수압파쇄는 물론 지열발전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여기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입증은 이미 충분하다.

남은 것은 포항에서의 지열발전에서 물 주입행위와 지진의 연관성 여부에 대한 증명의 문제가 남아 있다. 물을 주입하지 않았다면 지진이 없었을 것이냐에 대한 인과관계의 문제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시민 개개인이 증명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연구자들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두 번째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열발전을 운영하는 사업자의 고의, 과실의 문제가 넘어야 할 높은 산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원고들이 엄격책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열발전과 지진 사례는 일종의 관리 불가능한 또는 회피비용이 아주 큰 위험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작은 사업장 하나의 행위로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적 차원에서 지질은 물론 위험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위험사회에서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류권홍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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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도 '유발지진' 의심사례 잦아…지열발전소·유정 영향

 

 

스위스 바젤서는 시추 6일만에 지진…2009년 영구폐쇄
미국 중·동부는 석유 채굴 오폐수 지하 주입으로 지진 증가 추정키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규모 5.4)의 진원이 인근 포항지열발전소와 불과 1km 떨어진 곳이라는 공식 분석이 나오면서 이번 지진과 지열발전 사이에 연관이 있을 개연성이 지적되고 있다.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으나 지리적 근접성이 뚜렷한데다 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종종 있어 지질학계와 재난관리 당국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중이다.

26일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지열발전소, 지하자원 시추, 폐수 처리 등 여러 이유로 땅을 깊이 파서 지하수를 퍼내거나 지하에 물을 주입한 것이 원인 중 일부로 의심되는 '유발 지진'의 사례가 세계 곳곳에 많이 있다.

지열발전소는 지하 수 km 깊이로 땅을 판 뒤 지열로 물을 뜨겁게 데워 증기 터빈을 돌리는 것이 기본 원리다. 땅을 파야 하고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이 있어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되면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스위스 바젤에서는 2006년 12월 지열발전소가 시추를 시작한지 불과 엿새만에 이 지역에서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해 상당한 피해가 났다. 지열발전소 운영은 즉각 중단됐으나, 그 후에도 2007년 1∼2월에도 규모 3이 넘는 지진이 3차례 잇따랐다.

이 지진들은 모두 시추공으로부터 1km 내 거리에서 발생했고, 진원의 깊이는 4∼5km로 시추공의 바닥 가까운 곳이었다. 이외에도 보다 규모가 작아 사람은 잘 느끼지 못했지만 수백 건의 지진이 지진계로 관측됐다.

과학자들과 정부 당국은 3년간에 걸친 정밀 분석 결과 지열발전소가 땅에 구멍을 뚫고 물을 주입하거나 뜨거워진 물을 뽑아 올린 것이 지진의 원인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스위스 정부 당국은 2009년 이 지열발전소에 대해 영구폐쇄 조치를 내렸다.

독일 란다우인데어팔츠에서는 2009년 8월 이 지역 6천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지열발전소 부근에서 규모 2.7의 지진이 발생했다. 별다른 피해는 없었으나 지진이 나자 놀란 주민들의 전화가 경찰과 소방서에 빗발쳤다. 조사 결과 진앙은 발전용 관정(管井·대롱 모양의 우물)으로부터 불과 450m 떨어진 곳이었으며 진원의 깊이도 약 3.3km로 발전용 관정의 바닥 부분과 일치했다.

호주에서는 쿠퍼 분지의 사막에 4.4km 깊이로 시추공 2개를 뚫자 2003년 12월에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으며 그 중 최대는 3.7 규모였다. 또 프랑스 알사스의 술츠수포레에서는 2003년 5km 깊이의 시추공 2개가 뚫린 후 규모 2.9의 지진이 발생했다.

세계 최대의 지열발전 시설(2009년 기준 전력 800MW 생산)인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더 가이저스 지열발전소'(The Geysers Geothermal Field) 부근에서는 1970년대부터 유발지진으로 의심되는 지진이 보고됐으며 최근 들어 늘고 있다. 이 발전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약 120km 거리에 있으며,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미국 중부·동부의 규모 3 이상 지진 발생 빈도 변화
미국 중부·동부의 규모 3 이상 지진 발생 빈도 변화[미국 지질조사국 홈페이지 공개 자료]

미국에서는 유정(油井)에서 석유를 채굴하면서 생기는 오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지하에 주입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발 지진도 늘고 있다.

미국 중부와 동부에서는 1973∼2008년 기간에는 규모 3 이상 지진 연평균 발생 건수가 21건에 불과했으나, 석유 채굴이 활발해진 2009∼2013년에는 연평균 99건으로 급증했으며, 그 후로 더욱 늘어 2014년에는 한 해에 659건으로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유발지진으로 의심된다.

이 중 대부분은 사람이 느낄 수는 있으나 피해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규모 3∼4 사이의 수준이지만, 2011년 오클라호마주 프라그(규모 5.6)나 콜로라도주 트리니다드(규모 5.3)처럼 꽤 큰 지진이 나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적도 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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